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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프스키와 뒤러
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
신준형
시공사 200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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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패러다임의 형성 : 파노프스키와 뒤러의 대화

I부. 그림 읽기: 미술사와 지성사

1. 아이코노그래피와 아이코놀로지
2. 레비스트로스, 프로이트, 탐정 뒤팽: 실마리에서 구조로

II부. 그림 안으로: 종교적 주제

3. 그림을 읽는 성모 마리아
4. 만인의 순교자
5. 그리스도의 기사

III부. 그림 안으로: 인문주의적 주제

6. 번민하는 헤라클레스
7. 멜랑콜리아

IV부. 그림 밖으로: 인식과 권력
8. 다시 아이코놀로지: 세계를 보는 방법으로서의 그림
9. 다시 뒤러: 파노프스키가 멈춘 곳으로부터
10. 패러다임, 아이코놀로지 그리고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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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Junhyoung Michael Shin is a professor of art history in the Dept. of Archaeology and Art History, College of the Humanit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오스틴)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위스콘신 주립대학(매디슨)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 대학에서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금으로 수학했으며, 아칸소 주립대학 미술과 조교수, 명지대학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Junhyoung Michael Shin is a professor of art history in the Dept. of Archaeology and Art History, College of the Humanit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오스틴)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위스콘신 주립대학(매디슨)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 대학에서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금으로 수학했으며, 아칸소 주립대학 미술과 조교수,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미술사학과 부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세트』(전 3권/ 2014년 책을 만드는 사람들 올해의 책 대상/2014년 한겨레 올해의 책 선정),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 - 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사회평론, 2007/대한민국학술원 인문학 분야 우수학술도서 선정), 『파노프스키와 뒤러 - 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시공사, 2004/한국출판문화사업진흥원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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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3쪽 | 153*224*20mm
ISBN13
9788952730343

출판사 리뷰

‘보는 방식’을 규정해버린 거인의 패러다임, 그리고 패러독스

도상해석법의 논리적 결함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대개의 안티-아이코놀로지스트들과는 달리, 저자는 미술사 외적인 차원으로 한 걸음 물러나 거장의 인식세계를 조망한다. 그 결과 그림의 심층에 숨겨진 ‘의미’를 추구하는 파노프스키의 방법론이, 신화의 내적 구조에 주목한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이나 꿈의 이면을 분석한 프로이드의 심리학, 그리고 증거로써 사건 전모를 밝혀내는 E.A.포의 추리소설과 구조적 유사성을 띠고 있음이 밝혀진다. 의미와 상징에 천착하는 그림 독법 역시 20세기 전반 서구의 거대한 지적 흐름이며, 아이코놀로지는 바로 이 시기의 인식론적 문화유산이다. 이는 곧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순수학문적 방법론으로 세워진 아이코놀로지가 당대 서구인들이 세계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결부되어 있음을 뜻한다.
미셸 푸코는 근대 학문의 지식체계가 지닌 권력지향적 속성을 ‘담론(discourse)'이란 개념으로 규정하고,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진리 탐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파노프스키의 연구도 마찬가지다. 파노프스키는 이탈리아의 미술을 르네상스 미술의 캐논으로 설정하고, 뒤러를 북유럽에 이탈리아 미술을 온전히 전달해 정착시킨 영웅으로 보았다. 그가 생각한 르네상스 미술은 숭고하고 엄숙한 종교적, 인문주의적 이상을 표현하는 것에 국한되었고, 당연히 그의 영웅 뒤러는 그런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을 그려내야만 했다.
파노프스키가 생각한 르네상스란 19세기의 부르크하르트나 러스킨이 퍼뜨린 르네상스관-위대한 유럽문화의 절정으로서 제3세계의 문화보다 우월한 르네상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그의 관점은 정점을 향한 선형적 발전을 인정한 헤겔 식의 목적론적 역사관의 면모를 지닌 동시에, 하나의 방법론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과 정신적 경향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거대 역사’를 추구했다. 결과적으로 파노프스키의 방대한 연구 성과와 어마어마한 학문적 영향력이 이런 편협한 관점을 이론적으로 세련되게 뒷받침하며 고착시킨 셈이다. 그야말로 파노프스키는 르네상스 미술에 관한 견고한 패러다임을 제공한 것이다.
제국주의의 식민지배 수단으로 봉사한 인류학과 마찬가지로, 찬사 일색인 르네상스관은 유럽이 제3세계에 비해 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을 우리에게 주입했다. 그것도 아주 우아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파노프스키의 업적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유럽중심주의를 설파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럽인에 의해 쫓겨난 유태인 파노프스키가 가장 유럽적인 미술이라는 르네상스 미술 연구의 초석을 세웠다는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치스에 쫓겨 독일을 등지고 미국에서 영어로 학문해야 했던 유태인 파노프스키가 독일 미술의 영웅을 주목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그곳에선 더없이 불운했던 유태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뒤러에게 투사해서 독일인이, 유럽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그토록 그가 정신적으로 동일시했던 뒤러가 사실은 변방 헝가리 이민의 후손이었고, 자신이 상정한 르네상스의 이상에 딱 들어맞지도 않았다는 아이러니는? 파노프스키가 알고도 모르는 척 외면한 르네상스 미술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진정 르네상스 미술은 모든 미술의 정점일까?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관념적 해석에 균열을 내는 저자의 지적 탐험은 낡은 지도를 버리고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갈 것을 제안한다.
도상학의 확립자 어윈 파노프스키 북구 르네상스 미술의 대가 알브레히트 뒤러

『파노프스키와 뒤러-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는 미술사가 파노프스키와 화가 뒤러를 미술사학의 바탕 위에 놓고 ‘아이코놀로지(iconology)’와 ‘패러다임(paradigm)’, ‘유럽중심주의(Eurocentrism)’와 ‘권력(power)’이라는 키워드로 종횡무진 파헤친 연구서다.

뒤러와 파노프스키, 그들은 누구인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는 1471년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나 1528년 죽을 때까지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며 약 100점의 유화, 400여점의 판화를 남긴 르네상스 최대의 거장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5,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결정적인 두 사건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문예부흥과 독일 종교개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뒤러는 피렌체와 베네치아 등을 중심으로 번성한 르네상스 양식을 북유럽으로 들여온 화가이자, 이탈리아 현지 화가들과 그림으로 경합을 벌인 최초의 북유럽 화가로 평가된다. 또한 그는 주된 활동지인 고향 뉘른베르크가 1524년 카톨릭에서 루터교로 개종하는 와중에 새로운 종교와 인문주의의 부흥을 꿈꾼 지식인이기도 했다. 인문주의자들과 폭넓게 교류했던 뒤러는 재능 있는 후학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북구인으로선 처음으로 미술 이론서들을 직접 저술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후원자의 주문을 받고 나서 작품을 만드는 중세적인 장인이 아니라 작품을 먼저 기획?제작해놓고 판로를 개척하는 야심만만한 사업가였으며, 작업한 판화들을 책으로 묶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펴낸 출판업자이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과 서명을 무단으로 복제한 볼로냐의 화가 마크안토니오 라이몬디를 고발하려 했던 뒤러는 아마도 미술사상 최초로 카피라이트를 주장한 화가가 아닐까.

비교적 널리 알려진 뒤러에 비하면 조금은 생소한 인물인 파노프스키에 대해선 좀더 자세한 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1892년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는 1968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사망할 때까지 세계 미술사학계를 이끈 거장 학자이며, 천재라는 별명에 이견이 없을 만큼 독보적인 이론가였다.

그는 1914년 불과 스물두 살의 나이에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대학에서 강의하며, 그 유명한 바르부르크 인스티튜트에서도 연구활동을 했다. 그러나 나치스 집권 이후 모든 유태인의 공적 활동이 금지되자, 파노프스키는 1933년 미국으로 망명을 감행, 일흔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프린스턴 대학을 떠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영어로 저술하며 학문적 전성기를 구가한 그이기에, 에르빈이라는 독일어식 이름보다 어윈이라는 영어식 이름이 더 익숙한 그는 고전언어와 유럽 인문학의 전 분야에 걸친 방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미술에 관한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겼다.

현재 르네상스 미술사 연구의 초석은 파노프스키가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도상학 연구Studies in Iconology』(1939)에서 마치 자연과학의 실험계획표처럼 공식화해 제시한 아이코놀로지는 기존의 형식주의나 양식사적 미술사론과는 차별되는 진정 새로운 연구 방법론이었다. 아이코놀로지는 르네상스 미술의 심층에 존재하는 소위 ‘내재적 의미(intrinsic meaning)’의 규명을 목표로 한다. 내재적 의미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정신적 경향성(tendencies of human minds)을 가리키며, 파노프스키는 화가의 손길을 통해 미술에 ‘무의식’적으로 나타난 시각적 ‘징후’를 분석해서 시대의 정신성을 읽어내려 했다. 이처럼 그가 미술사에 병리학(pathology)적 연구법을 제시한 이래로, 르네상스 미술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의미의 문제를 다뤄야 했다. 그의 활동 당시부터 열렬한 지지와 만만찮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던 아이코놀로지에 대해, 후학들은 지금도 도전적 비판과 진취적 적용을 계속하고 있다.

넘어서야 할 아버지의 빛과 그림자

그렇다면, 두 명의 르네상스맨, 뒤러와 파노프스키 사이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뒤러, 아니 세상 모든 예술가의 정신적 자화상으로 추앙받는 단 하나의 작품 <멜랑콜리아 I>를 파노스프키도 역시 자신의 영적 자화상으로 삼았다. 이는 그저 상징적인 차원이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파노프스키의 아이코놀로지는 뒤러의 걸작 동판화 <갈림길에 선 헤라클레스>와 <멜랑콜리아>의 연구를 통해 완성되었다. 뒤러에 관한 그의 애착은 저작목록에서도 뚜렷이 드러나듯 연구의 중심을 이루었다. 파노프스키의 학문적 성과를 검토하는 작업에서 뒤러를 중심에 놓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또 있을까?

『파노프스키와 뒤러-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는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가장 핵심적인 두 문제를 자신의 삶으로 직면했던 뒤러의 미술을, 르네상스 미술사학을 정립한 파노프스키의 눈으로 추적해 가는 책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뒤러와 파노프스키 간의 시대를 초월한 교감을 재구성하는 서술방식은, 르네상스 미술 그 자체와 미술사학사(historiography) 두 측면을 모두 견지하는 쟁점을 부각하기 위해 선택된 독창적 전략이다. 저자는 총 4부 10장에 걸쳐 아이코놀로지란 방법론의 실체와 그 한계를 살펴본 다음, 뒤러의 대표작들을 ‘종교적 주제’와 ‘인문주의적 주제’로 나눠 엄선한 뒤, 각 작품별로 먼저 파노프스키의 해석을 검토하고, 이어서 저자 자신을 비롯한 후학의 비판과 대안적 해석을 제시한다.

파노프스키는 놀라운 통찰력과 자료를 바탕으로 수수께끼 같은 상징과 주제를 파악해냈다. 그러나 그의 학설은 크게 두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다. 첫째는 순환논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체 교정원칙, 아이코노그래피와 아이코놀로지의 애매한 경계 등 아이코놀로지 자체의 논리적 오류다. 둘째는 아이코놀로지가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내재적 의미’의 모호한 실체다. 파노프스키는 화가가 작품에 무의식적으로 시대의 보편적 정신성을 드러내며, 그것을 그림 안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그의 작업은 대개 특정 시각 모티프의 문헌적 근거를 찾아내는 어원학(philology) 차원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사명으로 삼은 내재적 의미 규명이란 과연 가능할까? 내재적 의미란 무엇일까? 왜 파노프스키는 그토록 내재적 의미에 집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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