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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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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같고 폭풍 같은,
사실 보도용 리뷰를 부탁 받는 일은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부탁 받은 앨범이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면 상관없지만 행여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그렇다고 주례사 비평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확률은 반반, 좋거나 좋지 않거나. 하지만 황보령=Smacksoft의 네 번째 앨범 [Mana Wind]를 먼저 들었던 시간은 비평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리스너로서 한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지난 해 전작과 라이브에서 뛰어난 성취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던 황보령은 이번 앨범에서도 한결같은 뚝심과 깊이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고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그녀만의 록 언어를 더욱 팽팽하게 구축했다. 직선적이면서도 낮고 깊은 황보령의 보컬은 밴드의 악기들이 빚어내는 사운드의 파장 속으로 또 다른 악기가 되어 숨어들었고 그 모든 소리들은 깊은 물 속을 유영하듯 천천히 퍼지며 침잠하고 중첩되었다. 사운드의 중첩과 증폭이 함께 만들어내는 울림과 파장은 때로는 해맑고 때로는 처연하며 때로는 간절하고 때로는 열렬했다. 파도 같고 폭풍 같은 음악, 우리가 말하지 않은 스스로의 내면 혹은 결코 말하지 못할 무의식 속으로 빠져 들어가 그 안의 풍경을 그려낸다면 이런 음악이 나올까? 그래서 흡사 회화처럼 자유롭게 선명한 색채감과 이미지를 가시화시키는 음악은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영토를 지나 인스트루멘탈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목소리와 목소리의 그림자, 악기와 악기의 그림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이 세계는 과연 누구의 세계인가? 아무리 걸어도 끝나지 않고, 행여 길을 잃어도 슬프지 않은 세계를 향한 초대장이 이제 막 발송되었다. 이 초대장을 받고 흠뻑 젖어버린 나는 이 세계 밖으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음악이 끝나고서도 한참 뒤에야 겨우 오늘로 돌아온 나는 유난히 최고작을 꼽기 어려웠던 올해 한국 대중음악의 베스트 음반을 바꾸었다. -서정민갑 / 대중음악의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