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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존재와 현상 - ‘꽃’과 존재론적인 질문 1. 존재의 유한성과 부재의 경험 2. 죽음에 대한 인식과 ‘공현존재共現存在’의 발견 3. ‘어둠’ 속에서 던지는 존재론적인 질문 4. 실존범주로서의 언어와 현상의 발견 관념의 표현으로서의 이미지와 유희로서의 이미지 현상 1. 존재론적 언어와 이미지 시론 2. 관념을 표현하는 언어-비유적 이미지 3. 현상을 드러내는 언어-서술적 이미지 존재론적 탐구에서 현상학적인 질문으로 1. 현상학적 시와 시론의 전개 2. 현상의 발견과 존재에 대한 질문 3. 현상학적 판단중지를 통한 존재의 현현 4. 서술적 이미지와 현상학적 환원 무의미시와 현상학 1. 서술적 이미지와 무의미시 2. 현상학적 환원과 의식의 지향성 3. 지평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대상의 재구성 「처용단장」의 시간의식 1. 주관적이고 의식 내적인 시간 2. 회상을 통한 과거 경험의 재구성 3. 파지적 시간의 시적 형상화 4. 파지와 예지가 만나는 근원 지점으로서의 ‘살아있는 현재’ ‘살’과 신체성, 지각의 현상학 1. 신체에 대한 관심과 현상학적 사유 2. 대상의 신체성의 발견과 신체성을 통한 소통 3. 주객의 공통영역인 ‘살’의 가역성과 ‘봄’의 나르시시즘 4. 지각의 장인 ‘세계’에로의 열림 감각의 복합성 1. 감각의 선의식성과 감각 주체로서의 인간 신체 2. 감각의 복합성과 ‘살’의 세계 3. 감각의 복합성을 표현하는 방법 트라우마와 자기 치유 1. 시 창작과 트라우마 2. 부정적인 기억에의 직면과 정서적 전환을 통한 심리적 억압 해소 3. 허구적 상상력의 활용과 역사성의 삭제를 통한 치유 김춘수:‘꽃’의 존재론과 ‘바람’의 현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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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 ‘무의미시’
널리 알려져 있는 ‘꽃’ 연작은 현상의 발견에서 존재론적 탐구로 옮겨가는 사유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흔히 이데아의 상징이라고 설명되는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꽃을 위한 서시」)는 현상 속에 감춰져 있는 대상의 본질(존재)을 의미하고, ‘한밤 내 울음’은 그것을 얻기 위한 치열한 사유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앎을 판단중지한 상태에서 대상의 본질을 탐구해간다는 점에서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을 닮아 있다. 그의 시론에서 ‘서술적 이미지’는 현상학적 환원을 거친 후 개시되는 순수 심리적인 영역을 시로써 표현하려는 것이다. 김춘수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인 ‘무의미시’는 종종 ‘서술적 이미지’와 겹쳐서 설명되기도 한다. 「처용단장」으로 대표되는 무의미시는 현상학적인 사유의 시적인 표현이다. 「처용단장」 이후의 후기 시는 서정성과 일상적인 세계가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들은 신체의 감각으로 구체화되는데, 그 바탕이 되는 것은 메를로 퐁티의 ‘살’이라는 공통 영역과 유사하다. 주체와 대상은 동일한 지각의 장에 있음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후기 시에 나타나는 일상적인 세계는 지향성 개념이 전면화된 것으로서, 그의 현상학적 사유를 마무리하는 결론에 해당한다. ‘꽃’에서 시작된 존재론이‘바람’으로 대표되는 현상학적인 사유로 발전하기까지 책의 내용은 김춘수 시의 연대기 순으로 배치되었다. 그러나 이 배치 순서는 발표 시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김춘수의 사유의 발전과 전개 과정에 따른 것이다. 앞의 두 편은 초기 시와 시론을 연구한 글들로서, 현상학적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뒷부분의 글들과 쓰여진 시기와 내용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시기의 시와 시론은 김춘수 시의 현상학적 바탕을 이루면서 후기의 특징들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책 전체의 흐름을 고려하며 논지를 수정하고 보완해서 전체의 균형을 맞추었다. 맨 마지막은 김춘수의 후기 시 「바람」에 대한 분석으로서 책 전체의 결론을 삼았다. 이 시는 ‘꽃’에서 시작된 존재론이 ‘바람’으로 대표되는 현상학적인 사유로 발전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집약해 보여주는 중요한 시이다. 김춘수는 처음부터 자신의 창작 행위를 철학적 사유와 연결시키려고 했고, 끝까지 그러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시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깨뜨리고, 시가 사유의 산물이거나 시론의 실험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철학적 사유가 그의 시 창작에 도움이 됐는지 혹은 변명이 됐는지는 연구자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김춘수만큼 시종일관 시와 철학의 관계를 고민하고 탐구했던 시인은 없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가 추구했던 철학적 사유는 사실상 한국 시가 결여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이다. 감동을 주는 시는 많지만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 면에서 시와 철학을 연계하려는 그의 시도는 매우 중요하고 유의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