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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SANG-SOO,安尙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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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한글 서체 개발과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이끌어 온 디자이너이다. 그는 '한국 현대 문화의 과제가 정체성 찾기에 있다면 그 구체적 소재 중 하나가 한글'이라고 믿는다. 이 믿음의 근원에 '위대한 글자 디자이너 세종대왕'이 있다.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된 한글은 세계 글자의 역사에서 유래 없이 디자이너가 확실히 존재하는 글자다. 한글 창제의 동기와 목적은 당시 한자 문화권의 보편성 속에서 우리말이 지닌 지역 문화의 특수성과 대중적 소통을 담아낼 글자의 개발에 있었다. 글꼴 디자이너로서 안상수가 한글 창제의 기본 정신에서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한글은 서구 알파벳이나 중국 한자에 비해 글자로서의 역사는 아주 짧지만 우리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체적인 길을 모색한 첫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상수는 한글을 '당돌'한 글자라고 표현하며 스스로 한글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가 말하는 '부리다'는 바로 타이포그래피를 의미한다. 타이포그래피란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각적 효과들을 적용하여 텍스트의 시각성을 높이는 일이며 나아가 글자에 감성과 정서까지 담아내는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한글은 아직 그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었다. 당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그 한계를 절감한 안상수는 스스로 한글 서체 개발에 나서 '마당체'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1985년 '안상수체'를 발표하였다. 안상수체를 비롯하여 이후 그의 서체들은 이제까지의 서체들에 비할 때 무척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러나 이 파격은 그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한글의 제자 원리를 충실히 연구하고 완벽히 이해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파격적인 새로운 서체로 안상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운 글자의 운용이었다. 편집 디자인과 포스터 디자인에서 발휘된 그의 개성 강한 타이포그래피는 한글의 조형적 가치를 일깨워 우리 한글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에 변화를 가져왔고 새로운 서체 개발에 물꼬를 터 주었다. 존경하는 인물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창조의 모범으로서-과 시인 이상李箱-글자 운용의 선배로서-을 꼽을 만큼 디자이너로서 한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안상수에게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일이며 공부이며 동시에 유희이다. 그가 한글에 대해 갖는 관심은 글자의 기능과 시각성에 머물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방면으로 확대되어, 문학과 예술과 우리의 전통문화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가 창간한 언더그라운드적 성격의 예술문화 잡지 '보고서\보고서'는 당대 문화 생산자들의 창작, 체험, 의도, 생각들을 인터뷰를 통해 기록한 책자로 한글 타이포그래피 실험의 장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또한 그는 자신의 집 대문을 한글로 디자인하고 자신과 주변 친구들, 시인 이상의 초상을 각자의 한글 이름으로 그리는 이른바 글자얼굴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는 문자도가 글자의 상형성, 곧 타이포그래피적 회화성이 돋보이는 한국적 타이포그래피 전통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탁본하여 사물 속에 숨은 한글을 찾아내면서 인쇄물을 탈피한 생활 속 한글, 환경 속의 타이포그래피를 실현한다. 이 외에도 뒷머리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들을 이발해서 새겨 넣는 등 한글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그의 행적과 작업들은 한글에 대한 그의 샘솟는 애정을 확인시켜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