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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창문을 닫을 것_7
햇빛과 소음_23 하얀집_42 빈집_59 악취_75 어둠은 물러가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_95 오후 3시_122 비둘기도 사람의 길을 따라 날아간다_149 구부러진 외길_170 노란방_181 어떤 해후_189 유폐_203 붉은 핏자국_218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_236 집착_258 첫번째 꽃_276 해설 | 고명철_289 작가의 말_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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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권태와 치명적인 탈주 욕망 사이
‘무엇 때문에 너는 그토록 타인의 삶에 깊숙이 빠져든 거니? 타인의 삶에 개입할수록 너의 생은 빛을 잃고 영혼까지 빼앗기게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른다 말이야! 상처받는 건 그들만이 아니야. 너와 너의 가족들까지 모두 진흙탕 속에 빠뜨린 너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거니?’ - 『특별한 손님』 1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던 유부남 호준은 안온한 일상에 대해 권태와 무기력증을 느끼던 중, 인터넷 가상공간에 의지하며 낯선 여성과 채팅을 즐기다가 불륜 관계에 빠지고 만다. 그러다가 불륜 상대인 오나희를 결코 사랑하지 않고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우유부단한 만남을 지속한 채, 아내인 유경에게는 함정에 빠진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너무도 당당한 오나희를 통해 불륜 사실을 전해들은 유경은 이미 결혼 생활에 집착도 애정도 미련도 남아 있지 않은 무기력한 상태이다. 오나희는 유경에게서 호준을 쟁취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준과 유경 모두에게 불행을 드리우기 위해 관계에 집착한다. 여행과 도피로 일관하던 유경은 딸 연이가 누군가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자신의 삶을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기 시작한다. 한편 유경의 대학 동창인 미라는 관계망상증 환자로 지난날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박준하가 유학을 떠나버리자 배신감을 느끼는데, 이 또한 미라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방송작가가 된 미라는 인기 연예인 K에게 집착하여 그의 아이를 유괴하는 과오를 저지르고 정신병원에 입ㆍ퇴원을 반복하다가 해외 도피를 결행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나한테 따뜻하게 대해준 것. 그게 그 사람의 잘못이야. 난 그 사람도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 마음을 다 줬어. 내가 가진 걸 모두 주고 싶은 사람이야.” - 『특별한 손님』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독자에게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을 유발하던 오나희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관계망상과 집착에 대해서 너무도 자기중심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타인의 타자성을 존중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의 힘을 빌려 유약한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굳건히 닫아 잠그려는 것. 상대방의 입장과 고통은 배제한 채, 자신의 일상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일탈을 꿈꾸는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탈주 욕망은 깊은 상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미라와 오나희는 모두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 시도는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를 공고히 구축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반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상처를 지극히 두려워한 나머지 비켜서버린 유경 또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 것이다. 유경은 유일하게 사랑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딸의 사고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의 상처를 마주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며, 그제서야 모든 사건과 비밀은 실마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루하지만 적극적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우리네 일상 『특별한 손님』의 인물들은 이렇듯 권태로운 일상을 견디지 못해 변화된 삶을 꿈꾸지만 상대방의 동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출발선에서 관계를 고집하다가 파멸에 이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상처라 해도 그것은 그 개인과 연루된 타자들의 일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특히 타자의 동의와 이해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얼마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작가 서성란은 제3자의 시선을 통해 냉철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역설적인 동시에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제목의 소설 『특별한 손님』은, 불륜이라는 낯익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타자들과 맺는 일상의 관계와 그로부터 빚어지는 상처를 통해 일상을 견뎌내고자 하는 삶의 저력에 보다 더 짙은 방점을 찍는다. 오나희와 호준은 성적 욕망의 충족을 위해 불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상처와 한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그릇된 관계를 저버리지 못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에 구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그 속의 제도와 경계들로 인한 구속에서 해방되기를 갈구한다. 그러나 그러한 해방은 일상에 대한 포기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비록 사소하고 하찮다 하더라도 우리를 얽매는 일상은 평온함을 제공하며, 저버릴 수만은 없는 소중한 삶의 공간이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또 현실 속에서 꿈을 꾸며 살아간다.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에덴동산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숱한 관계와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과 타자에게 서로 상처를 가하고 아파하다가 다시 치유하고 돌아가 안착해야 하는 일상은 우리들이 외면해서는 안 될 삶의 섭리이며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