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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이후, 치유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 『애도하는 사람』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덴도 아라타의 신작.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가 그랬듯 그에겐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커다란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지진 후에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된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 문학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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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제1부 제2부 제3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Arata Tendo ,てんどう あらた,天童 荒太,본명 : 구리타 노리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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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수하는가. 성역일지도 모르는데,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바로 그렇기에 잠수하는 것이다. 아무도 잠수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바다 밑바닥에 답이 있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무슨 답일까. 슈사쿠 자신은 그 물음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가, 여기에, 이 바다 밑바닥에 답이 있다, 라는 감각이 강하게 있었다. _ 41쪽, 제1부 2 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특별한 잠수를 하게 되고 나서는 바다에서 나오면 무턱대고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종류는 상관없지만 바로 목숨을 먹는 감각을 가져다주는, 씹는 맛이 있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가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슈사쿠는 분페이의 집 식탁에서 구니요가 구워서 접시에 담아 주는 고기를 묵묵히 먹으며 목이 마르면 맥주를 마셨다. 고기를 씹는다. 물어뜯는다. 씹은 고기가 위로 떨어진다. 자신의 피와 살로 변해 가는 감각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배고픔이 가신다. _ 67~68쪽, 제1부 4 “아뇨, 제가 경솔했습니다. 실은……, 바닷속에서 올라오려고 할 때 갑자기 눈앞으로 떠오른 것이라……, 어리석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뭐랄까요, 데려가 줘요, 라고 말이에요. 부모님한테 데려가 주세요, 라고 그 머리 장식이 말하는 것 같은, 뭐랄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죄송합니다.” 다마이가 슈사쿠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리석다니요, 그렇게 들리지 않습니다. 전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닙니다.” 기어들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러나 애정을 담아 그가 말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뭔가 있을 때마다 이건 그 아이의, 그 사람의 신호가 아닐까……, 그 아이가, 그 사람이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어 호소해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잖아요.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항상,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걸 어리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 사이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겠지요.” _ 75~76쪽, 제1부 5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라는 것인가. 그러나 그걸 할 수 없게 되었다. 싱거운, 이 자리만의 거짓말이긴 해도, 특히 신이라든가 부처라든가 하는 말이 나오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있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지켜보고 있다면 왜 그런 참혹한 일을 내버려 두겠는가……. _ 105쪽, 제1부 7 “아빠가 살아 있다면…….” 마유코가 흐느껴 울었다. 슈사쿠에게 맡긴 손이 떨린다. “살아 있어 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이혼은 했어도 살아만 있다면 엄마하고 옛날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고, 다시 셋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아빠인 거야, 왜 아빠가 아니면 안 되었던 거냐고 내내 생각했어요.” 슈사쿠는 다이스케가 자기 대신 배를 수리하러 나갔다가 재난을 당한 거라고 재를 올리는 자리에서 마유코와 시호에게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사쿠는, 특히 마유코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기분이 들었고, 그것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마유코가 얼굴을 들었다. 슈사쿠를 똑바로 응시한다. 눈동자에 미움 같은 기색은 없다.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아빠가 그렇게 된 게 다행이에요…….” 그녀의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열세 살 때부터 억눌러 온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무너지며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하고 흐느껴 울며 되풀이한다. 미쓰에가 왜 그래, 하고 의아해하며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안았다. 마유코는 오른손을 슈사쿠에게 맡긴 채 미쓰에게 기대어 그럭저럭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슈사쿠를 쳐다본다. 오열을 억제하고 말을 잇는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작은아빠였다면 미즈키하고 아키오가 아빠를 빼앗기게 되니까요……, 그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게 되니까요……. 우리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 그걸로 된 거예요.” “마유코…….” 미쓰에가 조카를 끌어안는다. 슈사쿠는 마유코의 손을 쥔 채 있었다. 그녀가 가라앉지 않도록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_ 192~193쪽, 제2부 4 굳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칠흑 같은 바닷속에 자신을 둔다.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건지 뜨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부유감만 느낀다. 본다는 육체적인 행위도 지금은 무의미하다.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인간이라는 한정된 존재로부터 해방되어 있음을 의식한다. 자신은 지금 의식으로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어쩌면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 육체를 잃고 영혼이라 불리기도 하는 의식이 그저 어둠 속의 허공에 떠도는 것인 걸까. 이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고독과 허무감에 괴로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괴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평소 생활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에서 벗어나 있다. 육체가 없고 타자와의 관계가 없기에 인간다운 마음의 움직임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기 때문일까. 나는 지금 살아 있지 않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는 것이 괴롭지 않다. _ 196~197쪽, 제2부 5 “왜 그 일이 일어났을까요? 왜 제가 살아남았을까요? 왜 그쪽 마을은 사라지고 이쪽 마을은 아무렇지 않았을까요? 누가 선택했을까요? 뭐가 다르다는 걸까요? 당신은 왜 이곳으로 와야 했을까요? 이런 방에서 저와 마주 앉아 겁에 질리면서까지 뭔가를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이제 전과 달라져 버렸는데 왜 계속 달라지지 않은 척하려는 걸까요? 변해 버렸는데 왜 변하지 않은 척하며 살려고 하는 거죠? 이쪽 사람은 영원히 소중한 걸 잃어버린 마음으로 있어요. 저쪽이나 그쪽 사람한테는 왜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거죠?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걸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저는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그래서 잠수하려고 생각했어요. 잠수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떤 답도 찾지 못했습니다…….” _ 216쪽, 제2부 6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잠수한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이건 꿈이나 같은 건데, 제가 잠수하는 한 이룰 수 없는 소원이겠지만요.” “어떤 소원인데요?”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 잠수하고 싶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호텔 천장을 뚫고 우주에서 쏟아지는 겹쳐진 빛의 띠가 느릿하게 떤다. “해저까지 햇빛이 닿는 데서 그 장소를 둘러보고 싶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둘러본 건 아닙니다. 전에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면 제대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는 슬픔이나 분노,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을 떠나 사람들이 행복했던 생활의 흔적을 더듬듯이 둘러보며 조용히 헤엄쳐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는 아마 사람이 웃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잠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 하나, 영원히 자신의 추억이 되는 것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소중한 생활이 각인된 화석처럼 생각하고, 견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부적으로 삼고 싶으니까요.” _ 300쪽, 제3부 6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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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일이 일어났을까요?
왜 제가 살아남았을까요? 누가 선택했을까요?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걸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슈사쿠는 천재天災라는, 증오할 상대가 없는 것에 대한 분노, 안타까움, 무력감을 잠수라는 행위로 필사적으로 바꾸려 한다. 또한 언제 소중한 이의 물건을 건질 수 있을지, 건질 수 있기라도 한지 기다리는 유족도 행방불명자의 유품이 나오면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슈사쿠의 마음은 어두운 바다에 잠수하여 죽음에 다가가지만, 그것에 반비례하는 것처럼 몸은 강하게 삶을 요구한다. 죄책감이 무거운 닻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 사실 죽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죽지 않는다. 이 불멸성이야말로 슈사쿠와 유족들을 삶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자의 시간은 멈추지만 산 자의 시간은 여전히 계속된다. Survival guilt, 살아남은 측의 죄책감은 특수한 재해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감정입니다. 사고나 사건, 재해나 질병 등으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살아남은 측은 크든 작든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그 죄책감의 정체는 사랑입니다. 상대를 사랑하기에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그 죄책감은 결코 나쁜 게 아니라 긍정되어야 할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인종이나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의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_ 덴도 아라타(「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에서) ‘소설은 진정한 희망과 내일을 살아가는 버팀목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덴도 아라타는 이 작품을 통해 ‘보편’을 추구하고자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그리면서 슈사쿠가 바닷속에서 소중한 물건을 건져 올리듯이 나아가 말로써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중요한 것을 건져 올리고자 했다. 지진 직후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한 사회를 돌아보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는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런 의식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타자 배척의 경쟁 격차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한다. […]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알아야 할 때 오히려 잊으려 하고 있습니다. 왜 이만큼이나 풍요로워져도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이렇게까지 사회 전체의 모럴이 붕괴되어 가는 걸까요. 사람들은 각자 고립되고 이웃에게 관용이 없어지고 옆에서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보려고 하지 않는, 그렇게 점점 답답하고 협애한 세계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금지된 바다에 잠수함으로써 그 대답이 발견되지 않을까, 그리고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 의미도 거기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을 갖고 쓰기 시작한 것인데, 실제로 써 내려가노라니 ‘살아가는 의미’만이 아니라 ‘사람은 왜 사랑하는가’라는 주제와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의 의미, 성애와 생명력까지 포함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곳까지 주인공이 잠수해 가려는 이야기로 심화한 것은 저로서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_ 덴도 아라타(2015년 11월 13일 「출판 기획 발표회」에서) 『문나이트 다이버』에서 덴도 아라타는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누비는 기교적인 경향이 강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단순하고 강한 언어, 정밀靜謐하고 단정한 문체를 사용했다. 과작寡作으로 유명한 작가가 이례적인 집필 속도로 마치 누군가에게 등 떠밀리듯이 몇 개월 만에 400자 원고지 450매를 써 내려갔다. 전작들과는 달리 짧은 분량 안에 폭발하는 농밀함을 담은 것도 특별하다. 그의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감정의 고양이 이 작품에서는 절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난을 소비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일 터이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이 갈수록 밀실화하고 고립화하는 현재를 돌아보며, 보다 따뜻한 사회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