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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낯선 당신 눈빛 손의 말 서성이다 포획당하는 설익은 고백 본체만체 속내 이방인 어렴풋하다 어둠 속에서 다정한 호칭 연극적 환상 스미다 당신만이 지금이라는 시간 마음의 언어 사랑법 등 오래된 부부 각자의 세계 예술과 사랑의 방식 빙글빙글 민낯의 시간 관능 몸을 맞추다 수치 홀리다 하늘 정원 못과 망치 짙어진 그늘 날개 없는 추락 다르다 듣다 냉정과 열정 사이 마음의 감옥 외면 고된 날 그림자 과잉 꿈과 현실 실루엣 그저 어긋났을 뿐 싱글과 커플 빛과 어둠 사랑의 자리 시선이 머무는 반복 바람이 분다 기록 기억 회전목마 다가오는 것들 거울 속 거울 고요한 침묵 오묘한 블루 비 오는 날 사랑 후에 남는 것들 한 줌 깨지다 못난 위안 얼키설키 실수 가면 해변의 밤을 기다리며 선명과 모호 사이 거리 표정 내게 눈이 있을 때 개와 늑대의 시간 불가능한 화해 기다림 무게 좋은 사람 완전과 불완전 빈자리 버티다 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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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한 당신이 좋아요.
손끝에 닿아도 만질 수 없는 당신으로 하여 쉽게 잡히는 것들이 따분하기만 해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당신이 다정하게 손 잡아주면 이토록 지루한 삶에도 매혹적인 별일이 깃들까요? ---「어렴풋하다」중에서 작고 등이 굽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거리에서 연주하고 있었어요. 선율은 아침 햇살만큼 화사하고 투명했습니다. 사람들이 무심히 스쳐 지나갔어요. 그이를 볼 여력도 없을 만큼 바빴을 겁니다. 그들의 걸음은 슬픔이나 연민이 스밀 시간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듯 빨랐습니다. 관계에서는 이런 순간이 아프더군요. 곁에 있는 이에게서 외면받거나 관계가 허물어지는 걸 지켜볼 때 말이지요. ---「외면」중에서 우연히 빈 종이컵을 들여다보았어요. 조금쯤 남아 있던 커피가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마른 흔적이 촘촘한 등고선으로 그려져 있더군요. 모든 사라짐은 어떤 식으로든 기록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우리의 그날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기록」중에서 여름 내내 앞마당을 제집처럼 찾아와 쉬던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신경 쓰이고 성가셔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으면 했는데 선선한 가을이 되니 도통 보이질 않습니다. 하루, 이틀 그리고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걱정도 되고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관계의 등식은 늘 이런 식입니다. 사라진 후에야 뒤늦은 후회와 미안한 감정이 몰려옵니다. (……) 내년 여름, 녀석이 다시 돌아올까요? 그때도 녀석이 지금처럼 좋을까요? ---「빈자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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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 한없이 서툰 당신에게
처음 마주한 당신의 눈빛에 이끌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운명지어졌다는 것을 확신케 하는 무수히 많은 우연에 설레어, 무심히 뱉어버린 설익은 고백. 서로에게 스미며 어느새 다정한 호칭으로 부르는 존재가 되고,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싶은 순간들을 지나, 조금씩 어긋나는 시선과 깊어질수록 쓸쓸한 날들. 문득 생각나고 후회도 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세계로 수렴되고 마는 것……. 이 책은 사랑하고 있는,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특별하지만, 어쩌면 전혀 다르지 않을 보편적인 ‘사랑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도 고된 날이 있지요. 서로에게 지칠 대로 지쳤고 둘만의 우물에서 길어 올릴 것도 바닥나 당신과 나의 우주가 천천히 회전을 멈추려 할 때, 당신과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 본문 중에서 『낯선 당신 가까이로』는 끝내 생소한 존재인, ‘당신’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과 드러내지 못한 몸짓을 기록했다. 사랑 앞에 한없이 서툰 당신에게 이 책을 건넨다. 말하지 못할 사연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