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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작은 서점의 특징은 특정 분야를 집약적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마치 옷가게 쇼윈도의 디스플레이가 다른 것처럼 각 서점들이 저만의 색깔을 갖고 있다. 대개 예술과 소설, 철학과 사회과학 등 취급하는 책의 장르를 제한하고, 특별히 희귀 도서만 다루는 곳도 있으며, 헌책을 함께 취급하는 곳도 있다. 서점 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이들 작은 서점은 특화된 서점 컬렉션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지역 주민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그들에게 맞는 책읽기를 조언해 주는 진짜 지역서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이들 서점은 북클럽을 진두지휘하고 자체적으로 작가를 초청해 토론회도 갖는다. --- pp.79~80
작은 서점의 몰락은 뉴욕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십여 년 이상 이 도시에서 호흡해 온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사라진 옛 동네 서점을 그리워한다. 그럼에도 아직 뉴욕에서는 동네마다 골목마다, 심지어 노점에도 어김없이 책방이 있고, 그곳엔 늘 그 책을 읽고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 이 도시의 책 읽는 문화에 대해선 일찌감치 감탄한 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야말로 뉴욕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책값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괜찮은 책이 읽히고 또 팔리면서 동네의 작은 서점도 동시에 살아 움직인다. --- p.83 이렇게 수많은 공연을 낯선 이방인인 내가 할인된 가격, 심지어 무료로 누릴 수 있는 까닭은 이 도시에 탄탄한 기부금 문화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르가 무엇이건 프로그램북을 펼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후원자 리스트를 보면서 이들이 문화부국이란 사실을 절감한다. 수많은 재벌과 기업이 각종 무료공연과 개별 극장, 갤러리를 적극적으로 후원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금을 절감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실리적인 이익 때문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평범하고 가난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이 이 정도라는 건 칭찬받을 부분이 있다. 여유 있는 사람은 그 수준에 맞게, 없는 사람에게는 대폭 할인해 동일한 문화 혜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니 가난한 여행자와 학생, 예술가들에게 이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 p.268 다른 나라 친구들의 솔직한 말을 듣고 보니 나를 포함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 도시가 유난히 호소력 짙게 다가오는 까닭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뉴욕은 세계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의 도시지만, 아시안 미혼 여성, 그중에서도 한국 여성에게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이다. 많은 이들이 몰아세우는 것처럼 브런치와 명품 쇼핑과, 영어라는 문화적 사대주의로 만들어진 분위기가 전부일까? 한 해를 남긴 여행을 정리하면서 말하자면 그건 그저 지극히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뉴욕이란 도시의 다양한 공존이 획일적 문화에 익숙한 우리의 가슴을 유난히 두드리는 것이 첫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제 빛깔을 잃지 않고도 한데 어우러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나와 다른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론적 명제를 가슴으로 배운다. 또 주식중개인부터 예술가 지망생, 레스토랑 요리사에서 아파트 도어맨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숨 가쁘게 달려가는 열정적인 삶의 현장을 목격한다. 땀 냄새 가득한 그 틈에서 나도 그들처럼 내가 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고 다시 출발선에 설 용기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가하는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결혼이라는 압력, 여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 말이다. -- pp.288~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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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 뉴욕에 스민 땀 냄새와 소음과 마이너리티의 기억을 찾아서
사회의 부품으로 분주하게 종종걸음 치던 서른 살 여자가 마감을 마친 어느 날, 무작정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간 무수히 반복했던 출장도, 휴가도 아닌 자신도 알 수 없는 형태의 출발. 길어야 두 달이면 충전하고 돌아와 다시 생활인으로 살아가겠지 짐작했던 이 여행은 그러나 계절이 바뀌고 해를 넘기도록 이어졌다. 이 책은 그녀를 뜻밖의 장기여행자로 만들어버린 도시, 뉴욕에 대한 이야기다. 가슴 설레는 여행자의 시선과 조금 더 깊숙하게 한 발을 담근 생활인의 관점을 더해 바라본 뉴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뉴욕의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그 속에 스민 땀 냄새와 소음과 다름에 대한 기억이다. 몇 년 사이 뉴욕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미국 드라마와 트렌드의 무서운 전파력 때문인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 1순위엔 파리가 아닌 뉴욕이 등극했고, 각종 매체와 인터넷에선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과 카페, 명품샵들을 소개하며 화려한 뉴욕의 로망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이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이 된 지는 이미 반세기가 넘는다. 100년도 훨씬 전부터 가능성과 꿈을 찾아 수많은 나라의 이민자들이 뉴욕으로 흘러들어왔으며 오늘날도 세계의 많은 청춘들이 도저한 꿈과 희망을 품고 모여든다. 장기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모험에 대한 용기와 무한한 호기심! 이 책의 저자도 반쯤 호기심으로 반쯤은 삶에의 색다른 활력을 찾고자 1년 넘는 시간 동안 뉴욕에 둥지를 틀었다. 90년대의 배낭여행 세대들이 그러하듯, 그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눈코 뜰 새 없는 직장생활에 시달리면서도 한 가지 버리지 못한 소망이 있었으니, 언젠가는 바다 건너 낯선 도시에 가서 1년쯤 홀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잡지사의 기자로 취재를 위한 해외출장도 많았건만, 그것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었으므로 장기여행에 대한 꿈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서른의 어느 날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차곡차곡 가슴 깊이 쌓아둔 재충전과 모험에의 의지가 드디어 분출된 것이리라. 장기여행에 필요한 것은 돈보다 용기다. 6년 동안 모아놓은 쥐꼬리만한 쌈지돈을 속절없이 까먹을 배짱, 서울로 돌아가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를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낯선 곳에서 공부도 일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일견 부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고독과 대면해야 하며 한층 여유로워진 시간의 활용도가 관건이다. 저자가 택한 방식은 쉼 없는 뉴욕 활보다. 물 한 병과 메트로 카드, 지하철 노선도, 카메라와 수첩이면 준비 완료. 동네 카페의 베이글과 뜨거운 커피로 시작되는 그녀의 하루는 여느 뉴요커들만큼이나 바쁘고 분주하다. 두 해 전, 출장으로 처음 뉴욕 땅을 밟았을 때는 착실한 관광객의 노선을 밟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니, 브로드웨이며 자유의 여신상, 화려한 5번가를 맴돌았지만 이번엔 반쯤은 뉴요커가 되어 뉴욕의 골목골목을 휘저어본다. 그녀의 촉수가 가닿는 곳은 도심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작은 서점과 소박한 갤러리, 진짜배기 뉴요커들만 드나드는 중고 상점들, 그리고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허물없는 대화다. 그렇게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제아무리 낯선 뉴욕에서도 나만의 아지트와 커뮤니티가 생기고, 다양한 국적과 사연을 가진 친구들과의 우정이 선물처럼 따라오게 마련. 장기여행자가 되고 삶의 속도를 늦추자 행복이 단짝친구처럼 따라다니고, 서울의 삶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고, 배우고,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기쁨은 배가된다. 두근거리는 청춘의 심장과 따뜻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만나는 뉴욕의 진짜 속살! 뉴요커들은 뉴욕에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더럽고 시끄럽고 냄새나는 뉴욕을 알지 못한 채 화려하게 치장한 뉴욕만을 향한 구애를 비웃는다. 김정은이 주목하는 뉴욕 역시 뒷골목과 변두리,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뉴욕의 미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아름다운 뉴요커들이다. 이 책 역시 뉴욕의 진면목을 체험해 가는 저자의 여정을 담고 있다. 1부는 뉴욕에 갓 도착한 관광객의 감성으로 만난 뉴욕의 첫인상이다. 걸핏하면 울려대는 소방차와 앰뷸런스, 경찰차의 소음에도 천연덕스러운 사람들, 눈물 나게 비싸다는 뉴욕 집세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착한 가격으로 마련한 보금자리, 25년 만에 발생한 뉴욕 지하철 파업 사태, 분리수거의 개념이 없는 쓰레기천국 뉴욕의 일면들이 독서를 즐기고, 삶을 향유하는 뉴요커들의 모습과 함께 정겹게 그려진다. 2부에선 어느 정도 뉴욕에 정착한 이후의 일상들이 그려진다. 동네마다 열리는 크고 작은 그린마켓부터 럭셔리한 슈퍼까지 즐거운 마켓 탐험, 비가 오는 날에는 반즈앤노블에서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책과의 성찬을 벌이고, 뉴욕 4대 일간지도 나름 비교해 보는 여유도 생겼다. 식도락은 뉴욕 최고의 매력. 다양한 국적을 지닌 이민자들만큼 다양한 입맛과 개성을 자랑하는 뉴욕의 맛집들은 이 책의 숨은 정보다. 뮤지엄과 갤러리에 대한 저자만의 감식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3부엔 저자가 여행 중에 취재한 8명의 뉴요커들이 등장한다. 쉽지 않은 유학생활을 버티고 순수 외국인의 신분으로 뉴욕의 도시설계사로 일하는 김형년 씨, 멕시코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뉴욕에 입성했으나 몇 년째 불법노동자로 지내는 드미트리오, 여든의 나이에도 다양한 봉사생활을 통해 웬만한 청춘보다 더 활력 있는 삶을 보내는 산드라, 부모님을 따라 파라과이를 거쳐 뉴욕에 재이민을 온 세 개의 모국어를 가진 테레사 등 국적과 나이, 직업을 불문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가는 뉴요커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4부는 뉴욕의 숨은 매력과 오늘날의 뉴욕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을 분석한다. 빌리지에서 시작해 윌리엄스버그에 이르기까지 뉴욕 예술가 거리의 이동을 통해 일류를 만들어내는 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