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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들
1. 닭울음소리 - 공포와 소외로부터의 탈출, 철조망 속의 자유 2. 시장 풍경 - 꽃향기를 사고파는 사람들, 그들이 살 수 없는 것 3. 아침 풍경 - 밥 냄새보다 진하게 와 닿는 가난의 냄새 4. 한낮 풍경 - 살기 위해 온 곳에서 살기 위해 숨죽이다 5. 저녁 풍경 - 삶의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꿈을 위하여 6. 사원과 스님들 - 살아 있는 한 살기 위해 싸워야 한다 7. 불교중학교 - 배움을 멈추면 희망도 멈추는 거다 8. 축구 그리고 내일 - 우리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2부. 우리, 새로운 길이 되도록 9. 새생명학교 - 미안하다, 더 줄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 10. 메솟의 이미지 - 아픔이 숨겨진 도시에 꽃으로 피는 소녀들 3부. 모든 길은 사람의 길 11. 영봉 스님과 히말라야의 꿈 - 그들이 있어 우리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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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포캠프(Nu Pho Camp). 오랜 독재로 인한 정치ㆍ경제적 소외와 공포로부터 탈출한 미얀마 난민들 수용소입니다.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밀림지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난민수용소. 그 철조망 속의 사람들이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누포캠프는 그 많은 수용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방 2㎞ 안에 2만여 명이 전기와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도 없이 살아가는 난민촌입니다. --- p.9
생존율 50%의 위협적인 상황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가면 감옥행이 되고 마는 사람들, 그래서 누구도 미얀마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을은 자체적인 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며 가난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난한 것은 물질의 문제이지 정신의 문제는 아니어서 캠프는 오래전 서울의 달동네들처럼 빈궁의 터전에 평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 p.26 닭이 울고 개가 짖는 마을.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누구도 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마을.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습니다. 골목마다 찌들어 있는 가난의 흔적들과는 상관없이, 지저분한 하수구와 엉성한 대나무집 그리고 꾀죄죄한 아이들의 몸뚱이와도 상관없이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그 밝은 표정은 이 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가졌던 생각을 와르르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 p.32 철조망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철조망 속이 그들의 세상입니다. 노선버스가 없고 지하철이 없어도, 20분만 걸으면 마을의 끝이 나오고 마는 좁은 공간일지라도, 그 면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들은 무한한 자유를 갈구하며 이 캠프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마음 을 가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누포캠프의 아침은 늘 싱싱하고 새롭습니다. 그 아침 골목에서 가난할수록 꽃을 만지는 손길이 그윽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 p.88 나는 지금 캠프의 동쪽 마을 한복판에 만들어진 공터에 서 있습니다. 600여 평 되어 보이는 이 공터에는 배구코트가 있고 학교운동장의 조회대 같은 시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근 작은 학교들이 공동으로 쓰는 운동장이고 마을 꼬맹이들이 모여해가 빠지도록 놀다가 어머니가 길게 이름을 부르면 놀던 공과 흙덩이를 팽개치고 가 버리는 그런 공간입니다. 지금 이 공터에서는 30여 명의 아이들이 혼 빠지게 놀고 있습니다. 땀에 전 몸으로 바람 빠진 공을 차는 사내아이들이 있고, 배구코트에서는 치마를 입은 가시내들이 키보다 훨씬 높은 네트 너머로 공을 넘깁니다. --- p.124 그의 말인즉, 불교중학교 교사들에게는 400바트의 월급이 책정되어 있지만 온전하게 나올 때도 있고 절반만 나올 때도 있고 더러 거를 때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영봉 스님은 이 학교 교사 11명에게 월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사 한 명의 월급 400바트는 한국 돈으로 대략 1만6000원입니다. 교사 한 명의 연봉이 19만2000원쯤 된다는 얘기입니다. 영봉 스님은 지난 3년간 불교중학교 전체 교사 11명에게 연봉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들이 한국말을 몰라서 그렇지 좀 안다면 ‘영봉스님’을 ‘연봉 스님’이라고 부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 p.178 학생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난민이 늘어난다는 것이니 미얀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지 않을 리 없다는 겁니다. 또 한 학급의 인원이 80명을 넘어서는 지경이니 수업 지도에도 무리가 따른다고 고백합니다.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 못지않게 이들이 졸업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합니다. 특히 100명에 이르는 고아들의 경우 이 캠프 안에서 갈 곳이 따로 없습니다. 부모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도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캠프를 벗어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니까요. --- p.182 누포캠프와 새생명학교를 둘러본 며칠 동안의 기억은, 세상에 태어나 47년 동안 살아온 날들의 모든 기억을 다 지워 버리게 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좋은 환경에 태어나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좋은 것들을 좋은 줄 모른 채 들끓는 욕심의 불길을 따라 살아오지 않았던가? 한 끼의 밥이 소중하고, 소중해야 하는 까닭을 이토록 깊이 생각해 본 적 있었던가? 한 벌의 옷이 소중하고, 소중해야 하는 이유를 이토록 절실하게 생각해 본 적 있었던가? 메솟은 그렇게 내가 거쳐 온 시간들을 되짚어 반성하게 했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나를 만난 것입니다. --- p.240 부처의 아름다운 길을 사람의 길로 바꾸는 길에 영봉 스님이 서 있습니다. 할 일이 많은 스님입니다. 하루 두 끼밖에 먹지 못하는 누포캠프의 청소년들이 끼니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일, 공포와 억압을 피해 온 스님들이 수행과 전법?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늘어나는 고아들로 한정된 식량을 나눠 먹어야 하고 돗자리도 없이 맨바닥에서 자야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입고 덮고 먹을 것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물론 영봉 스님은 이 일들을 함께 할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습니다. --- p.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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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미얀마난민수용소 누포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 줍시다 모든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길에서 길을 묻고 길에서 사람을 만납니다. 모든 길은 한 곳을 향합니다. 사람의 행복을 향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열고 아름다운 길은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행복을 향하는 사람의 길.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입니다. 아름다운 인연의 길입니다. 혹시 ‘누포캠프’라고 들어보셨나요? 오랜 독재로 인한 정치ㆍ경제적 소외와 공포로부터 탈출한 미얀마 난민들 수용소입니다.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밀림지역에 존재하는, 사방 2㎞ 안에 2만여 명이 전기와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도 없이 살아가는 난민촌입니다. 이 책 ‘철조망에 걸린, 희망’은 감성과 식견을 지닌 글솜씨로 널리 알려진 현대불교신문 편집부국장을 지낸 저자가 오래전부터 이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영봉 스님을 따라 열흘간의 일정으로 누포캠프와 태국의 국경도시 메솟 인근을 다녀온, 그 짧은 시간의 취재기록입니다. 닭이 울고 개가 짖는 마을.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누구도 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마을.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습니다. 골목마다 찌들어 있는 가난의 흔적과는 상관없이, 지저분한 하수구와 엉성한 대나무집, 그리고 꾀죄죄한 아이들의 몸뚱이와도 상관없이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수용소라는 말이 주는 공포와 결핍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바람 빠진 공으로 축구를 하고, 야채를 넣어 끓인 멀건 죽이 고마운 한 끼가 되고, 하루 두 끼로 버티는 이곳 누포캠프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그래도 맑은 웃음이 피어납니다. 그렇게 맑은 웃음이 피어날 수 있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희망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찾는 것입니다. 그럴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갖추어진 행복의 조건은 충분합니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거나 조금 더 큰 것을 찾느라 놓치고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내 곁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때가 되면 먹는다는 것, 하루 세 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슴 아리게 느끼고 왔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과 미운 사람을 구별하며 아옹다옹 살아온 날들도 행복했다는 것을 새록새록 되새기게 됩니다. 이 책은 그 행복의 조건들이 우리 안에 갖추어져 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곳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도 좋은 일이 되겠습니다. 이 책의 수익금은 미얀마난민수용소의 교육 지원 사업에 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