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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1장 기생의 딸 2장 신세계 3장 개안(開眼) 4장 전조(前兆) 5장 비상(飛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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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빼앗긴 우리의 근대, 암울한 역동의 시대
그 소용돌이의 한복판에서, 비차는 어느 하늘로 날아갈 것인가! ♣ 2013년 드라마 방영 예정! 감성 시대극 『비차』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인정옥 작가가 선택한 화제의 원작! ♣ 1900년대 인천 제물포 생생한 재현. 제물포 선착장의 전경과 현재의 인천 문화원인 제물포 구락부가 뛰어난 묘사로 펼쳐진다. “임진왜란 때 정평구란 사람이 비차를 만들어 ……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차는 30리를 날았다.” 이는 19세기 중엽, 조선의 실학자 이규경 선생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소설 『비차』는 바로 이 몇 줄 되지 않는 고증자료에 의해 탄생했다. 그러나 소설의 시대배경은 임진왜란이 아니라 구한말이며, 주인공은 정평구가 아니라 그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다. 그것은 작가가 처음 비차의 존재를 발견하고 일종의 역사적 충격을 받았던 것과 같은 시점에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혹은 우리의 역사 안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 ‘비차’라는 존재와 일제에 의해 빼앗긴 ‘근대’의 경험이 일면 닮아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실제로 구한말이라는 시대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근대적 의미의 ‘국가’, ‘민족’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과도기였으며, 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하는 개화시대의 실력양성론과 상호부조의 정신을 강조하는 아나키즘, 다양한 노동인구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역동적인 변화의 열정들이 살아 숨쉬는 시대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과거의 혈연사회와 근대의 이익사회가 다양한 모습으로 충돌을 일으켰다. 이 모든 과도기적 모호성들은 신분의 족쇄와 그 해방 사이에서, 친일과 혁명 사이에서, 민족과 개인 사이에서, 가난과 부패 사이에서,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여지없이 제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기생의 딸 ‘이해인’, 명망 높은 친일 가문의 도령이자 과학자 ‘성주호’, 그의 집사이자 발명가 ‘홍기준’, 이들 세 남녀의 만남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성주호는 어렸을 적, 정평구의 ‘비차’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자신의 집사이자 친구인 홍기준과 함께 ‘비차’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학했다. 일본에서 비차의 설계도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그는 제물포에 있는 성씨 일가의 산 깊숙이 별장을 짓고, 비밀리에 그곳에 틀어박혀 비차를 만든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별장에 뜻밖의 불청객이 숨어든다. 그 불청객은 바로 제물포 일대에서 ‘응봉산 정경부인’으로 통하는 기생의 딸 이해인이다. 기실 ‘응봉산 정경부인’이라는 별호는 그녀가 천민 주제에, 늘 고개를 뻣뻣이 세운 채, 제물포 외국인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모습을 고깝게 여긴 포구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다. 그런 그녀가 출입을 엄금한 성씨 일가의 산에 숨어든 까닭이 구구절절한데……. 시대적 혼란을 대변하듯, 이들 세 젊은이의 삶 중에, 어느 누구의 것도 단순치가 않다. 만일 내가, 당신이 그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삶을 선택하였을까. 그것은 친일이냐, 독립운동이냐, 도피냐 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 시대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도리어 일제에게 힘을 빼앗긴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부의 역사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그 시대 모든 사람들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여전히 지금 우리들에게도 닿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