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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화전 유인 감자 1 감자 2 등나무 오월 관절염 1 관절염 2 새벽 가물 속셈 아내와 싸운 날 꼭 한 번은 실망 콩밭에서 함성 콩을 걷다가 달아, 솟아 쳇바꾸 내 눈 속에 내리는 눈 대한에 서서 고구마 꽃샘추위 2부 정화수 정지 밤에만 자라는 콩나물 섣달그믐께 쌀 설날 아침 대보름 나숭개 비닐농부 버릇 보리밭 보리 이팝 내게 농사는 1 내게 농사는 2 내게 농사는 3 고추 자화상 미장원에 앉아 보리, 혹은 물고기 궤적, 이도 저도 아닌 짚신 누군들 옥탑방의 딸에게 춤 3부 모항 1 모항 2 모항 3 모항 4 모항 5 모항 6 모항 7 모항 8 모항 9 문을 바르고 편지 복수초 피거든 불면 언 발 동백 사월 사랑니 고백 낫에 대한 명상 가을 어느 날 눈의 시간 굿 눈 봄비 꿈에 쓴 시 나에게 시 짓기가 농사 짓기다 논으로 물이 들어가는 자유스러움 김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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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사꾼의 노래, “나에게는 시 짓기가 농사짓기다.”
언제까지 이 풀을 뽑고 병충 걱정하며 / 개미 쳇바퀴 장에 갇혀 있을 텐가? / 농사는 천하의 근본 / 가장 죄짓지 않는 게 농사여서 / 이로써 더없이 훌륭하다지만…… ― ‘내게 농사는 1’에서 박형진은 스스로 “시 짓기가 농사짓기”라고 한다. 등단한 지 스무 해 가까이 써온 시가, 서른다섯 해 동안 지어온 농사와 너무나도 똑같다고 한다. 안도현은 “이 시집이 각별히 심상한 것은 박형진이 시인으로 농민시를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농사꾼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평한다. 이렇게 박형진의 시는 그이의 삶에 딱 달라붙어 있다. ‘가장 죄짓지 않는 게 농사’다. 이것이 가난한 살림에도 여태껏 땅을 부치며 살아온 이유다. 이 시집이 심상하나, 시인의 삶이 결코 심상하지 않은 까닭은 긴 세월 몸 구부려 땅을 일군 삶의 무게에 있다. 예부터 농부들은 자기네 삶과 처지를 있는 그대로 노래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농사꾼으로서 살아가는 그네들 삶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었다. 박형진도 자기 삶을 정직하고 진솔하게 시에 부쳐 노래하고 있다. 이 땅을 지켜온 아버지 어머니를 닮은 시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 칠칠이 우거진 콩밭 고랑 / 아내와 내가 김을 매다가 /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 나는 장난스레 옆구리를 찔렀네 / 우리 한번 하고 하자 응? / 아내는 뚱한 표정 / 뭔 소린지 처음에는 몰랐나 봐 / 보는 사람 없을 때 한 번만 응? / 그제사 내 등을 꼬집으며 이 사람 / 미쳤어 미쳤어 한마디 ― ‘꼭 한 번만’에서 박형진의 시에는 이 땅을 올곧게 지켜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온전히 몸과 마음을 맡긴 채 고된 일을 하는 농사꾼 모습이다. 이것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까닭은 하루하루 묵묵히 땅을 일구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내하고 김을 맬 때 ‘한번 하고 하자’는 것도 자연의 순리에 합하는 몸짓이다. 고향을 떠나 도심에서 바삐 살아가는 이들에게 땅을 밟고 흙을 만지며 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토박이말에 담아 흙냄새가 나는 시 박형진의 시에는 흙냄새가 난다. 시인이 철 따라 만나는 자연물의 이름과, 늘 보고 듣는 말들로 질박하게 그려낸 시들이 많다. 말만 빌려 쓴 게 아니라 삶을 바탕으로 해서 나온 시들이다. ‘곰밤부리, 가시랑퀴, 붕알쟁이, 개땅빈대, 도살이, 흙둥구레미, 흙미꾸레미…….’ 같은 토박이말과, 입말이 시 곳곳에 생생하다. 비틀어 쓰거나 기교와 꾸밈을 넣어 쓰지 않아서 쉽게 읽히고 편안함을 주는 것 또한 박형진 시를 읽는 큰 즐거움이다. 글쓴이 박형진 1958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모항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지금까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시 짓기가 농사짓기라고 하는 농사꾼 시인이다. 1992년 ‘창작과 비평’ 봄호로 등단한 뒤,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를 냈다. 산문집 《모항 막걸리는 사람 씹는 맛이제》,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과, 어린 시절 이야기 《갯마을 하진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