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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장 고야, 영혼의 거울 고야의 삶, 그리고 예술 고야가 사파테르에게 Paintings by Francisco de Goya 2장 카프리초스 카프리초스 슬픔의 끝을 보여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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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는 공식적인 견해와 늘 대립했는데 그 이유는 항상 똑같았다. 그는 작품의 구도, 주제, 전반적인 구상을 당시의 취향에 따라서 설정하려 했지만 터져 나오는 자신의 개성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는 매번 달랐고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마드리드의 산 프란시스코 엘 그란데 바실리카를 위해 1784년에 완성한 [아라곤의 알폰소 5세에게 설교하는 성 베르나르디오]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 pp.16-17 중에서
1814년에 제작한 두 작품, [1808년 5월 2일]과 [1808년 5월 3일]은 회화사에 있어서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 두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다룬 전통적 표현 또는 아카데미 화가들이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상투적이고 거창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야는 이전과 이후에 제작된 어느 화가의 작품보다도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1808년 5월 3일]은 그 내용과 표현, 감정적인 힘으로 인해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공포를 다룬 이미지의 원형과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이 작품의 화면 구성과 감정 표현은 이후 에두아르 마네,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작품으로 이어지며 오래도록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p. 24 중에서 나의 마르틴에게. 자네의 편지가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네.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면 자네와 함께 있고 싶네. 난 자네를 깊이 사랑하고 있네. 자네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에 또 없을 걸세. 우리가 인생을 함께 보내고 초콜릿을 함께 먹으며 내가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23 레알을 함께 쓰면서 자네 일행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 세상에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걸세. ---p. 51 중에서 폐하와 황태자 그리고 황태자비께서 내게 얼마나 큰 영광을 주셨는지 자네에게 빨리 알리고 싶군. 나는 내 작품 네 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폐하께 감사드리며, 그분들 손에 입을 맞추었네.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다네. 내가 그분들께 그림을 드렸을 때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폐하께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나는 얼마나 행복했을지 한번 상상해보게나. 폐하와 왕실 가족이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더 바랄 나위가 없었네. 나나 내 작품이 그런 환대를 받을 만큼 대단하지 않은데 말일세. --pp. 38-39 중에서 『카프리초스』는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했다. 오수나 공작 가문과 그 친구들에게 이 작품집은 기괴한 캐리커처로 비쳤으며, 고야가 그렇게 부인했음에도 그들은 각 작품이 비판하는 대상을 알아내려는 게임에 몰두했다. 19세기의 낭만주의 화가와 작가들에게 이 작품집은 무의식적인 정신의 격렬한 분출로 여겨졌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카프리초스』는 하나의 걸작이며 하나의 도전이다. 아무도 마법이나 주술 따위를 믿지는 않지만, 악과 억압의 힘과 인간의 어리석음은 영원히 존재한다. 『카프리초스』의 판화들을 통해 우리는 모든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양상에 대해 숙고하게 될 것이다. -- pp.203-204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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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Goya, modern painting begins. - Andre Malraux
현대 미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앙드레 말로 18~19세기 초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스럽던 에스파냐. 궁정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는 왕과 귀족들의 초상화와 종교화를 그리면서 명성을 얻은 한편, 끊임없이 전통에 도전하고 혁신을 꿈꾸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자 했다. 18세기 후반, 후기 로코코 시대 에스파냐는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했다. 왕족과 귀족, 성직자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지배 계층은 사치와 허영, 탐욕과 부정부패에 깊이 물들어 있었으며, 전 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나폴레옹군은 코밑까지 진격하여 위협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오랜 정체기가 막을 내리고 변화와 발전을 향한 진통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때 고야는 궁정 화가로서 지배 계급의 비위를 맞추는 한편 구태의연한 전통적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기를 들었다. 당시 그가 그린 초상화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주문자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주면서 내면을 관찰하고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자신의 개성을 담뿍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근엄한 초상화와 더불어 에스파냐 민중의 삶을 밝고 화사한 색채로 표현하던 고야의 화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밤낮 없는 노력으로 비로소 인정받아 성공 가도를 내달리던 사십 대 중반에 청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내면세계로 점점 파고들던 고야의 눈앞에 프랑스군의 침략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과 두려움, 참혹한 현실이 펼쳐졌다. 그의 화폭은 인간의 광기와 야수성이 지배하는 악몽 같은 풍경으로 변해갔으며 음울한 색채와 휘두르는 듯한 붓 터치로 폭발할 지경이었다. 대표 작품들과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보는 고야의 삶과 예술 이 책에서는 에스파냐인의 정열을 간직한 고야의 삶과 예술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의 유화, 드로잉, 판화 대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60여 점에 이르는 유화 작품들은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화풍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가족보다 더 각별히 여긴 친구 마르틴 사파테르Martin Zapater와 이십 년 넘게 주고받은 편지글을 수록했다. 친구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전하는 편지에는 고야의 가족 관계와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생활, 경제적인 상황, 사냥과 초콜릿에 몰두하는 취미 생활, 왕족이나 귀족들과의 관계, 작품 제작에 대한 어려움,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 등이 함께 나타나 있다. 허물없는 친구에게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이 편지들은 후대에 작성된 그 어떤 해설보다도 고야 자신을 드러내준다. 인간 자신과 어리석음, 관습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사회를 비판하는 판화집 『카프리초스』 한편 이 책에서는 세련된 에칭과 애쿼틴트 판화 작품들로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꿰뚫어보는 판화집 『카프리초스Los Caprichos』의 전편 80작품을 고야가 직접 쓴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인간 정신의 어두운 측면과 삶의 다양한 양상을 관찰하여 제작한 이들 작품에서는 꿈과 환상적 요소에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을 버무리고 헌신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에 도피적인 요소를 뒤섞어 놓았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빛과 어둠을 적절하게 대비시키는 능숙한 판화 기법으로 인간과 인간이 처한 현실에 대해 매섭고도 씁쓸하게 논평하는 이 판화집으로 고야는 에스파냐를 넘어 프랑스와 영국에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뒤러와 렘브란트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화가이면서 판화가인 예술가의 계보에 자리하게 되었다. 고야의 작품들에 가득한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붓 터치, 솔직하며 때로는 고뇌의 찬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글보다 고야를 더 잘 말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여러 참고 문헌에서 발췌한 고야와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첨가하여 좀 더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한 권의 작품집으로 고야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란 가당치 않다. 그러나 당대 낭만주의 미술가들이 열광하고 이후 인상주의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야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작품들에 감동하고, 그가 비판하고 풍자하며 혹독하게 그려낸 18세기 말~19세기 초의 세계가 지금의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