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꿈
할머니 아일 이별 아르지랑 옮긴이의 말 |
서경홍의 다른 상품
|
“네가 세상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우리 자신도 주변이 동물들과 가까운 친척 같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항상 옆에 있는 사람들과 왜 같이 못 살겠느냐? 우리는 나무의 새싹이고 어머니의 자식들이다.”---p.35
“비단은 그 옷을 입은 사람에게는 아주 값진 것이지. 하지만 좋은 행주가 필요하다고 해서 누가 비단으로 행주를 만들겠느냐?”---p.49 할머니와 나는 통했고 우리는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었다. 할머니와 나는 북적거리는 대가족 안에서 또 다른 작은 가족이었다. 식구가 많은 대가족 안에는 여러 가지 번잡한 일이 많았지만, 우리의 작은 가족 안에는 행복이라는 작은 햇빛만 비출 뿐이었다.---p.47 아침에 가축들을 몰고 나갈 때는 앞장서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뒤에서 쫓아왔다. 가축들이 맹수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르지랑은 나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보호해주었다. 아침이면 나보다 앞서 길을 인도하였고 저녁엔 내 뒤를 따라왔다.---p.111 “어미도 없는 새끼 양이 늠름한 숫양이 되고, 힘없는 한 여자가 유르테를 가득 채울 만큼 아이를 낳는 어머니가 된단다. 그보다 더 훌륭한 일이 있을까?”---p.156 하루하루 살아남아 혹시 좀 나아질지도 모르는 내일까지 힘겹게 견디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은 내게도 죽을 조금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형편이 좀 좋아지는 때가 오면 항상 죽만 먹기로 결심했다.---p.181 맑은 날이면 파란 하늘에 노랗게 빛나는 별이 총총했고 그 빛이 흘러내려 가축들의 등에서 반사되었다. 이 희미한 별빛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며 양의 젖통에 매달려 있었다.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엄청난 추위가 파도처럼 끝없이 몰려왔다. 그럴 때면 언제나 하품이 났고 우리는 엄습하는 피로를 떨쳐버리기 위해 참으로 무진 애를 써야 했다. 당장 양들 틈에 쓰러져서 잠들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우리가 노래를 불러주어서 양들이 몸이 어는 것을 막고 사랑의 감정을 일깨울 수 있었다. ---p.185 |
|
푸른 하늘, 몽골 초원에서의 아련한 유년……
이 이야기는 몽골 투바족 소년의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항상 붙어 지내는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 같은 개 아르지랑이 아파서 죽는 꿈이었다. 어머니는 꿈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며 멀리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말하고 침을 세 번 뱉으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소년은 어머니의 말을 따르지만 이미 어머니에게 말해버린 뒤였다. 독일어로 글을 쓰는 몽골 출신의 작가 갈산 치낙은 풍부한 감수성으로 한 소년의 어린 시절을 펼쳐 보인다. 몽골 초원에서 살아가는 유목민 생활과 소년의 가족이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지난한 싸움과 함께 오랜 전통과 사회구조가 점차 변화를 맞고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1960년대 몽고 지역의 유목민들은 소련의 계획경제로 인하여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투바족 같은 소수민족은 그 체제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고유한 문화는 새로운 체제와 문명 이기의 유입으로 파괴되고, 그들만의 언어조차도 사멸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할머니의 죽음은 전통문화의 단절을, 자신을 분신처럼 따라다니던 개 아르지랑의 죽음은 새로운 문명에 의한 유목민 생활의 파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갈산 치낙은 정착문화에 의해 파괴된 유목문화를 고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정착문화 내지는 거대 문명의 폭압에 항거하고자 하는 단호한 그의 결심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처절하면서도 숙연하게 나타나며, 소설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행동으로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1996년 여름, 갈산 치낙은 유목민 문화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던 필생의 꿈을 이룬다. 그는 공산주의의 계획경제로 인하여 몽골 북부로 강제 이주되었던 투바 유목민을 이끌고 63일 동안 2,000킬로미터를 이동하여 고향인 알타이 산맥으로 돌아왔다. 칭기즈칸 이후 가장 거대했던 이동 행렬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또한 수십 년 동안 고향을 잃고 억압받아왔던 유목민들에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다. 갈산 치낙은 투바족에 대해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섬”이었다고 말하면서 그들 문화의 보존과 장려에 힘쓰고 있다. 갈산 치낙의 이 노력은 소수민족의 문화 보존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연을 경외하면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생명운동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그의 소설은 진정한 의미의 녹색소설이자 생태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갈산 치낙은 서구 문명의 병폐와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문화적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에 유목민의 친환경적인 시각을 열어주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몽골어도 투바어도 아닌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이유일 것이다. 갈산 치낙이 한국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도 10년간 독일에서 유학하여 독일문학을 전공한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갈산 치낙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그의 독일어 실력이다. 7년 동안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보다도 훨씬 유려한 문장을 구사한다.”라고 그의 문장력에 대해 감탄하고 있다. 《푸른 하늘》이 몽골 현대문학을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