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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면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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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야
가하 20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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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저자 소개 1

서야 전주 거주. 한국로맨스작가협회원. 현재 ‘깨으른여자들’에서 활동 중. ▣ 출간작 에덴의 연인에게 달에 걸다 거인의 정원 허브 청혼 비타민 열병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 여름숲 11월의 나무 수면에 취하다 삼거리 한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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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29일
이용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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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8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5.1만자, 약 4.9만 단어, A4 약 95쪽 ?
ISBN13
9788966470129

책 속으로

험악해진 윤의 표정에 민제가 혜영과 함께 재빨리 도망치자 유신은 어쩔 수 없이 이미 판이 끝나버린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다 타버린 고기가 다닥다닥 남아 있던 고기 판이 거친 윤의 손길에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말해. 어느 녀석이야?"
팔목을 움켜쥔 윤의 손이 보이지 않게 파르르 떨렸다. 다른 녀석을 사랑하는 유신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말하면?"
똑바로 고개를 든 유신이 당차게 물어왔다.
"뭐?"
윤이 황당한 투로 물었다.
"감히 내게 다른 녀석을……."
"내가 누구를 사랑하든, 너에게 감히라는 말을 들을 필요는 없어."
"이유신!"
"내가 너에게 뭔데?"
이런 유신을 본 적이 있었나? 언제나 태양처럼 환하던 유신. 목젖이 몽땅 다 드러나도록 깔깔 웃던 유신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니. 네가 나한테 뭔데?"
유신이 다그쳤다. 알 수 없는 유신의 공격에 윤은 단단히 입술을 여물었다.
"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건 내 문제야. 너와는 상관이 없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을 넌 그런 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건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 최윤!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너와 같이 잠 좀 잤다고 해서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거 우스워."
"이유신.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아니. 후회하지 않아. 섹스는 섹스일 뿐이야. 서로 지겨워지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이런 식으로 구속하는 거 난 싫어."
"단지 섹스일 뿐이다?"
바보처럼 유신의 말을 되풀이했다. 제 앞에 선 유신이 낯선 여인처럼 어색했다. 섹스일 뿐이라니. 유신은 결코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윤이 단단히 유신의 손목을 붙들었다. 비틀린 입술이 유혹하듯 흔들렸다.
"지겨웠다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 얼마든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었는데."
"놓아 줘."
"말하지 않았나? 절대로 널 놓아줄 생각이 없다고."
"지겨워! 난 지겹다니까. 이제 그만 끝내고 싶어."
"난 아직이야. 아직, 너에게 싫증나지 않았어. 그러니 네가 견뎌!"
"최윤!"
"다른 남자 따위로 날 밀어낼 생각은 하지 마. 그런 말 믿지 않으니까."
순간, 유신의 눈빛이 위험스럽게 번뜩거렸다.
"왜?"
유신이 물었다.
"무슨 뜻이야?"
"왜 내가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믿지 않아? 너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인데."
"아…… 내?"
동요하는 윤의 눈동자에 유신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신은 질끈, 눈을 감았다. 말하지 말걸. 그냥 차라리 사랑이 떠나서……. 그래서 헤어진 거라고 말할 걸 그랬다. 언젠가 그가 사실을 말하면 쿨하게 웃으며 이미 알고 있었다고, 미안해 할 것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윤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하지 않아? 왜?"
"카렌은……."
윤의 입에서 나오는 그녀의 이름은 듣고 싶지 않았다.
"모임 같은 거, 너 혼자 가."
"카렌은 한 번도 내 아내인 적 없어."
"그래도 내겐 마찬가지야."
미처 다 치우지 못한 그릇들을 가게 한쪽의 싱크대에 대충 던져 놓은 유신이 계단 쪽으로 돌아섰다.
"더 이상 찾아오지 마. 비밀이 깨어져버린 이상, 우리가 만날 이유는 없어져 버린 거야."
"이유신!"
급한 걸음으로 뒤쫓은 윤이 그녀를 붙들었다.
"내 아내는 오로지 너뿐이야."
"청혼조차 할 수 없는 아내?"
유신이 독하게 쏘았다. 그 말에는 차마 대답할 말이 없다.
망할 영감!
유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해, 일본에선 그도 모르던 아내가 생겨버렸다. 유신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에 젖어가느라 일본 할아버지에 대한 경계심이 늦춰진 탓이었다. 나오메에게만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죽어버린 카요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안달하던 할아버지를 잊고 있었던 건 분명 그의 실수였다. 망할 영감이 카렌의 집안과 어찌나 단단히 맺어놓았던지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새어나오는 한숨을 짓눌렀다. 이렇게 유신을 놓을 수는 없다.
"유신……."
그가 막 입을 열었을 때였다.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휴대 전화가 부르르, 요란을 떨어대었다. 싸늘한 유신의 시선이 그의 호주머니 쪽으로 향했다.
제기랄!
낮게 투덜대며 휴대 전화를 꺼내들었다. 액정에 나오메의 이름이 뜬다. 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신과 함께 있을 때엔 결코 방해를 하지 않는 게 그의 불문율이었다.
「무슨 일이야?」
- 저기, 그게…….
불편한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음색에 나오메의 목소리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여전히 그를 외면하고 있는 유신이 더 신경 쓰였다.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 급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가 없었어. 여기로 좀 와야겠는데.
「여기로 오라?」
- 일본에서 손님이 오셨어.
「손님?」
- 카렌 상이…….
뜻하지 않은 우연에 윤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바뀌었다. 카렌이 한국에 왔다? 이제까지 카렌이 일본 집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 역시 명분상의 아내라는 건 철저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평생 결코 그의 진정한 아내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그녀가 이 곳까지 찾아왔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긴장감으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의아한 유신의 시선이 느껴졌다. 찌푸린 미간을 주무르며 윤이 애써 담백한 투로 대꾸했다. 그나마 유신이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지금, 카렌이 이 곳에 있다는 걸 유신이 알아서 좋을 건 없었다.
「볼 일이 없을 텐데?」
- 그래도 오는 게 좋겠어.
「감히 날 만나겠다?」
- 아니. 유신 상을 만나고 싶어해.
심장이 싸늘해졌다. 그가 아닌 유신을?
- 긴!
나오메가 질린 음성으로 그를 불렀다.
- 긴이 오지 않으면 직접 유신을 만나겠대. 여기, 지금 별장이야.
그러기만 해 보라지!
윤이 비웃었다. 전화선 너머 나오메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 그녀……. 진심이야.
이런, 빌어먹을!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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