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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곱 살이던 9월의 어느 오후엔 엄마 발치에 앉아 엄마가 인내심을 갖고 신발 끈 묶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다음 날이 내 초등학교 입학 날이어서 엄마는 이제 나도 내 버스터 브라운 구두끈을 혼자 묶을 줄 알아야 한다며, 내가 “이렇게?” 하면 부드럽게 “아니, 다른 쪽 끝을 거기, 아니 그 옆에…… 그래.” 하며 한 시간 반 동안 설명해 주었다. 손수 해 보일 수 없어서 엄마는 말로 해야 했다. 빨래 개는 법, 고기 써는 법, 필기체로 큐(Q) 쓰는 법, 블라인드 헴 바느질하는 법, 채소를 채 써는 법, 몸에 맞는 브래지어 고르는 법, 마스카라 바르는 법까지 엄마는 내게 무슨 일이든 설명해 주어야 했다. 엄마의 몸 전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머리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내가 얼마나 자주 잊어 버렸는지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엄마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사실을 종종 잊었다.
우리 엄마는 철폐 속에서 울었던 그날 자신에게 남은 어떤 힘이든 쓰겠다고 맹세했듯, 정확히 그렇게 했다. 맹렬하게. 엄마는 그 누구보다 주의 깊게 소리를 들었다. 음악, 새 노래 소리, 바람과 빗소리.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말. 엄마는 사람들이 하는 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감정까지도 들었다. 엄마는 오직 냄새만으로 오븐 속의 음식이 다 된 때를 알 수 있었고, 거실 건너편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어느 선물 상자 속에 바디 파우더가 들어 있는지 맞출 수 있었다. 엄마는 음식의 맛에 대한 다양하고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통해 내게 맛있는 음식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엄마는 자신의 눈빛이 몸 전체가 되도록 만들 수 있었다. 화가 났을 때, 엄마의 시선은 엄마의 몸이 되어 누군가를 붙들고 제압하고 엄마 앞에 그의 뜻을 굽히게 만들었다. 엄마는 단지 날 쳐다볼 힘밖에는 없었지만 나는 엄마가 두려웠다. 굉장히. 그리고 특별하게. 엄마가 내게 스스로 뺨을 치라고 했대도, 난 그렇게 했을 것이다. 피시는 가고 없었다. 며칠 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 오리들도 가고 없었다. 나 역시 없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난 바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 내 두 팔로 몸을 꽁꽁 붙든 채, 날 끌어당기는 거대한 힘, 엄마를 인식하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바늘처럼 빠르고 아프게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생각이었다. 나는 소스라쳤다. 나는 집으로 달려가서 엄마의 휠체어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흐느꼈다. 엄마 역시 혼자 울고 있었단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매일 밤 기도한다. 옛날식대로, 피시가 가르쳐 준 대로 침대 옆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턱 아래 모르고 눈을 감는다. 나는 소리 내어 기도의 말을 속삭인다. 마지막엔 항상 같은 말을 한다. 엄마에게, 고맙다고. 내가 잘 있다고. 나는 행복하다고. 엄마가 옳았다고, 얘기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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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인생 이야기에서 소설이 탄생하다
엘리자베스 버그는 2003년 9월 매리앤 래밍 버크라는 독자에게서 자기 어머니 이야기를 책으로 써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 입양아로 여섯 살 때 양부모가 죽은 뒤 성장기 대부분을 보육원에서 보낸 팻 래밍은 임신 중 소아마비에 걸려 철제 호흡 보조 장치인 ‘철폐’ 속에서 기적처럼 아이를 낳고 그후 호흡 보조 장치에 의존해 살면서 아이를 키우고 스스로도 공부해 약물중독 상담가이자 장애인 운동가로 활동했다는 이야기. 편지를 읽고 나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작업은 할 수 없다던 작가는 동봉한 모녀의 사진 한 장에 반해 소설화를 결심, 마침내 한 여자의 소설 같은 인생 이야기에서 소설 ??페이지??(원제 We Are All Welcome Here)가 탄생한다. 1964년 ‘자유의 여름’ 미시시피 주 투펠로의 세 여자 이야기 미국 전역이 흑인 민권 운동으로 긴장이 고조되던 그때, 사춘기에 접어든 열네 살 소녀 다이애나는 가수 앨비스 프레슬리가 태어난 투펠로에서 평범한 삶을 꿈꾼다. 옷과 잡지를 살 돈을 벌고 싶고, 남자라는 수수께끼도 풀고 싶고, 작은 동네의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고도 싶다.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친구와 같이 대본을 쓰고 기획한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영화배우들에게 자주 편지를 써 보내 자기를 알리는 등 장차 배우가 꿈인 백인 소녀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여섯 살 때부터 시작된 엄마 페이지의 간병을 돕는 일. 만삭의 몸으로 소아마비에 걸려 전신 마비가 된 페이지는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영혼이 자유로운 여성이지만, 흑인 간병인 피시와 어린 딸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 철폐 안에서 기적처럼 딸을 출산한 페이지가 머리 말고는 신체 어느 부분도 움직일 수 없고 숨 쉬는 것조차 이동식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그녀 곁을 떠난다. 아이를 책임지고 입양시키겠다는 남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페이지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3년을 더 철폐 병동에서 생활한 끝에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투펠로 방앗간 동네 작은 집에서 현실이 된다. 다이애나가 병원에서 태어난 후 집으로 와 열한 살이 될 때까지 모녀를 돌본 흑인 간병인 피시와 그녀의 남자 친구 라루는 이 모녀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1964년 여름, 근근이 꾸려지던 이 가정에 더 버틸 수 없는 위기가 닥치고, 다이애나의 어떤 행동으로 모든 것이 변하게 되는데… 이 작은 가정에 찾아온 증오와 역경을 딛고 세 여자는 저마다 자립과 이해와 평화에 이르는 길을 발견한다. 출발점이 다른 아이들이 자라는 이야기, 다락방 N n개의 모습과 속내를 가진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과 속도로 꿈꾸고 자라나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다락방 N] 시리즈는 마녀사냥의 희생자인 그렛의 입을 빌려 전쟁과 폭력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한 시리즈 첫 번째 책 베트남전을 중심으로 기존에 알던 한 세계와 이별하고 자신만의 시선을 찾아가는 소녀 이야기 슈팅 더 문에 이어, 세 번째 책 페이지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가난한 사춘기 비장애인 소녀가, 세상의 선입견에 아랑곳없이 스스로를 사랑하며 당당하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장애인 엄마를 지켜보며, 1964년 ‘자유의 여름’을 통과하는 성장기다. “피부에 와 닿는 열기처럼 생생하게 그날들을 묘사하는 다이애나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들이 마주한 엄연한 한계와 고통보다는 삶의 즐거움과 아름다움, 가능성,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들의 힘에 더욱 마음을 기울이게”(옮긴이의 글) 될 것이다. [다락방 N] 시리즈가 다름이 폭력의 근거가 아닌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아이들이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 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믿음직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