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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 14p
어둠. 빛 - 22p 침묵,굴레 - 36p 돌,그림움 - 46p 흔적,굴곡 - 58p 계절,환희 - 76p 하늘,바다 - 100p 길,선택 - 126p |
庾炳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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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진은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 사진가는 오직 사진으로 말한다. 그런 데 나는 그 사진에 또 얘기를 덧붙인다. 사진과 글이 만나 어우러진다. 어쭙잖게 글쟁이를 흉내 내며 40년 넘게 내 사진에 글 붙이는 일을 즐기며 살아왔다. 이번 작업은 2006년 가을 [포기해 봐 뭔가 있을거야]를 발표한 이후에 만들어 진 것들이다. 살아온 뒤편을 되돌아 보는 의미에서 또 한차 례 내 삶의 튜닝이다.
송나라 화가 곽희(郭熙)는 “화시무성시 시시무형화(畵是無聲詩 詩是無形畵)”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Simonides)도 “Painting is a mute poetry and poetry is a speaking picture” -그림은 말없는 시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그림(사진)과 글의 상호관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당나라 왕유(王維)의 그림과 시에 대해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는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진과 글의 어우러짐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내 사진에 곁들여진 짧은 글들이 굳이 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 괜찮다. 글의 좋고 나쁨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생산자로서의 작가]에서 우리가 사진가로부터 요구해야만 하는 것은 사진에 글을 붙일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고 이를 통해 사진가는 사진을 유행적 소비품으로부터 건져내 사진에 획기적인 사용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글이 곁들여진 내 사진이 대단하게 그 가치가 상승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내 속내를 풀어 놓은 것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