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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서문
서문 [일러두기] 제1장 노동법의 계보학 Ⅰ. 선사 Ⅱ. 역사 제2장 비교법 Ⅰ. 차이점 Ⅱ. 영향 제3장 근로계약의 제도화 Ⅰ. 법 Ⅱ. 판사 Ⅲ. 사회보장 제4장 직업적 자유 Ⅰ. 영업의 자유 Ⅱ. 노동의 자유 Ⅲ. 단결의 자유 제5장 종속 Ⅰ. 종속의 지표: 임금노동의 경계 Ⅱ. 종속의 제한: 사용자의 권력의 제한 제6장 집단적 노동관계 Ⅰ. 집단적 대표 Ⅱ. 노동쟁의 Ⅲ. 단체교섭 제7장 임금과 근로시간의 교환 Ⅰ. 근로시간 Ⅱ. 임금 제8장 안전 Ⅰ. 신체적, 정신적 안전 Ⅱ. 경제적 안전 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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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랑스 노동법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였다. 논문 주제가 “직장폐쇄”였는데, 일본과 독일과 프랑스를 비교하는 연구였다. 일본과 독일의 논의는 한국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대개는 직장폐쇄를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인정한 다음, 어떤 경우에 위법하게 되는가를 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논의는 방향이 달랐다. 직장폐쇄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므로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되는가를 논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법이 파업권을 노동조합의 권리가 아니라 근로자의 권리로 바라보는 관점과 결합되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신선했다. 그리고 흥미로웠다. 프랑스 노동법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프랑스 노동법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연구자도 극소수였고, 연구 결과도 거의 없었다. 이는 한국 노동법학의 심각한 이론적 편향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와서야 비로소 조금씩 프랑스 노동법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조용만 교수(건국대)가 “프랑스의 정리해고법리”(서울대, 1998)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프랑스 노동법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얼마 후 조임영 교수(영남대)가 “프랑스 불안정근로계약”(영남대, 2000)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이 분야에서 프랑스의 논의를 소개하는 데 기여를 하였다. 이 두 분의 연구 활동으로 프랑스 노동법의 기본적 논의는 어느 정도 참고문헌 목록을 갖추게 되었다. 그 다음은 프랑스에서 노동법 학위를 받고 귀국한 나의 몫이 되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또한 한국 사회 전체의 도움에 힘입어 무사히 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자의 의무이기도 했다. 특히 프랑스 노동법 교과서를 번역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이 간헐적으로 제기되었다. 외국의 교과서를 번역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우선 그 나라의 노동법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독자들과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번역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교과서란 주기적으로 개정판이 나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원서의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바뀐 내용을 살펴 번역판에 반영할 수 있는 성실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러한 능력과 성실함을 갖추지 못한 게으른 연구자였기 때문에 프랑스 노동법 교과서를 번역하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거기에는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노동법 교과서가 1,000쪽이 넘을 정도로 너무 두껍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한편, 귀국 후 여러 대학에서 프랑스 노동법을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강의 교재로 쓸 만한 입문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랭 쉬피오 교수의 [노동법]이었다. 2007년에 한양대 대학원에서 프랑스 노동법을 강의하면서 이 책의 초판(2004)을 번역하여 교재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2010년에 제4판(2009)을 참조하여 번역을 개정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정식으로 출판할 생각은 없었다. 책 자체가 프랑스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교양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온 것이어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된 채 핵심만 압축적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들이 프랑스 노동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해설서가 필요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동료 연구자들에게 참고용으로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이흥재 교수가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책이라면서 출판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그리고 내 생각도 좀 바뀌었다. 너무 기술적인 설명 위주의 책보다는 노동법 일반과 프랑스 노동법을 좀 더 원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프랑스 노동법을 전공하지 않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입문서로서 더 낫겠다고. 다행히 오래출판사에서 출판을 흔쾌히 맡아 주어 일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황인욱 사장을 비롯한 오래출판사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은 프랑스 PUF 출판사의 유명한 인문교양시리즈인 “크세쥬” 시리즈의 한 권이다. “크세쥬”란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라는 몽테뉴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길사가 예전에 일부를 번역하여 출판하였는데, 지금은 중단된 것 같다. 이 책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알랭 쉬피오 교수가 20여 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100쪽 정도의 작은 책에 압축한 것이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씌어져 일반인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내용이 얕은 것은 아니다. 쉬피오 교수는 사회적 관계의 교의적(dogmatique) 기초를 킺석하는 데 열심이다. 이 책도 저자 특유의 교의적 법 개념에 입각하여 서술되었다. 교의란 “교조” 또는 “도그마”라고도 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성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회도 교의적 기초 없이는 성립되거나 유지될 수 없다. 인간의 모든 행위에 합리적 근거를 갖다 대어야 한다면 인간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를 이성적으로, 즉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욕망은 근대인의 특징이다. 과거의 우생학에서 나치의 인종주의를 거쳐 지금의 시장전체주의까지,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욕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삶은 그 자체로 기적이기 때문이다. 교의적인 것은 반이성적 맹신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성을 정초함으로써 그 주춧돌 위에서 인간이 자유롭게 행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법이란 그러한 의미에서 교의적인 것이며, 따라서 교의적 법 개념은 근대성에 대한 근원적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 자체에서 그러한 사상을 충분히 음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학술 논문 한 편의 내용이 두세 줄로 압축되어 있는 식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이 함께 번역되어 읽힌다면 이 작은 책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각들을 머금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그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 책의 진미를 맛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또한 번역이 엉망인 탓도 있으며, 그것은 곧바로 역자의 글쓰기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쉬피오 교수의 프랑스어 문장은 웬만한 문필가 뺨칠 정도로 정확하고 수려한 문장인데, 그것을 한국어로 제대로 옮기기에는 역자의 문장이 너무 짧다. 당장의 필요 때문에 감히 출판을 시도하지만,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행히 개정판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장을 좀 더 다듬어 볼 수 있겠지만, 언감생심이라 그저 독자들의 호된 질책을 기다릴밖에. 2011년 7월 28일 박제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