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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01 성남훈 02 손재식 03 손홍주 04 송정근 05 안세권 06 양영훈 07 오상택 08 윤정미 09 이갑철 10 이강우 11 이상엽 12 이선민 13 이수영 14 이원철 15 이은종 16 이은주 17 이응종 18 이준의 19 이희상 20 임재천 21 조우혜 22 채 경 23 채승우 24 최광호 25 최민식 26 최병관 27 최영진 28 파야 29 한금선 30 한옥란 31 황선구 부록 _ 카메라의 탄생-니콘, 라이카, 롤라이, 미놀타, 올림푸스, 캐논, 핫셀블라드 에필로그 감사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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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가방에서 엿볼 수 있는 것들
사진은 그 출발부터 기계-혹은 장비-와 함께했다. 19세기에 들어와 기어코 사진이 발명되도록 밀어붙였던 시대의 요청은 ‘훈련받은 화가를 뛰어넘는 기록성’이었으니 말이다. 1839년 사진술이 공표되기 이전에 화가를 고용하여 초상화를 그려낼 형편이 안 되는 서민들이 저렴한 초상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던 ‘실루엣(천이나 종이에 빛을 비추어 인물의 윤곽을 따라 그린 그림. 사진이나 영화에서 사용되는 ‘실루엣 기법’이 여기에서 유래했다)’이나 여행 중에도 비교적 간편하게 실제와 비슷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카메라 루시다’ 역시 종이와 연필 이외의 장비가 필요했다. 그러니 오늘날 사진을 찍는 우리가 사진 장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역사적인 면죄부가 있는 셈이다. 여러 사진 장비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카메라. 매력적인 기계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이 잘 구현된, 기계와 전자, 광학 등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룬 모더니즘의 결정체다. 주말 사진가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먹고사는 일에 좇기다 보면 정작 카메라를 꺼내 바람이라도 쐴 시간은 사진을 찍기 힘든 빛도 없는 한밤중. 그래도 없는 형편에 어렵사리 마련한 카메라를 애지중지 쓰다듬다가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면 마음이 뿌듯하다. 주말에 멋진 사진을 찍는 꿈을 꾸며 누운 잠자리는 행복하다. 처음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쁘던 내 카메라가 시간이 지나면 눈에 차지 않는다. 시커멓고 커다란 시멘트 블럭 같은 카메라, 대포만 한 망원 렌즈, 사람 눈보다 밝다는 이런저런 값비싼 렌즈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 장비들을 내 것으로 만들면 늘 멍청해 보이는 내 사진들에 순식간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만 같다. 선배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네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충실히 익히고 난 다음에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멋진 사진들을 뽑아내는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은 정작 내가 꿈꾸는 것들이다. 못 가져 본 것 없는 솔로몬 대왕이 노년에 이르러 ‘모든 것이 헛되다’ 하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장비를 바꾸어 댄다. 결국 그 말이 옳다는 걸 비싼 수업료 내며 체득하고 난 뒤에는 사진을 그만둔다. 사진은 이리 허무한 것인가? 「사진가의 가방」은 사진 잡지 〈월간 포토넷〉에서 2005년 3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매달 빠지지 않고 많은 독자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얻었던 연재물이다. 이 기획을 열 때, 우리는 독자들이 단순히 어떤 사진가가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목록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를 발견하곤 어깨를 으쓱하는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그 장비 목록의 행간에서 알 수 있는 사진가와 사진 장비와의 관계, 더 나아가 사진가와 사진 찍히는 대상의 관계를 읽어 낼 수 있기를 바랐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35mm 필름을 넣는 작고 가벼운 소형 카메라, 다이앤 아버스와 시선을 집중시키는 정방형 판형의 중형 핫셀블라드, 게리 위노그랜드와 연속 촬영이 가능한 모터 드라이브 달린 소형 카메라, 안셀 애덤스와 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목제 대형 카메라, 데이비드 호크니와 즉흥적인 촬영이 가능한 폴라로이드 카메라. 이 거장들의 작업과 그들이 선택한 사진 장비는 지극히 합당한,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다. 그들이 고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 그 지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기계들이 필요했다. 크고 무거운 카메라와 작고 가벼운 카메라 간에는 단순한 화질의 차이를 넘어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모든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휴대폰이 등장한 이후 훨씬 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외울 수 있는 번호는 몇 이하로 줄어들고, 노래방이 생긴 이후 더 많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지만 기억하는 가사는 몇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소형 디지털카메라와 육중한 삼각대에 올려놓고서 검은 보자기를 둘러쓰고 초점을 맞추고 필름이 한 장씩 들어 있는 홀더를 카메라에 끼워 릴리즈로 셔터를 여닫아야 하는 대형 카메라를 사용할 때의 마음이 결코 동일할 수가 없다. 이 책에 실린 장비들은 시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진가가 대상과 작업을 대했던 태도와 접근 방법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고 남을 것이다. 그 행간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이 책은 전문 사진가, 취미 사진가 모두에 오래도록 유익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사진 장비들, 이제는 ‘카메라’ 하면 당연히 디지털카메라를 가리키는 것이 되었고 사진과 동영상의 경계도 무너지는 지금, 새로운 장비들로만 얻을 수 있는 신선한 작업을 해내는 사진가들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귀한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어 주신 사진가 한 분 한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최재균/ 포토넷 대표 2011년 7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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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품은 ‘사진가의 가방’
『사진가의 가방』은 사진가들이 사용하는 카메라, 렌즈, 액세서리 등 가방 속 장비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가에게 있어서 카메라는 화가의 붓이나 목수의 망치와 같이 중요한 도구이다. 카메라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 포맷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그에 따라 사진의 특성도 다르게 나온다. 이처럼 장비가 사진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진가들이 카메라와 렌즈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비단 전문 사진가뿐만 아니라 사진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도 카메라와 장비는 높은 관심사이다.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어떤 때는 주객이 전도되어서 사진보다는 카메라나 렌즈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휴간 중인 〈월간 포토넷〉의 연재 기사였던 「사진가의 가방」을 2006년 3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맡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 역시 「사진가의 가방」을 단순히 사진가의 장비만을 소개하는 장비 위주의 기사로 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론 「사진가의 가방」이 가방 속 장비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장비 설명으로만 그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사진가는 카메라라는 장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한다. 하지만 좋은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 작품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카메라를 손에 든 사진가의 수고와 노력, 작업을 위한 고민, 사진가로서의 뚜렷한 정체성 등이 있어야 비로소 사진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는 이러한 사진가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무형의 정신세계를 유형의 사진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이다. 「사진가의 가방」은 사진가를 사진가로 있게 해 주는 도구인 카메라와 장비들을 매개로 사진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탐구를 하려는 취지의 기사였다. 남의 가방 속을 낱낱이 뒤져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일이기에 자칫 작은 실수로 큰 실례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임은 틀림없다. 많은 사진가들을 귀찮게 하면서 엿본 사진가의 가방 속에는 개인의 정체성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담겨 있고 사진가의 작업과 작품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었다. 오지 탐험을 하는 어느 사진가에겐 최고 사양의 GPS가, 현장을 누비는 어느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겐 방탄헬멧이, 파인아트 분야의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어느 사진가에겐 작은 조약돌이, 그들 각자 작업의 형태와 성격은 물론 사진가의 취향 등을 말해 주는 인덱스가 되어 주었다. 사용하는 카메라도 천차만별이다. 사진가에 의해 개조된 카메라, 시대를 불문하고 사진가와 오랜 시간 동거한 구형의 카메라,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 카메라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특이한 카메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가의 가방 속에는 여러 종류의 장비들이 들어 있고 이들 장비는 저마다 무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때로는 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모델임에도 사용하는 사진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 작업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어쩜 그리 다를 수 있는지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각 사진가의 개성이리라, 수긍이 간다. 사진가의 손때 묻은 카메라와 장비들은 인터넷 장터에서 떠돌아다니는 스펙이 어떻고 성능이 어떻다는 여느 카메라나 장비들과는 다른 느낌과 의미를 갖는다. 물론 사진가들 역시 장비의 성능이나 특징을 따지고 살펴서 자신의 장비로 삼는다. 그러나 사진가의 가방에 담긴 장비들은 사진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사진가의 영혼을, 사진가의 감성을, 사진가의 의식을 흡수하여 나중에는 사진가와 혼연일체가 된다. 바로 사진가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사진가의 가방 속 장비들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나 모델명, 렌즈의 조리개나 초점거리 수치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사진가의 이야기이다.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지나 다녔던 길의 이야기, 바라보았던 사물의 이야기 등... 여기에 소개된 전문 사진가뿐만이 아니라, 공들여 자신의 사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장비에 작은 이야기 하나 쯤은 품고 있을 터이다. 손때처럼 켜켜이 쌓인 이야기. 『사진가의 가방』은 그런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를 풀어 보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사진은 순간에 대한 기록이며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기억을 대신해 주는 아주 편리하고 유용한 기억의 대체물이다. 이런 기억들이 시간의 층을 따라 모이고 모이면 아카이브가 된다. 「사진가의 가방」은 이 땅의 사진가와 그들의 장비에 대한 기록이고 아카이브이다. 「사진가의 가방」이라는 멋진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사진가들 덕분이다. 자신의 비밀스런 속내를 시원스레 펼쳐 보인 모든 사진가들에게 그리고 기사 진행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단행본 편집을 위해 연락을 했음에도 반갑게 맞아 주고 도움을 준 사진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사진가의 가방』은 진심으로 사진을 사랑한 사진가들에 대한 기록이며 그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임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