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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꽃도둑/ 괭이밥/ 게발선인장은 겨울에 핀다/ 구절초/ 꽃의 힘/ 꽃밥/ 봄맞이꽃/ 석산/ 만삭의 봄/ 엉겅퀴꽃/ 파리지옥/ 엄마의 꽃밭/ 꽃이 피는 내력

제2부
오월, 왁자한 생의 바다/ 즐거운 식사/ 병아리 뽑기/ 살보리심/ 마산만의 막내야/ 난시/ 손/ 영접/ 이제 됐어?/ 풀이 아니어서 미안해/ 찔레꽃 피면/ 터치 터치 내 사랑/ 노란 예수님/ 맞짱

제3부
변명/ 종일 나랑 놀았다/ 가을 바람나다/ 임신/ 풋콩 까는 시간/ 손금/ 열꽃/ 누에/ 집 사던 날/ 빈집/ 어머니의 둥지/ 비비새 날던 날/ 황매산/ 내소사에서/ 파래/ 막순이/ 현봉선생 1/ 현봉선생 2/ 조야

제4부
도중하차/ 경쟁/ 한낮/ 그림자놀이/ 돌멩이 탑/ 금강산에 언제든 갈 줄 알았다/ 정치가 내 결혼에 미친 영향/ 기아 소녀와 콘도르/ 촛불광장의 아리아/ 아름다운 상상/ 안장/ 햇살 눈부신 거리에서/ 구조의 탑

저자 소개 1

1963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2000년 무크지 『살류주』, 『여성비평』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꽃도둑』이 있다. 시인은 현재 산청에서 도농상생기업 ㈜산엔들을 운영하고 있다. 숲 해설가이지 생태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들꽃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건강한 풀꽃이야기 산문집 『풀꽃과 함께 하는 건강약초 126선』을 펴내기도 했다. 시인은 현재 '객토문학동인'과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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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6g | 128*188*20mm
ISBN13
9788966271474

책 속으로

내가 그랬지
네가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고
담장 너머 바다가 있다고 아무리 을러도
나는 네게 가서 피어날 거야

보도블록 틈새엔 먼지들이 살지
먼지들이 모여 흙이 되지
쓰리고 아픈 흉터가 뭉쳐 나를 키운다는 거
세상의 작은 것들은 다 알아

내가 샛노랗게 발정하고
볼이 미어터지게 익어가는 것은
먼지만큼의 힘을 갖고 싶기 때문이야

가끔씩 아래를 봐
샛노란 내 프로포즈를 받아줘.
---「괭이밥」중에서


나하고 나랑 그렇게 창가에 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고 도란도란

세상이 나한테만 혹독하다고 하소연하는 내게
너는 가만가만 나직하게 내려다보며 뚝뚝 울어주었지

그동안 나를 위해 울어줄 시간마저도 없어서
가슴에 물이 찬 것이라고 다독다독

출렁이다 넘쳐서 범람할 거라고
악을 쓰며 바다로 가겠다고 하자

너는 바다 속에서 눈물이 된 그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들이 너무 많이 울어서 바다는 자꾸 넘치는 거야

네가 영롱하게 넘치는 술 한 잔을 건네며
이제 그만 바다로 간 새끼는 놓아주자고 말했을 때
술맛이 쓴 것이 아니라 짜다는 걸 알았네

그렇게 찰랑대며 바다를 마시며 놀았지
지는 해가 기우뚱 내 안에 빠져들 때까지
발갛게 놀았지

내 진실한 벗 나와
두 손을 마주 잡고 쓰다듬으며
세상에서 더없이 따뜻한 사랑을 나누었네.
---「종일 나랑 놀았다」중에서


너를 먹어야 내가 산다
아비는 어미를 먹고
어미는 아이를 먹고
아이는 조기 눈알
맛있게 빨고는 입맛을 다신다

하얗게 이승을 버린 쌀눈들이
순교자처럼 제단에 오르고
식탁 위의 세상에 고요히 먹힌다

씨눈의 살들을 맛있게 먹으며
살아 있는 것들은 죽어가고
죽어간 것들은
영혼도 없이 빛이 된다

내가 먹은 수천의 생명
나를 먹은 세상의 입들이
천연덕스럽게 모여
다정한 밥상 풍경이 된다.
---「즐거운 식사」중에서


도도새가 있었다
경쟁할 줄 몰라서
멸종되고 말았다
?
사람들이 있었다
배경이 없으면
경쟁 선에 설 수도 없다
그림자 없는 배경
그림자가 없으면
유령이다
?
경쟁에서 지면
이름도 성도 없다
유령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아홉시 뉴스에 방이 붙고
?
긴 그림자를 가진 사람들이
숲을 이루자
그림자 없는 사람들은
하늘도 볼 수 없었다.
---「그림자놀이」중에서


아버지가 결혼 밑천으로 떼어주신
암송아지 한 마리
?
사랑이 커갈 때 같이 컸던 송아지
?
황매산 등성이를 까고
호주산 얼룩소들이 정상을 누비던 독재자의 고향
그 뒷산 기슭에서 결혼을 꿈꾸던 내게 무슨 죄 있어
‘소값 파동’ 폭탄 내 사랑에 떨어졌나

이백만 원 넘게 팔리던 소 한 마리?
이십만 원에 팔았다
?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방관했던
청춘, 그 순응의 대가로
나는 빚 시집을 갔고
한국소는 외양간에서 쫓겨났다
?
그때부터였다
정치가
외양간 송아지 한 마리
산등성 나무 한 그루의
삶마저도 좌우지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
1984년 그해 12월
나는 죄인처럼 시집을 갔고
?
30년도 더 지난 지금, 소들은
서양 이름의 괴질을 앓으며 산 채로 매장 당한다
정치가 또 소들을 죽이고 강들을 죽이고
내 아이들의 결혼을 위협한다

정치만큼 무서운 게 없다.

---「정치가 내 결혼에 미친 영향」중에서

출판사 리뷰

낮과 밤이 만나 꽃들을 낳았다고
아침이 말해주었지

우리는 모두 꽃들의 자손
꽃을 훔친 뭇 생명들
활발히 생동하는 정오

상수리나무 꽃 한 송이 피지 않았더라면
겨울 다람쥐의 봄은 없었을 것
바람이 벼꽃의 입술 훔치지 않았더라면
너도 없고 나도 없을 겨울의 나라

우리는 모두 꽃도둑
대지의 살림에서 훔친 꽃들로
날마다 풍성한 식탁
- 「꽃도둑」 전문

박 시인은 “우리는 모두 꽃들의 자손”(「꽃도둑」)이며 “세상 어느 꽃인들 뜨겁지 않겠느냐고”(「봄맞이꽃」) 아픔 없이 피는 꽃은 없다고 한다. 나아가 “쓰리고 아픈 흉터가 뭉쳐 나를 키운다는 거/ 세상의 작은 것들은 다 알아”(「괭이밥」)라고 말한다. 먼지처럼 작았던 흉터들이 뭉쳐 흙이 되고, 그 흙 속에서 샛노랗게 ‘꽃’이 피어나 우리에게 외면하지 못할 사랑의 프로포즈를 하고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어둔 저녁 길섶에 낮달처럼 핀/ 치자꽃 같은 아이/ 생의 비탈길에서 이름만 떠올려도 온몸 환해지는 그런 존재 하나”(「조야」)에 온통 마음을 열고 있다.

이런 시인의 마음을 두고 소종민 문학평론가는 “세상의 작은 것들을 대하는 시인의 다정한 마음은 아마 “뜨건 물 수채에 바로 버리면/ 그 아래 미물들 다친다고 식혀서 버리던/ 세상을 낳고 키운 할머니 어머니들”(「살보리심」)한테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슬픔이 오면 몸을 적시고, 기쁨이 오면 온통 마음을 열어 이들을 고스란히 받아 안는 능력이 시인에겐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

한편 노혜경 시인은 “그는 꽃이 곧 밥이고 자연이 생명의 엄마임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시인, 말씀이 여성이고 엄마라는 것을 이해하는 시인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생명의 조화를 무너뜨리는 일들 앞에 서면 그는 언어를 칼처럼 쓴다.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 땅을 착취하고 살아있는 자연의 질서(생태)를 무너뜨리는 인간을 바라보는 박덕선의 시선은 뜨겁고 슬프다.”고 헌사하고 있다.

박덕선 시인은 1963년 경남 산청 황매산 기슭에서 태어나 산과들의 품에서 자랐다. 1996년 여성운동에 발 내딛으며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던 문학에의 열망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17여 년간의 여성운동의 씨앗은 이후 생태운동으로 나아가 들꽃의 생명에 심취하게 된다.
그 결과물로 산문집 『풀꽃과 함께하는 건강약초126선』을 발간했고 현재는 생태운동과 산야초를 활용한 제품 개발로 도농상생 기업 (주)산엔들을 운영하고 있는 바, 이번 시집에는 그의 삶의 이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성, 시민, 농민, 생태 운동가의 어느 집단에서도 온전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떠다녔으나, 여전히 고향에서 여성이자 농민이며 생태운동가로서의 삶을 갈무리하고 있으나, 삶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문학이었다.”(시인의 말)는 시인.

오랜 산고 끝에 출산한 첫 시집. 때로는 찬란하고 때로는 캄캄한 생의 여정에서 치러낸 생명의 전투가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생명의 집이 되기를 기대한다.

추천평

박덕선의 언어는 정갈하고 정교하다. 조심스럽다. 자연생태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흡사 송구하다는 듯이 정연하게 말씀의 밥상에 차려낸다. 그는 꽃이 곧 밥이고 자연이 생명의 엄마임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시인, 말씀이 여성이고 엄마라는 것을 이해하는 시인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생명의 조화를 무너뜨리는 일들 앞에 서면 그는 언어를 칼처럼 쓴다.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 땅을 착취하고 살아있는 자연의 질서(생태)를 무너뜨리는 인간을 바라보는 박덕선의 시선은 뜨겁고 슬프다. 한 귀퉁이가 무너진 밥상이 우리의 일상임을 그는 안다.
오랜 산고 끝에 한 권의 시집으로 그가 묶였다. 여성이자 농민이자 생태운동가라고 스스로를 세운 그 중심에 시인 박덕선이 있다. 그가 낳은 이 시집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훔쳐낸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고투의 시집이다. 착한 시인은 말을 벼리고 벼려 자신의 품으로 호호 불어 식힌 다음 우리에게 건넨다.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이 시집을 읽고 속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 먹기 좋게 달여 그가 넣어준 이 농도 짙은 말씀의 불씨가 확 살아나 영혼이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누르고 삭힌 끝에 흘러나오는 이 말이 얼마나 뜨거운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노혜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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