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프리이이 15 퀴리노, 당신은? 27 욕실에서 쓴 첫 번째 사랑의 편지 48 마티넬라, 안드레타, 라체도니아와 그 외: 진정한 성공은 경계를 모른다 51 이런 날, 그날! 64 욕실에서 쓴 두 번째 사랑의 편지 72 공산당에게 한 표를! 75 달리기 꿈 95 욕실에서 쓴 세 번째 사랑의 편지 105 동물의 언어 108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122 욕실에서 쓴 네 번째 사랑의 편지 136 마티넬라를 떠나 마티나텔라에서의 아침 140 일곱 번째 날은 휴식의 날 150 참된 인생 176 오고 가는 계절 186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 199 레비스트로스 207 욕실에서 쓴 다섯 번째 사랑의 편지 220 콩세르바투아르 224 투파스, 투카스, 툴라스 234 한 줄기 햇살, 벌써 여름 240 욕실에서 쓴 여섯 번째 사랑의 편지 247 어린 시절은 90초에 지나지 않는다 248 2부 아빠, 이제 괜찮아요 268 호기심 많은 오색방울새 도서관 280 욕실에서 쓴 일곱 번째 사랑의 편지 295 피퀴토 298 나는 말을 못 하고 보지 못하고 걷지 못해요 308 체호프 314 여기는 휘파람 마을, 바닷가 마을 327 스텔라 336 현재의 티끌과 잃어버린 청춘, 바로 나 341 침묵의 합 352 안녕, 아름다운 나폴리여, 다시는 볼 수 없겠지! 358 단테, 아모레, 페트라이오 그리고 몬테 디 디오 363 에필로그: 욕실에서 쓴 첫 번째 사랑의 편지 367 옮긴이의 말 371 |
Enrico Ianniello
최정윤의 다른 상품
|
“전능하신 신이 하늘과 땅, 바다, 동물 그리고 만물을 만드셨을 때 어떻게 집중하셨는지 아니? 휘파람을 불었단다. 신은 낮과 밤, 달을 만들기 전에 호루라기를 만들었어. 작은 호루라기였지. 새들을 부르기 위해 입에 물고 부는 작은 호루라기 말이야. […] 아담과 이브를 보았을 때 이 둘의 입을 벌려서 입안에 바람을 불어 넣었어. 그들의 육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하겠지만 아니었단다. 악기를 넣은 것이었어. 성대에 무리를 주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한번 배우면 절대 연주 방법이 잊히지 않는 악기지. 네가 슬플 때 친구가 되어주는 악기이고 신께서 직접 선물해주셨기 때문에 살 필요가 없는 악기야.
그건 휘파람이란다.” --- p.70~71 엄마는 내 머리에 입을 맞추고서 이렇게 말했다. “기억하렴, 걱정과 두려움만은 절대 가까이해선 안 돼. 모든 것은 여기서 통하지 않으면 저기서 통하는 법이야. 그러니까 항상 통하는 거란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 다음 엄마를 오랫동안 껴안았다. 엄마 품에 안겨 있으니 휘파람을 불고 있는 느낌이었다. 분위기를 깨는 말은 오가지 않았다. --- p.219 시내에서 벗어나 마티넬라를 향해 걸어갔다. 가장 끔찍한 악몽 속에서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둠, 죽은 사람들, 아우성치는 사람들, 게다가 아빠 엄마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악몽 같은 상황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난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 팔에 앉은 알리가 인도하는 대로 걸어갔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그날 밤의 적막 속에서 알리의 휘파람 소리는 감미로웠고 나를 위로하는 형의 목소리 같았다. “알리,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이야기해줘. 부탁이야.”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고, 어둠 속을 걸어가는 동안 알리는 투명하고 파란 바다와 이른 아침의 안개, 우거진 숲의 짙은 녹음을 내 눈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 p.257~258 알리가 미켈레에게 갔지만 레나타 누나의 질문에 그는 매번 “트루이이(응)”나 “프리오(아니)”라고 한 마디로 대답했다. 미켈레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둘째 날 알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예 창문도 닫혀 있었다. 알리가 이 사실을 알리자 레나타 누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누나의 면전에서 문을 닫아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뭔지 모를 묘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처음으로 이 사람이 행복해지는 일에 나 또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나에게 “누나, 누나 곁에는 내가 있어요. 그 나쁜 놈은 잊어버리세요. 내가 누나를 행복하게 해줄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난 겨우 열세 살이었고 누나는 거의 서른 살이었다. |
|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 자리한 작고 평화로운 마을 마티넬라에서 “휘파람 부는 아이” 이시도로의 놀라운 삶이 시작된다. 평범한 아기들과 달리 새 울음 같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태어난 이시도로는 우를라피스키오(외침urlo과 휘파람fischio의 합성어)라 불리는 독특한 발성법으로 휘파람을 불어 이웃집 새장에 갇혀 사는 검은 새 알리와 대화하고 친구가 된다. 낭만적인 공산주의자 아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엄마, 단짝이자 첫사랑인 마렐라 그리고 검은 새 알리와 함께하는 이시도로의 일상은 동화처럼 평온하게 흘러간다. 낮이면 온 집 안에 밀가루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밤이면 “아름다운 단어의 밤”이라 이름 붙인 낱말 놀이가 열리는 유쾌한 가정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며, 이시도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불의에 맞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도록 자신의 휘파람을 세상에 전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이르피니아 전역을 뒤흔든 대지진이 마티넬라를 덮친다. 이시도로는 새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아빠와 엄마, 이웃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그만 말문을 닫아버린다.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이시도로의 삶은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집과 가족을 잃고 실어증까지 앓게 된 이시도로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휘파람을 부는 것뿐이다. 검은 새 알리와 함께 고아원으로 보내진 이시도로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을 위해 휘파람 노래를 불러주고, 사람들은 그 노랫소리에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이시도로 역시 간호사 레나타 누나, 장님 엔초 체호프 등 새로운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서히 상실의 충격을 극복해간다.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과거와 작별하고 “슬픈 행복”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누구의 삶에나 불행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할 힘 역시 우리 안에 있다는 것, 한 사람의 인생을 날아오르게 하는 건 새의 날개나 혁명 같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용기’처럼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 아기자기한 소설은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삶의 경이를 맛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