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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사회비평 선언
프롤로그 비평의 우울을 고백하다 1. 비평,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2. 좀비비평 혹은 비평의 유령 3. 지식인-비평(가)에서 작가-비평(가)로 4. 연구와 비평 사이, 메타문학의 곡예 5. 문학사의 젠더 6. 실천 행위로서의 비평 혹은 독서 7. 공적 상상력과 감성적 사유 8. 변해야 비평이다 9. 감성적 사회비평의 가능성 10. 비평의 공공성과 문학의 대중성 11. 비평 민주화 시대의 비평 에필로그 비평가의 존재론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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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위기 속
비평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올빼미의 숲』은 「1. 비평,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글로 시작한다. 최근 문단을 휩쓸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드러난 충격에 더해 내심 모두들 인지하고 있었던 문학의 위기와 비평의 위기라는 문학장의 현실 속에서 비평가로서의 소영현은 ‘비평이 무엇인지, 비평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스스로 묻고 충실히 답변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문단 내에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던져진 이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비평이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다. 「3. 지식인-비평(가)에서 작가-비평(가)로」에서 소영현은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문학사를 훑으며 비평이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 사정을 되짚는다. 비평가이기 이전에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집단이었던 1960년대 비평가들은 ‘개인-사회-국가’로 이어지는 견고한 세 꼭짓점을 중심으로 미래상을 설계하고, 전근대적 속성을 끊어냄으로써 근대성을 선취해야 한다는 목표와 역할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의 비평의 공간에서 ‘국가’라는 틀이 폐기됨과 동시에 젊은 비평가들의 비평은 지극히 개별적인 텍스트로 침잠했고, ‘지식인-비평가’가 공유했던 공통의 것을 대체할 사회적인 지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 부여되었던 특권적 지위와 도덕적 책무가 지워진 현재, 비평가들은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쉽게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내지 못한 채 고민과 탐색을 지속하는 셈이다. 더불어 소영현은 본격문학으로서의 소설만 남은 한국 문단의 분위기로 인해 독자와 문단의 연결 고리가 어떻게 얇아졌는지를 지적하고(「6. 실천 행위로서의 비평 혹은 독서」), 출판의 상업주의와 문단의 폐쇄성, 위태로운 문예지의 현실(「10. 비평의 공공성과 문학의 대중성」 「11. 비평 민주화 시대의 비평」) 등을 분석한다. 비평을 둘러싼 각각의 주체들이 가지는 맥락을 두루 고려함으로써 비평의 위기를 좀더 면밀히 파악해내는 셈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논의를 한국 문단과 비평가로 한정 지어 서술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비평이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미래의 비평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가는 데에 주력한다.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비평의 길 공감을 키워드로 한 사회적 상상력 비평이 기존의 준거 틀을 상실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짚어내지 못한다는 것과 별개로 비평은 본질적으로 ‘애매하다’는 것인 소영현의 지적이다. 하나로 모으기 어렵고 단독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는 비평 고유의 특이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낯선 것들 사이에서,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지금-여기서 재수립할 수 있는 비평의 기능이 아닐까. 이러한 비평의 특징을 바탕으로 소영현이 이 책을 통해 제안하는 것은 ‘사회비평으로의 전회’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비평은 사회를 비평의 대상으로 올려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문학이 가진 공감의 힘을 복원하고, 문학이 내장한 사회적(공적) 상상력을 포착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는 곧 과거 ‘지식인-비평가’가 인지하지 못하고 배제했던 ‘사회적인’ 것의 복원 작업을 뜻한다. 사회비평이 가능하다는 것은 현재의 문학이 사회와의 연관성을 필수적으로 내제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시체, 좀비, 유령 등 타자의 범주에 속하는 얼굴들이 소설을 통해 소환되었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감정들이 이 타자의 눈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소영현은 현재 문학장에 마련된 변화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이어진 흐름으로 본다. 현재 한국 문학에서 피어오르고 증폭되는 감정, 정념 혹은 감성과 그것이 제출된 사회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매개하는 자리에 비평이 놓여야 하는 셈이다. 「8. 변해야 비평이다」에서 소영현은 권여선, 편혜영의 소설을 통해 현재의 문학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지표를 해석한다. 개별적인 고통이 개별적으로 머무는 것을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보편적 정서를 환기해내는 지점들을 짚어내고 감성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문학과 사회 간의 상관성을 비평이 재소환할 때 사회비평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왜 감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관해 「9. 감성적 사회비평의 가능성」에서 그 단서를 남긴다. 이는 문학장도 피할 수 없었던 자본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상에 내면화되어 있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감정’이라는 키워드를 거치지 않고서는 ‘인간’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감정을 통과한 사회비평을 비평의 가능성으로 제출하는 논의는 비평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힘에 억압된 현재의 시공간에서 만들 수 있는 비평의 가능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 앞에서 비평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이자 기능으로, 문학이 내포한 사회적 상상력의 힘을 끌어내고 보편적 힘으로 독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저자가 제안한 사회비평의 기능이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