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문턱에 들어선 후에야 늦깎이로 데뷔해 ‘신예작가’로 주목받는 박 황이 등단 5년 만에 발간하는 첫 소설집 ??사람 동물원??은, ‘어리버리 헤매는 멍청한 인간’, 삶의 중압감에 신음하는 다양한 군상(群像)들의 인간박람회장을 방불케 한다.
그의 초상(肖像)은 늘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무엇인가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비밀스러운 표정이 일품이다. 10시 방향과 2시 방향으로 퍼지는 빗살무늬 같은 미소가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그는 “산다는 게 뭔지, 살아가는 게 뭔지” 하는 평범한 독백을 하면서도 “자기가 무슨 인생의 선생인 것처럼 훈계조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소설 작품은 작가와 독자의 ‘밀당’관계에 있다. 자기 작품이 독자가 이해하거나 이해되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자기모순적 잠재의식이 공존한다. 세상살이의 해법을 알고자 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소망이, 신비감이 맨살을 드러냈을 때는 싫증을 느끼고 가치가 상실하는 인생의 역설적 구조처럼.
박 황은 단편소설의 문법, 기존 정석의 해체를 시도하는 변칙적 실험정신, 환상적 장치로 낯익은 것들에 대한 낯설게 하기, 독자의 예상을 뒤집는 기대의 배반으로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복선장치, 극적 결말의 반전으로 독자를 긴장시키고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마술사이다.
고시홍(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