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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에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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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매일
2011년 10월 18일
시간/무게/크기
110g | 크기확인중
KC인증

제작사 리뷰

5년의 공백을 넘어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에반에센스의 새 앨범 Evanescence [Evanescence]
Hello, Hello Remember Me?
에반에센스가 5년만에 우리에게 건넨 첫 마디다.
물론 그동안 투어도 치렀고, 앨범에서 커트한 싱글도 계속 공개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3년 조금 더 지난 시간 정도? 그렇지만 앨범 발표로 따지면 200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Open The Door」 이후 5년만이다. 밴드는 마치 팬들에게 전하듯 첫 싱글 'What You Want'의 가사 속에 반갑게 인사를, 또는, 그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밴드에 대해 다시 관심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니까, 당신을 기억하냐고? 물론이지. 에반에센스 또는 밴드의 프런트우먼 에이미 리(Amy Lee)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2000년대 초중반 록 음악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오해할까봐 미리 이야기하는데, 이번 앨범 첫 싱글 'What You Want'는 숨겨진 메시지 따위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척 직설적인 내용이다. "좀 더 멋진 삶을 꿈꾼다면 당신이 원했던 바로 그 일을 하라"는 긍정적인 권유로 시작하는 2010년대 스타일의 건전가요다.)

그래도 이 말이 중의를 담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밴드를 둘러싼 묘한 멤버 변동 때문이다. 가끔 2000년에 발표한 「Origin」은 에반에센스의 진짜 첫 앨범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 앨범의 유산이 첫 정규 앨범 「Fallen」(2003)에 담겨 있으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에이미 리는 「Origin」이 첫 앨범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데모 음반보다는 조금 더 완성도가 높은 음반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첫 앨범 논쟁은 그만.) 중요한 건 「Origin」에 이은 정식 첫 앨범 「Fallen」을 통해 밴드 음악의 핵심으로 확인된 기타리스트 벤 무디(Ben Moody)가 밴드를 떠나버렸다는 사실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고, 이 사건으로 일찌감치 에반에센스의 종말을 선언한 팬들도 있었다. 벤 무디의 탁월한 작곡과 연주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에이미 리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에반에센스의 음악이라고 하긴 어려웠을 테니까, 이들의 주장도 맞다. 생각해보라. 소속 레이블 Wind-Up에서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레이블에서 주도한 영화 사운드트랙에 쟁쟁한 밴드들이 한 곡씩 참여한 사운드트랙에 두 곡이나 들어갔을 것이고, 앨범이 세계적인 반향을 얻을 수 있었을까. 결국 린킨 파크(Linkin Park)로 촉발된 2000년대 초반 하이브리드 메틀의 흐름을 탄 에반에센스는 첫 앨범으로 미국에서만 무려 8백만장에 가까운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에서 첫 앨범 「Fallen」의 판매량 역시 상당한 수준에 달해 월드와이드로 따지면 1천5백만장이나 판매되었다. 2004년에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평생 단 한번밖에 기회가 오지 않는 '신인상'과 '베스트 하드록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해 상업적인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신인 밴드로 등극했던 밴드인데, 핵심 멤버가 떠났다. 이보다 더한 위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또 한 명의 핵심인 에이미 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건 밴드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멤버를 규합해 두 번째 앨범 「Open The Door」를 발표한다. 첫 앨범에서 활약한 존 르콤트(John Lecompt. 베이스)와 록키 그레이(Rocky Gray. 드럼)가 이번에도 참여했다. 첫 앨범 녹음에서 베이스와 기타를 모두 담당했던 벤 무디가 빠진 자리는 테리 발사모(Terry Balsamo. 리드기타)와 윌 보이드(Will Boyd. 베이스)가 채웠다. 콜드(Cold)에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테리 발사모는 에반에센스의 기존 음악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유연한 면을 추가했다. 예전처럼 여성 보컬을 앞세운 고딕메틀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첫 앨범의 영향은 두 번째 앨범으로 이어져 미국에서 3백만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정도만 보면 여전히 성공의 행보를 보여준 셈이다. 그렇게 밴드는 두 번째 앨범을 만들고 싱글을 발표하고 투어를 진행했다. 그렇지만 뭔가 뒤틀린 듯 밴드 내부에 묘한 기류가 흐르더니 결국 존 르콤트가 해고되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고, 설상가상으로 록키 그레이가 투어 도중 밴드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밴드를 둘러싼 난기류는 사실 윌 보이드가 더 이상 투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밴드를 떠났던 시절부터 감지되었다. 서둘러 찾은 멤버는 레볼루션 스마일(Revolution Smile)의 베이시스트 팀 맥코드(Tim Mccord. 베이스)였다. 이렇게 봉합해놓았더니 다른 멤버들이 해고되고 떠나버렸으니 '해산' 또는 '해체'를 거론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 때가 두 번째 위기였다. 결국 다크 뉴 데이(Dark New Day) 출신의 윌 헌트(Will Hunt. 드럼)와 기타리스트 트로쳀 맥로혼(Troy Mclawhorn. 기타)가 동시에 에반에센스로 옮겨와 멤버 교체로 생긴 틈을 메웠다.

Never Go Back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 사이의 멤버 변동은 밴드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복잡했지만, 어쨌든 멤버가 모두 갖춰진 상태였고 투어를 큰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밴드는 새로운 앨범을 제작할 시간이었다. 2010년 10월 발표를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앨범의 스트링 편곡을 담당했던 데이빗 켐벨(David Campbell. 벡(Beck)의 아버지이기도 하다)이 다시 참여했고, 프로듀서는 U2의 앨범 프로듀서로 익숙한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밴드의 음악과 스티브 릴리화이트의 프로듀싱 방향이 맞지 않자 프로듀서는 내슈빌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닉 래스칼레닉스(Nick Raskulinecz)로 교체되었다. 그의 작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건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앨범에 다각도로 관여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트리비움(Trivium), 스톤 사우어(Stone Sour), 댄직(Danzig),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 러시(Rush), 셰도우스 폴(Shadows Fall), 데프톤스(Deftones) 정도를 거론할 수 있겠다. 이 밴드들 외에도 많은 밴드와 작업했지만 그가 이전에 작업한 밴드들이 에반에센스의 이번 앨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겠다.

이번 앨범은 우선 앨범 타이틀이 눈에 띈다.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밴드가 셀프 타이틀을 붙일 때는 두 가지 경우이다. 첫 번째는 데뷔 앨범을 만드는 밴드가 이름 알리기에 수월하도록 밴드명과 앨범명을 같게 붙여 반복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자만하지 않은 초심으로 돌아간 밴드의 새로운 앨범이라는 의미로 셀프 타이틀을 붙인다. 첫 앨범 타이틀이 밴드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에반에센스의 경우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에이미 리가 어딜 가겠는가. 여성보컬을 앞세운 고딕메틀 밴드 스타일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음악으로는 조금 더 격렬해졌다. 첫 번째 앨범이 날것 상태의 거친 격렬함이었다고 한다면 두 번째 앨범은 잘 다듬어놓은 (때때로 팝적이기까지 한) 헤비 사운드였다. 이번 앨범은 초심으로 돌아갈 것도 없이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의 장점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은 다양해졌고, 기타는 정확하게 격렬해졌으며, 피아노와 현악이 정확한 자리에 정확하게 자리잡았다.

첫 싱글 'What You Want'는 이번 앨범의 단정하면서도 격렬한 사운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물론 첫 싱글인 만큼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정과 동의 패턴이 쉽게 읽힌다. 그렇지만 이 한 곡 속에는 두 기타리스트의 격렬한 기타, 에이미 리의 깔끔하고 안정적인 보컬, 현악의 배치, 그리고 앞서 건전가요라고 이야기했던 단번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사까지, 이들이 보여주려 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What You Want'의 작곡 패턴은 바로 이어지는 'Made Of Stone'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중반과 후반에 배치한 'The Other Side'나 'Never Go Back'에서도 마찬가지. 그러면서도 밴드의 헤비 사운드와 극단적인 위치에 자리 잡은 피아노 록 또는 고딕메틀도 여전하다. 'My Heart Is Broken'은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전체 앨범 수록곡이 5분을 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무쌍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Lost In Paradise'는 이번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연출된 트랙이다.

에이미 리는 이번 앨범 「Evanescence」의 주제를 "자유(Freedom)"라고 말했다. 적어도 예전에는 추락하는 젊은이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추락에 앞서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물론 밴드가 말한 자유가 어떤 자유인지는 듣는 이가 판단할 문제이다. 2010년대. 어떤 하나의 흐름이 음악계를 관통할 수 없을 정도로 분화한 상태인 지금 이 시기에 한때 많은 팬을 감동시켰던 여성 보컬을 앞세운 고딕 메틀이 (여전히 지금도 많은 밴드가 등장한다고 해도) 코어 팬 외에 확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에반에센스의 음악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아무리 성공한 밴드라고 하더라도 5년의 공백은 위험했다. 하지만 에반에센스는 현명하게 그 공백을 벗어날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한 에반에센스의 최신 싱글 'What You Want'는 어쩌면 현재 에반에센스에게 보내는 에반에센스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맞다. 위기를 넘어서면서 지금까지 온 에반에센스는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어했던 음악을 정확하게 재현했다. 에반에센스가 한때 유명했던 밴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 하겠다고 생각한 음악을 정확하게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보면 에반에센스의 이번 앨범은 훌륭하다. 멋진 복귀?.

2011년 10월. 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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