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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판을 내면서
머리말: 과거에서 지금 ‘우리’를 찾다 1. 프롤로그 커피, 아파트 그리고 산 우리나라 자화상 1 우리나라 자화상 2 다양한 지방색 끈질긴 전통문화 사대와 자주 2. 삶과 죽음 세상의 탄생 사람의 본질 태어나서 살고지고 1 태어나서 살고지고 2 인물 평가 죽음과 무덤 사람 제물 망자를 위한 기억 국가 풍수와 개인 풍수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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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전통문화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김치도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18, 19세기에 와서다. 그 전에는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든 딤채였다. 무 장아찌나 동치미처럼 대개 무를 사용하였고, 당시의 배추는 이파리가 오늘날의 상추처럼 나는 모양이었던 것 같다. 지금과 같은 둥근 포기 모양의 배추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은 18세기 말이었고, 16세기 말에 들어온 고추도 18세기 중엽 이후에나 김치에 사용하였다. 소금값이 치솟자 소금 사용을 줄이면서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해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배추, 젓갈, 소금, 고춧가루가 어우러져 맛깔스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년도 채 안 되었다. 더구나 배추김치가 무김치를 능가하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라고 한다. --- p.99 태어나서 살고지고 1 자식을 많이 낳으면 조정에서는 특별한 상을 내렸다. 정조 때에 이형복의 부인이 한 번에 2남 2녀를 낳아서 원래 정해진 상 외에도 곡식을 특별히 더 내렸다고 한다.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은 국가의 경제력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었다. 전통시대 경제력의 원천은 인력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반드시 출산을 장려한 것만은 아니었다. 서양의 경우, 귀족은 상속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 평민은 먹여 살릴 식구 수를 줄이려고 출산을 기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마땅한 피임법이 없어 인위적인 조절은 어려웠다. --- p.176 태어나서 살고지고 2 발해에서는 절을 할 때에 남자는 무릎을 꿇지만 여자는 그러지 않았다. 당나라 측천무후가 그런 조치를 내린 후로 여자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이 남장하는 풍습도 이때부터 유행했다. 여자 황제가 여성의 지위를 높이려는 조치였고, 발해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금도 여성이 절할 때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이마를 약간 숙이는데, 여성의 복식이 남자처럼 절하기에 불편해서도 그러거니와 혹시 옛날의 이런 전통이 내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p.187 조선시대 그림에 장수를 축원한 것이 많이 있다. 바위는 오랜 세월 변함이 없으니 장수의 상징물로 적합하다. 그런데 장수를 상징하기 위해서 고양이와 나비를 그려넣은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와 개를 똑같이 좋아하지만, 우리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림에 고양이가 종종 등장하는데, 고양이를 이르는 묘猫 는 70세를 이르는 모?, 나비를 가리키는 접蝶 은 80세를 이르는 질?과 중국어 발음이 같기 때문이란다. 김홍도 그림에 고양이와 나비를 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사람의 언어에서 비롯한 그들의 관념인 것이다. --- p.195 국가 풍수와 개인 풍수 풍수설이 성행하면서 무덤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조선 전기만 해도 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무덤을 조성하는 일이 많았다. 파주에 있는 율곡 집안의 묘소만 봐도 율곡 부부가 부모보다 위에 묻혀 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이런 것을 역장逆葬이라 해서 금기시했다. 후손이 감히 조상의 머리에 올라갈 수 없는 데다가, 이럴 경우에 위에서 내려오는 땅의 기운을 후손이 차단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연히 무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쓰게 되었다. --- p.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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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로 읽는 생생한 우리 역사 이야기!
이 책은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읽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이 땅에 태어나서』의 개정증보판이다. 2009년 말에 발간한 1, 2, 3권(『이 땅에 태어나서』, 『시집가고 장가가고』, 『말 타고 종 부리고』)에 관련 내용과 그림 자료를 대폭 보충하여 거의 6년 만에 다시 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을 이해하기 위한 서론적인 글들, 한국인의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다양한 지방색, 끈질긴 전통문화, 사대와 자주, 인물 평가, 죽음과 무덤, 국가 풍수와 개인 풍수 등의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들려준다. 이 책은 시리즈 순으로 읽는 방법도 좋겠지만, 그 순서에 관계없이 테마별로 책을 선택해 읽어 나가는 방법도 좋겠다. 생활의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은 철저히 상상이 아닌 고증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기존에 역사를 쉽게 풀어 쓰려 한 많은 책이 범한 우를 피하기 위해, 이 책은 철저한 검토를 거친 자료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인용문만을 이어서 읽어도 좋을 만큼 많은 사료를 인용했고, 인용문에는 자료의 어휘를 그대로 쓰면서 본문 주를 달거나 본문에 최대한 풀어 썼다.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읽기] 시리즈 소개 총 6권으로 구성된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읽기] 시리즈는 저자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를 거쳐 조선왕조실록까지를 10여 년에 걸쳐 탐독하면서 자료를 뽑아내어, 현실 문제와 연결되는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어를 중심으로 이 땅의 한 개인부터 가족·사회·국가·대외관계까지, 또한 지금, 여기 이 땅에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정리한 것이다. 철저한 검토를 거친 방대한 자료를 통해 한국인의 생활사를 조명한 역작이다. 서울대학교 기록관장과 박물관장을 역임한 저자는, 사료와 유물에서 동시대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친 자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한국인의 생활이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지향하면서, 동서고금의 회화에서부터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에 이르기까지 총 700개가 넘는 풍부한 시각 자료를 활용해 한층 더 생생한 역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1권 『이 땅에 태어나서』는 ‘한국인의 삶과 죽음’, 2권 『시집가고 장가가고』는 ‘가족과 의식주’, 3권 『말 타고 종 부리고』는 ‘신분세계와 유토피아’, 4권 『농사짓고 장사하고』는 ‘생업과 행정’, 5권 『과거보고 벼슬하고』는 ‘관리의 길’, 6권 『임금되고 신하되고』는 ‘임금과 보필자들’을 테마로 한다. 각 권의 제목을 연결해보면 한국인의 생활이 보인다. 또한 저자가 펼쳐 보이는 폭넓은 생활사의 세계는 가히 우리 역사의 파노라마라 할 만하다. 이야기로서의 역사, 에피소드로서의 역사 당신과 나, 우리의 일상이 모여 역사가 되다 몇 년 전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에 수많은 경제학자가 그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기존의 경제학이 사람이 빠진 경제학이었음을 고백했다.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였고, 사람의 마음과 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학과 통계에 빠졌다는 자성이었다. 사실 우리 역사학도, 논문을 위한 논문을 쓰고 사람을 빠뜨린 채 기계적인 틀에 갇힌 학문이 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역사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인간이 있는 역사와 인간이 빠진 역사. 우리가 지금껏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는 후자에 해당한다. 역사의 발전이니 구조니 제도니 하는 골치 아픈 문제들을 논하는 사이에, 우리는 정말 중요한 인간 그 자체를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읽기]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한다. 역사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이야기는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는 거기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이야기 속 인물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도 바로 그러한 ‘이야기로서의 역사’, ‘에피소드로서의 역사’, ‘생활사로서의 역사’, ‘사료가 직접 말해주는 역사’, ‘사람의 역사’이다. 한국인의 생활이 그 자체로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칠판에 필기된 내용만을 역사로 알고 이에 염증을 느끼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야담은 재미있는데 역사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바꾸고, 역사란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생활사의 관점에서 한국사 전체를 조망하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기, 당신과 나의 일상이 역사가 되는 것을. 시간의 간극을 넘어 현재에서 과거를, 과거에서 ‘오늘’을 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어릴 적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터넷을 시작한 지 불과 20년 전임에도 이제는 인터넷이 없던 세상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먼 일로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시험의 부정행위나 맞수들의 경쟁을 읽다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과거와의 간극이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다가도, 어는 순간에는 지금 이 순간이 과거와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 바로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과거에서 ‘오늘’을 보는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사소하고, 소외되고, 그저 변화한 것들의 역사를 보는, 종합사로서의 역사학을 지향하다 우리 역사학계는 발전을 찾는 데 너무 편향되어 있다. 발표되는 논문들은 우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찾는 데에만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에는 발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쇠퇴도 있고 그저 변화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은 관심 밖에 던져져 있다. 또 반성의 역사를 쓰거나 부정적 평가를 담으면 무조건 식민주의 사관이라고 공격하여 입을 닫아버리게 한다. 이렇게 되면 자아도취의 역사에 빠져버리고 만다. 역사에는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과거와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현대인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역사는 발전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덜 발전된 과거를 낮추어보는 편견이 개재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변화와 불변의 이중주를 보여주는 것도 생활사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역사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발전이나 구조를 구명하려는 서양의 역사관과 도덕적 교훈을 얻으려는 동양의 전통적 역사관, 내재적 요인과 외래적 요인에 대한 인식의 조화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종합사로서의 역사학도 제 면목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시도의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