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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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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무더위 끝에 첫 가을비가 내렸다.
창 밖 뜨락에 점, 점, 점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다. 내가 써온 글 조각들이 나뒹구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제법 무성해질 걸로 기대했던 내 나무는 여전히 빈약한 몰골인 채 올해도 조락凋落의 계절을 맞았다. 숙성의 길은 멀고멀다. 그러나 떨어질 것들은 떨어뜨려야 하리라. 나의 작은 나뭇잎들, 무언가를 향한 그리운 숨결을 담은 나의 작고 짙은 응시들……. 이 비가 지나면 가볍게 날아올라 점점이 흩어져다오. 어디로든지 날아가 나처럼 삶을 앓는 누군가들의 가슴 위에 가만히 얹혀다오. 사뿐히, 그러나 내통하는 첩자의 암호처럼 긴밀하게……. 그와 함께 걸을 수 있어 쓸쓸치 않았던 인적 드문 글길이 이 책을 쉬어가는 그루터기 삼아 새롭게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구자명 〈작가의 말〉 중에서 삶의 길을 함께 가며 꽃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 시냇물도 건너며 마주 보고 웃었다. 서로는 같은 뜻으로 웃었으리라 짐작하고 왜 웃었느냐고 묻지 않는다. 밤하늘을 볼 때 한쪽은 별을 보고 다른 한쪽은 달을 본다. 한 가지 일을 두고 한쪽은 화가 나고 한쪽은 슬프다. 같은 길을 걸으며 비틀거리고 넘어짐도 서로 다르다. 그가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내가 비틀거리면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마주 보며 웃는다. ---김의규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