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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지금 이곳에서, 일상

나는 전업주부입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한다고?
봄을 기다리는 일
3월
복사꽃
완두콩은 핑계
어질러도 좋아
늦봄
크루아상 같은 인생
야채 꽃
초여름의 꿈
집안일의 쓸모
여름 마당
분리수거
앞치마
질문
키친 테라피
마음 가는대로
개양귀비
소금
혼잣말의 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밥은 누가 하는데?
한 끗 차이
비워서 버리기
달콤한 생각
마법의 1분
오늘의 멸치볶음
솥의 역사
그랬으면 좋겠다
마당에서 사치스럽게
내가 꿈꾸는 하루
계량컵과 계량스푼
풍경
저장 식품 만들기
너그러워지기
안부를 묻다
호사
택배 대신
스마트폰이 전해주는 것들
미용실
빛나는 하루
주인공
명절
애인
양말 구경
고양이가 부러워
오늘도 일을 만들고 말았다
철없는 새싹
오른손이 왼손에게
문 좀 잡아주시겠어요?
브런치 놀이
알 수 없는 일
아침
전업주부의 월요병
약한 불에 다섯 시간
가벼운 지갑
12월에게 배운다

2. 가끔은 저곳으로, 꿈

부엌에 숨다
엄마는 너무 높은 산
애증의 도시락
딸기의 추억
‘리틀 포레스트’처럼
단팥을 만드는 일
책방이 된 부엌
나에게 가는 길
스무디와 릴케
혼자라도 괜찮아
나는 둘
라벤더 익스프레스
위로가 되는 손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좋은 책
팬케이크 같은 인생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얻다
당신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있나요?
주디에게 파이를
마릴라에게 주고 싶은 꽃다발
옷 뒤집어 입은 여자
두부 한 모에 담긴 기억
뜨개질하는 시간
별걸 다 기억하는 여자
곶감
해외여행
서랍장
직업으로서의 주부
이토록 즐거운
버지니아 울프와 산책하는 법
‘자기만의 방’이 있나요?
나의 사랑하는 생활
친구를 만나고 하루 후에
은행나무

생강 예찬
서점에 가고 싶은 날에
줄리아 차일드
셔터를 누르는 순간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나를 대접할 것
버킷 리스트
무심하게 산다
나이고 싶을 때
사랑한다면 여기까지
경계의 주부
몰래 하는 선물
소란한 보통날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단어벌레

어른이 되었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틈만 나면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 그림책을 펼쳤다. 아이가 성장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그림 너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몇 글자 되지 않는 짧은 문장 뒤에 가려진 마음들을 읽었다. 피식 웃으며 책장을 넘긴 그림책을 어느 날엔 눈물을 뚝뚝 떨구며 읽기도 했다. 그림책을 향한 오랜 애정으로 그림책 에세이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을 썼고 그 외에도 《전업주부입니다만》, 《깊이에 눈뜨는 시간》 등 에세이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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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24g | 137*195*20mm
ISBN13
9791129701695

책 속으로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주부다. 다른 직업이 없으니 전업주부요,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니 불량 주부다. 남의 세상이 좋아 보여 한 발 넣었다가도 낯설고 두려워 발을 빼는 겁쟁이고 잠시 훔쳐본 그곳을 잊지 못해 동경하고 흠모하는 욕심쟁이다. 직업을 묻는 각종 양식의 빈칸에 주부 외에 달리 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 종종 어처구니없다고 여긴다. --- p.17

집안일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안일만 안 해도 된다면 공부도 할 수 있겠고 긴 여행도 모험도 글쓰기도 근사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일, 도전하고 싶은 일들에 다가가기 전에는 뜸을 들이며 여전히 집안일에 머문다.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 별거 아닐 거란 호기, 하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우습게 여기고 미루기에 집만큼 안전한 피난처는 없다. --- p.45

어른이 되고 동화책에 쓰이지 않은 부분을 살면서 중요한 이야기는 모두 그 너머에 있다는 걸 알았다. 베일을 쓰고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 만화영화의 뒷이야기는 내가 직접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낯선 인생의 장에서 힘겨울 신혼의 아내들과 밤낮이 바뀐 아기 때문에 힘겨운 초보 엄마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식구들 먹이고 입히느라 거울 볼 시간도 없는 젊은 아낙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삶은 여전히 동화이며 주인공은 우리들 각자이고 우린 자신만의 동화책을 지금도 쓰고 있는 셈이라고. --- p.106

처음 만난 분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줌마예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놀아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밖에 나갈 때는 ‘놀이’라고 얘기했던 집 안의 잡다한 일들에서 손을 떼는 게 찜찜하다. 미리 해놓거나 아니면 서둘러 돌아가서 앞치마를 걸쳐야 마음이 풀린다. 바로 그게 이십여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주범이라니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p.124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쉼 없이 하루를 닦아내야 한다. 어깨의 짐을 덜어낼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긴장감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들에게 내 몫의 무게까지 얹고 싶지 않아서 주부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 p.129

내 안에는 내가 둘이다. ‘주부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와 그냥 ‘나’다. 둘은 적당히 나설 때를 알아서 그런대로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지만 가족들을 집에 남기고 며칠 떠나 있는 동안은 예외다. 내 안에 살고 있는 두 개의 내가 서로를 주장하며 티격태격 싸운다. --- p.175

어느 날 가방을 꾸려 훌훌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가 갈수록 아득해져서 이제는 다시 꿈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면 아쉬운 일이고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 그렇다면 그 또한 서글픈 이야기라 꿈마저 마음대로 꾸지 않으려고 한다. 아껴두는 사탕처럼 감추어서 보이지 않는 보자기로 꽁꽁 묶어두었다. --- p.224

동그란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주부의 정의에 부합하는 정도에 따라 세상의 주부들을 가운데부터 채워 넣는다면 나는 아마도 원의 가장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애써서 원의 중심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내 방식대로 주부의 일을 하고 싶다. 우선 ‘딱히 모범 주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나는 주부이기 전에 자유인이어야 한다. --- p.229

자신 대하기를 소중한 이를 대하는 것처럼 할 것. 나도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 p.269

나는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매 순간 흔들린다. 세상이 불친절하고 차가워도 여전히 꿈을 꾸지만 이제는 자신감의 탈을 쓴 무모한 도전 대신에 여전히 서투른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지 않은 모든 것들을 버리기로 한다.

--- p.273

출판사 리뷰

경계의 주부

: 묻어둔 꿈과 끝없는 집안일 사이에서,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와 그냥 ‘나’ 사이에서


작가는 오랜 시간 주부로 살면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순간 부단히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내밀한 파동까지도 오롯이 담아내니 겉보기엔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어제와 다르게 기록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삶의 기쁨들,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작가는 부지런히 쌓아둔다. 하루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의 글에서 싱그러운 바람 냄새, 따뜻한 햇볕의 냄새가 난다.

늘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종종 우울하다.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와 그냥 ‘나’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만 때때로 서로를 미워한다. 그 둘을 어르고 달래며 또 하루를 맞이한다. 도전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망설이다 집으로 숨어버리고 안락한 집 안에서 다시 먼 곳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지럽던 날들이 있다.

집안일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일, 도전하고 싶은 일들에 다가가기 전에는 뜸을 들이며 여전히 집안일에 머문다. (중략) 그동안 보자기에 싸서 남에게 주어버렸으면 했던 바로 그 집안일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버리고 싶었던 집안일이 나를 안전하게 감싸는 이 아이러니!
― 45쪽 「집안일의 쓸모」 중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전업주부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 에세이는 한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담담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에 돌멩이가 되어 날아온다. 마음에 파문이 인다. 정갈하고 부드러운 글이지만, 술술 읽어버리기엔 여운이 곳곳에서 번진다.

30년 가까이 밥을 했어도 여전히 서툴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서서히 알게 된다.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내가 나일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이르자 뜻밖의 위안과 희망이 전해진다.

‘전업주부’라는 단어에는 온갖 감각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종종 헤매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길을 잃은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인 나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새로운 하루를 위해 익숙한 일을 하는 사람. 그의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다. 전업주부의, 전업주부에 의한, 전업주부를 위한 책이자, 전업주부 덕분에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 다정한 이들에게, 겁 많은 이들에게, 외로운 이들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전업주부에게 이 작은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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