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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야, 잘 들어. 만일 내가 아이를 열 명을 낳는다고 해도 너의 자리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어. 네가 나를 위해 해 주었던 모든 일들, 복수를 해 주고 사랑을 주고, 세상 속으로 나를 이끌어내 주고. 그런 너를 사랑해서 네 아이를 낳고 싶은 거야. 그리고 내 사랑은 더, 더 커져만 가서 아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너에 대한 사랑이 줄지도, 네 자리가 없어지지도 않아. 그걸 모르겠어?”
“아니, 모든 것이 변할 거야. 넌 순결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될 거고 추악하고 역겨운 나를 꺼리게 되겠지.” “네가 뭘 하든 널 추악하고 역겹다고 생각한 적 없어. 그리고 ‘것’이 아니야. 물건이 아니라고! 너 역시 순결하고 아름다운 우리 아이를 사랑하게 될 거야.” 하지만 석재는 한없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널 만나고 아주 오랜만에 생생한 감정을 느꼈어. 열 살 이후로 처음이었지. 격렬하고 뜨거운 마음. 잊고 있었어. 그런 선명하고 강렬한 감정을. 살인이라도 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만큼 세상은 온통 지루하고 흐릿했었으니까. 그래서 네가 소중하고 너에게 집착하게 된 거야. 너 이외에 아무에게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 없어. 아이에게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워. 아니, 아이에게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내게 네가 정이 떨어질까 봐 두려워.” 쓸쓸한 석재의 눈을 들여다보며 개금은 머리를 약간 저었다. 그리고 그를 안은 후 귓가에 속삭였다. “정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냥 아이를 사랑하는 척하기만 해 줘. 너 잘하잖아, 속이는 거. 아이는 속을 거야. 그리고 나는 그것 때문에 너를 나무라지 않을 거야.” 잠시 가만히 안겨 있던 석재가 이윽고 말했다. “그런 거라면, 우리 아버지가 내게 했던 것처럼 하면 되겠지.” “그래. 틀림없이 그렇게만 하면 될 거야.” “정말,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를 나무라지 않을 거야? 실망하지 않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