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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들어가는 글

제1부 사랑의 중심, 가족
기록의 힘
나의 할아버지 나곡공 부자
땅콩 한 알의 위력
말띠 三代
삶의 의미
뿌리
손녀 민서 이야기
어머니의 기도
전속 공연단
홍콩 외손자 길들이기

제2부 인간사회의 비경
감정지능
개나리 꽃필 때
고속버스에서
드라이 비트 시대
오발 사고
외골수 집착
외로운 영혼
意外의 고민
長壽秘法
재래식 화장실
재산증식
전통의 침몰, 祭祀
치졸한 흔적

제3부 신비한 자연
낙엽송과의 인연
도라지와 고라니 귀신
물속의 돌부처
미루나무 단상
불꽃튀길 솔깽이
어떤 운명
오 루나미아
오 스텔레미에
초록거미
잘 익은 무화과

제4부 문학과 낭만
가을 모기
가장 보람된 삶
가장 좋은 의사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
기이한 幻影
꼬부랑 지팡이의 실수
내 마음속의 금낭화
눈 하나가 더 많은 사람
만두와 국수
삶의 흔적
문학의 새로운 추세, 수필
새벽 달
시를 창조하는 영혼
하얀 흔적
한 시인의 꿈

제5부 그리움의 여운
달 밝은 가을밤에
대추나무 묘목을 심고
마지막 낙엽
여유로운 삶
유카 꽃 유감
잊을 수 없는 그날
자연의 침묵
첫 작품집의 여운
호박꽃 사랑

제6부 먼 곳의 울림
러시아 혁명 기념일
러시아의 독한 술
목숨과 바꾼 팁
몽골의 초원
몽골 - 러시아 국경을 넘다
바이칼 호반
여왕의 지혜
태국에서 있었던 일
하늘나라에서 만난 기쁨
파도 소리

평설 꿈꾸는 자의 글쓰기 / 성기조

저자 소개 1

경북 경주(양남)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이학사),법정대학(법학사) 졸업. [수필시대] 수필가 등단, [문예운동] 시인 등단. 청하문학회·서울詩壇·한국문인협회·한국 문인화 협회 회원. 국제 PEN 한국본부 대회협력위원,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블라디보스톡 총영사과 부총영사, 공군중령예편, 국가 유공자. 수필집『오 솔레미오』,『오 루나미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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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153*225*20mm
ISBN13
9788958793168

책 속으로

신기하다. 신통한 체험이랄까. 두 번째 수필집을 준비하면서 책 이름을 ‘오 루나미아 ’(오 나의 달님)로 결정했다. 첫 번째 수필집 ‘오솔레미오’(오 나의 태양) 와 관계가 있다. ‘해와 달’로 짝을 맞춘 격이다. 첫 번째 책 ??오솔레미오??를 출간한 뒤 이태리 가곡 ‘오솔레미오’를 백번도 더 불렀을 것 같다. 태양을 너무 많이 불렀더니 그도 나를 좋아하는지 그해 여름 햇볕이 뜨겁게 다가와 외출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무래도 오솔레미오를 너무 많이 부른 탓인 것 같다고 했더니 文友문우인 록산 이기태형이 두 번째 수필집 이름을 ‘오 루나미아’로 해서 짝을 맞추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하늘에 나타난 아름다운 달이 ‘오 루나미아’였다. 옥수수 대궁이 울타리처럼 늘어선 옆길로 중천에 뜬 둥근달 쳐다보며 그림자와 함께 걸어가던 밤, 함빡 뒤집어 쓴 은은한 달빛 살포시 손끝으로 잡고 바라보면, 혼탁한 세상도 차라리 한편의 그림이어라. 근심걱정 사라지고, 온몸으로 느끼는 사랑의 전율, 와락 통째로 껴안고 뒹굴며 그 밤 내내 지새고 싶었던 사랑하는 나의 달님, 깊은 밤 창가로 오셔라 꿈속에서 헤매고 있을 이 사람을 깨워주시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생긴다는 옛말이 생각나면서 마음속에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영롱하게 피어오르는 안개 낀 도랑 둑을 발목이 시도록 걸어가게 비춰주시오. 울긋불긋 들꽃들이 다투어 피는 이른 봄부터 진초록 무성한 여름 숲을 지나 산천을 불태우는 아름다운 가을단풍 함께 부르자. 눈 내리는 겨울 들판, 뛰면서 걸으면서 큰소리로 떠들고 깔깔거리며 웃으며 내가 뛰면 그대도 뛰고 그대가 걸으면 나도 같이 걷고, 환한 얼굴에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힐 때까지 우리 함께 걸어가 보자.
발길 닿는 막다른 경주 남산 어느 기슭 눈만 뜨고 보시던 부처님이 말없이 웃으신다. 수많은 산들이 달빛에 취해 엎드리고 능선이 겹쳐진 깊은 골짜기 한밤중 매화꽃 하얗게 필 무렵, 잠속으로 스며든 향기에 취하면 몽롱해진 꿈길에서 다시 만나자. 계곡을 지나 산마루로 시원한 바람 타고 오르는 흰 구름 위에서 그대의 고운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림 같은 오방세계 삼라만상 내려다보며 환희에 찬 기쁨으로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길 잡고 싶어라. 달님의 환한 웃음이 보고 또 봐도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두 번째 수필집은 첫 번째와 다르게 특색 있게 써보고 싶어, 성기조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짧고 리듬감이 느껴지는 문장을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어떤 소재를 찾으면 먼저 시처럼 짧게 썼다. 시처럼 쓰다 보니 저절로 문장이 압축되면서 리듬이 생겨났다. 시를 쓰고 난 뒤에 내용을 풀어서 수필로 쓰거나 시가 들어있는 짧은 수필을 쓰기도 했다.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을 즈음, 지나친 상상이 문장을 허구로 끌고 가는 결함이 생긴다고 선생님의 지적을 듣기도 했지만 글을 통하여 나를 다시 돌아보는 기쁨이 크다.

감정지능

최근 이스라엘의 어떤 젊은 교수가 ‘앞으로는 수학과 과학은 인공지능(AI)에게 맡기고 우리는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 과목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이제는 예순에도 여든에도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경직되어있는 사람, 마음이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는 어떤 신문의 인터뷰기사를 보고 며칠 전 동기생 모임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은 칠십대 중반에 접어든 동기생 아홉이 금년 들어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자랑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점심식사를 했다. 젊었을 때 같이 입사해서 삼십년 가까이 같은 직장에 다니다가 은퇴한 후에도 계속하는 모임이다. 몇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또 다른 몇 명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참석을 못하고 늘 십여 명이 모임을 계속해 오고 있다.
식사가 끝날 무렵 한 친구가 “요양원에 입원중인 동기생 문병을 모임에서 한번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그러자 성질이 좀 급한 친구가 대뜸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입사동기생 스무 명중 먼저 간 두 사람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단체로 문병을 간적이 없는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제안했던 친구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얼굴이라도 한번 보러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동기회는 무엇 때문에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이 듣고 있다가 회비에서 십만 원을 꺼내 제안한 친구 쪽으로 건네주며 여건이 되는 사람들끼리 갔다 오라고 했다. 그 순간 전임회장이 중간에서 돈을 가로 채고는 이왕 갈려면 돈을 좀 더 갖고 가야지 이게 뭐냐고 했다. 한편에선 돈까지 가져갈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했고, 그 정도면 되겠다는 사람과 회비에서 돈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 등 말이 많아졌다.
그런데 또한 친구가 요양원에는 가족이나 친척이 잠시 들여다보는 곳이지 직장 동기생이나 학교 동료들이 단체로 방문할 곳이 못된다고 하며 단체 병문안을 반대했다. 그는 구십대 노모를 요양원에 모셔놓은 처지로 요양원의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가족이나 친척처럼 조용히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때 또 한 친구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면서 병문안 가는 것을 반대했다. 젊은 시절에 같이 입사해서 오랜 세월 같은 직장에서 부대끼던 사이인데 늙은 몸이 불편하여 저 혼자 요양원에 갈 정도면 조용히 그야말로 요양을 하도록 둬야지 거동 불편한 사람에게 건강한 옛날 동지들이 몰려가서 위로한다며 이런 저런 말을 해대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느냐 차라리 가족을 통해 위문의 뜻과 치료비를 조금 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설왕설래 하다 보니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 칠십대 후반 노인네의 주장은 각양각색이었고 각자 자기중심적으로 일리 있다고 떠들어 대기만 했지 아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제안한 사람, 제안에 반대한 사람, 찬성한 사람 등 혼란스럽게 떠들다가 대화가 끝났을 무렵에는 결론이 없었다. 칠십년 이상 배우고 온갖 삶을 경험했다고 각자 자부하고 있는 동기생 모임의 단면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계의 한 축소판과 도 같았다.
이스라엘의 젊은 교수가 말했다는 그 감성지능과 관계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친구의 감정을 서로 조정하여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감정지능이라고 한다니 우리는 그것이 부족했던 것일까. 오늘날 가정과 사회도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날 모임에 참석한 동료들이 마음의 균형(Mental Balance)을 잡지 못하고 모두가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 같이 보였다.
그동안 조용히 분위기를 살피고 있던 해외에서 공관장을 지낸 친구가 나서서 요양원에 가 있는 친구의 부인과 연락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세밀히 체크한 뒤에 병문안 가는 문제를 자기가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의 조곤조곤한 말씨와 조리 있는 제의에 모두가 동의하고 그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는 뛰어난 감정지능으로 동기생들의 다양한 감정을 하나로 꿰고 있었다. 공자님의 말씀에 나오는 一以貫之일이관지라고나할까. 훌륭한 친구덕분에 모임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끝나고 귀가하는 모두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개나리 꽃필 때

이천십칠 년 삼월 하순, 나는 동기생 몇 사람과 요양원에서 입원해 있는 친구를 문병하고자 집을 나섰다. 우리는 사십 팔년 전 개나리 꽃필 때, 같은 직장에 함께 입사해서 삼십년간 부대끼며 지낸 직장동기생이었다. 퇴직 후에도 매년 수차례씩 모임을 가지며 친교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친구 모친의 별세소식을 듣고 문상을 갔다가 부인으로부터 친구가 요양원에 입원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모임에도 잘 나오지 않고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만 들렸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입원중인 그 친구의 건강했던 옛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하여 월남전에 참전했던 베테랑이었고 훌륭한 인품에 건강도 좋았다. 그런데 어떻게 되어서 별세한 모친의 빈소에 나오지도 못해 상주노릇도 못할 정도가 되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내가 막 지하철을 빠져나오는데 과일가게에 진열된 잘 익은 무공해 바나나가 눈길을 끌었다. 먹음직하게 생긴 바나나 한 송이를 사들며, 병실에 가면 친구들이 둘러앉아 하나씩 들고 먹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요양원에 도착했다. 약속한 친구 다섯 사람이 다 모였다. 한 친구가 준비해온 빈 봉투를 꺼내며 얼마씩 갹출하여 입원한 친구에게 주고 가자고 했다. 가족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잘 못한다는데 돈을 줘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다른 친구가 요양원의 직원을 찾아 간병인에게 돈을 맡겨도 될지를 물어보았다. 직원이 절대로 간병인에게는 돈을 맡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투를 준비해온 친구가 우겨서 이십오 만원을 봉투에 넣고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은 들어가니 좌우로 벽 쪽에 침상이 네 개씩 놓여있고 상태나 연령이 비슷한 노인환자 여덟 사람이 침상마다 한사람씩 누워있었다. 동기생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첫 번째 침상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환자복차림으로 누운 그는 친구들이 들어가도 눈만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쳐다 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데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했던 부인의 말이 생각났다. 잠시 앉혀보니 표정으로는 입속에서 혀가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는데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동기생들이 한사람씩 차례로 그의 손을 잡고 문안했다. 그는 손을 맞잡고 바라보기만 했다. 한 친구가 침상에 누운 그를 내려다보며 전능하신 분의 은총으로 조속한 쾌유를 비는 기도를 하고 손바닥을 내밀자 마주치는 응대는 했으나 표정은 변함없었다.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요양원의 위치가 서울의 북쪽에 있고 가족의 거주지가 한강 이남이기 때문에 부인이 수시로 내왕하며 보살피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친구들이 병문안 간다고 미리 알렸을 때도 부인은 교회일이 있어 가 볼 수가 없다며 무슨 일이든 간병인에게 물어보고 부탁하면 된다고 했단다. 인생이 輪回 윤회 한다는 生老病死 생노병사 의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든지 한때는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들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했다 하더라도 말년에 이르러 병에라도 걸리면 모든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는 수밖에 없구나. 새삼스럽게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사람 얼굴 같지 않게 달라진 그를 처음 보았을 때는 기가 찼다. 순간 아찔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가져간 바나나는 돈 봉투와 함께 간병인에게 맡겨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 방에 있는 노인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객차를 타고 서서히 출발하는 나그네들 같이 보였다. 처량한 모습을 보려고 애절한 시선들이 모였구나. 월남전선을 누비던 그의 젊은 날 활달하던 기백은 세월 속에 묻혀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한숨만 쉬다가 나왔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흐려졌다. 그때 한 친구가 처음 입사해서 같이 교육받던 천장산 아래로 가 보자고 제안해서 모두 동의하고 방향을 잡았다.
거의 반세기의 세월은 무심치 않아 옛날에 있었던 건물들은 사라지고 그때 없던 것들이 새로 생겨나 있었다. 그날따라 흐리고 찬바람에 부슬비까지 내려 날씨조차 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저쪽 산록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개나리 숲길 쪽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웃던 그 옛날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가랑비 줄기 사이로 들려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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