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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 기억공동체와 인문적 삶을 위하여 서울 지역 도봉문화원 _가족과 함께하는 도봉구 현대사 산책 서대문문화원 _ 양화나루 가는 길 성미산학교 _ 나는 기억이 많은 어른이고 싶다 논산 지역 KT&G 상상마당 논산 _ 논산의 재발견 홍성 지역 홍동마을 _ 농촌청소년들의 삶의 지혜와 행복 찾기 비평과 제안 역사 기록물로서의 사진아카이브 구축과 활용 방안 _ 이경민 감사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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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
기억공동체와 인문적 삶을 위하여 1. 청소년들의 '삶의 지혜와 행복 찾기' 21세기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인류 문화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혁신되는 전환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 청소년들은 전 세계인들과 가상의 시공간에서 전자적으로 만나고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은 물리적 시공간의 격차에 따른 개별적이고 다양한 경험의 전승과 문화적 재생에 바탕을 둔 기존의 기억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혁신과 전환의 시대는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세대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하여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를 자신들만의 문화 속으로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이 2011년 인문주간에 "삶의 지혜와 행복 찾기"라는 주제로 청소년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은 대변혁기를 살아 내야 하는 우리 삶의 세부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과 실천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가까운 미래의 시민이자 문화 주체입니다. 청소년들이 지혜롭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험 점수나 돈 같은 기준에 따라 판단되기에는 자신의 삶이 훨씬 '넓고 깊다'는 존재론적 충만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비단 인문학 책을 읽을 때뿐 아니라,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시원함을 즐길 때, 발끝에서 조약돌의 빛나는 존재감을 느낄 때, 잔소리꾼 엄마의 여고시절 사진을 들여다볼 때, 자신이 늘 오가던 동네 길들을 똑같이 오가며 한평생 살다 간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타자와 교감하고 새로운 공동체에 합류하는 확장감 속에서 삶은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2. 기억공동체와 인문적 삶-지역아카이브 네트워크 프로젝트 사진아카이브연구소는 2011년 인문주간에서 "기억공동체와 인문적 삶-지역아카이브 네트워크 프로젝트"라는 자체 주제를 설정하고 서울 도봉·마포·서대문구 지역, 충남 논산 지역, 충남 홍성 홍동마을 지역의 특성에 맞는 3개의 세부 주제 '삶의 터전/공간과 기억의 고고학', '논산의 재발견', '농촌청소년들의 삶의 지혜와 행복 찾기'에 따라 10여 개의 프로그램을 조직·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들은 모두 청소년 주도 아카이빙 체험과 세대 간 교감 및 공동체의 기억 탐사를 중심으로 기획·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공동체 내에서 청소년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지혜롭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간 어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관리·통제되던 자신을 공동체적 삶과 기억의 주체로서 재발견할 수 있는 실천적 계기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작게는 자기 삶의 기록에서부터 가족·친지·지역공동체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탐사·기록·해석·구성하는 아카이빙 체험을 통해 인간의 삶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무한한 관계와 기억의 산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문학적 깨달음에 가 닿을 수 있다면, 청소년 세대 특유의 실존적 고립감과 문화적 단절감은 온전하게 극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층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보다는 가족·친지·타지역민 등과 함께하는 지역 단위의 탐방·아카이빙·전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조직했습니다. 사진을 매개로 한 공통 기억의 지평 위에서 교감하고 자신과 타인을 재발견하는 희열과 확장감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과열 경쟁과 세대 간 단절로 인한 청소년들의 심적 불안과 상처가 일정하게 치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타율적 지식 주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워크숍과 해설을 곁들인 지역 역사 현장 탐방, 그리고 체계적인 사진 기록물 수집 및 제작에 대한 사색과 감각을 계발하고 지역 간·가족 간·세대 간 소통을 유발하는 다양한 기억·기록 프로그램들이,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개인·가족·지역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재발견하는 새로운 체험의 장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같은 체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그들이 인문적 삶의 주체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그려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 이 책은 인문주간에 참여한 각 지역 청소년·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다양한 기억 작업의 과정과 결과물을 수록한 종합자료집입니다. 자료집의 제목에 표현되어 있듯이, 작은 마을 공동체들 안에 살아 있는 저마다의 다양한 기억들이 존중되고 재발견되는 일이 디지털 글로벌리즘 시대에도 여전히, 어쩌면 더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자료집의 구성은 인문주간 행사 [기억공동체와 인문적 삶-지역아카이브 네트워크 프로젝트]의 지역별 3개의 세부 주제, 그리고 비평과 제안 순으로 구성했습니다. 삶의 터전/공간과 기억의 고고학 서울은 5백여 년간 조선의 수도였을 뿐 아니라 근대기를 거쳐 현재까지 중요한 역사적 문화적 기억들이 방대하게 축적되어 있는 그 자체가 거대한 유적지입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까지 근대화와 도시 개발 논리에 의해 수많은 역사 현장과 삶의 터전이 대규모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문화적 유대감과 시대를 넘어서는 역사적 공동체 의식을 느끼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담긴 기억의 지층을 탐사하고 발굴하는 고고학적 태도라 하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산실인 서대문구 지역, 정인보·홍명희 등 중요한 역사적 인물들이 생활했던 도봉구 지역, 개발 논리에 저항하며 마을공동체를 이어 가고 있는 성미산마을에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논산의 재발견 충남 논산 지역은 강경 포구를 중심으로 고대부터 근현대기까지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다양한 시대의 문화적 기억들이 축적되어 있는 곳입니다. 특히 강경은 조선시대에는 군산·원산과 함께 3대 포구였고, 특히 근대기 개항과 식민지 수탈의 역사를 생생하게 간직한 중요 건물들이 일부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간의 난개발로 인해 많은 근대 유산들이 멸실되어 정작 논산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논산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일상 생활의 터전인 논산이 심원한 시간의 지층이 퇴적된 기억의 장소임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논산 지역에 남겨진 한국 근대사의 자취를 따라 지역 문화와 역사에 접근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농촌청소년들의 삶의 지혜와 행복 찾기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사람들은 전국적인 도시화 추세에 의해 농촌이 황폐해지는 현실 속에서도 유기농업과 조합원 제도를 통해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실현시킨 독특한 생태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홍동마을은 한국 유기농업사와 마을공동체 형성사, 대안교육사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도시 중심 가치관의 한계를 성찰하고 농촌에서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방법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그간 홍동에서 이뤄진 중요한 공동체운동의 기억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일이 기본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홍동 청소년들이 자기 지역의 독특한 공동체 형성사 아카이브를 구축해 갈 역량을 축적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중점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비평과 제안 사진아카이브연구소가 2년에 걸쳐 인문주간 행사를 진행한 기본 취지는 근현대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각 기록물인 사진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알리고 멸실되고 왜곡되어 가는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사진아카이브와 기록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의식을 고양시킬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국내외 사진아카이브 구축 현황 및 연구 성과에 대한 비평적 접근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이론적 노력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 대표는 기고문 「역사 기록물로서의 사진아카이브 구축과 활용 방안」에서 그간 한국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사진아카이브 구축 사례들을 정리하고 각 사업의 성과에 대한 비평적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