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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펴내는 글 진도비전, 네 번째 이야기
- 아포칼립스의 나침반·강은수 아이덴티티 Identity Ebony Eye 마수연 Fact Sheet #1 지워지지 않는 것 박지유 Fact Sheet #2 雲林[울림] 박채린 Fact Sheet #3 도약 Quantum Leap J1nd0 김여진 Fact Sheet #1 티켓팅 박태응 Fact Sheet #2 달이 보이는 곳에 안소희 Fact Sheet #3 바닷가 아이들 조민경 Fact Sheet #4 통제 Control 이상도견문 강초연 Fact Sheet #1 미지와의 조우 최지현 Fact Sheet #2 유성우 홍솔 Fact Sheet #3 지배/저항 Power 편지 김희창 Fact Sheet #1 쩐의 전쟁 이시찬 Fact Sheet #2 카타콤 서수미 Fact Sheet #3 저자 후기/편집자 노트 |
진도고등학교 자율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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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비전, 네 번째 이야기
펴내는 글 지금 여기서 우리는 헤어진다. ‘헤어짐’이란, 깊은 결여의 예감을 이미 충분히 맛보고 난 후 이제는 담담해진 짧은 인사말을 교환하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매년 한 권씩 완결되어온 진도비전(珍島秘典)의 네 번째 이야기라니, 준비기간까지 고려한다면 오 년간의 긴 만남이 바로 이 지점에서 끝나려 한다. 진도비전은 선의가 선의로 이어진 좋은 프로젝트였다. 궁벽진 좌표의 한 점에서 발견해낸 어떤 아름다움을 세상과 만나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비록 결과물이 초라할지라도 그 안에 침전된 슬픔과 소박한 꿈과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었다. 모든 필요한 재료들이, 사람들이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다. 네 번째 책 역시, 진도고등학교 책쓰기 동아리 ‘명량한 진도’ 학생 저자들과 사제동행으로 만든 작품집이다. 진도의 역사, 생태, 문화를 다룬 1권, 2권, 3권에서 우리는 진도라는 지점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을 훑어, 더불어 숨쉬는 생태의 음조(音調)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어떤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 1권, 史, 역사의 지도 제 2권, 土, 생태의 지도 제 3권, 風, 문화의 지도 제 4권, 流, 미래의 지도 ‘헤어짐’은 짧은 순간 과거의 한 점으로 편입되고 만다. 이 시간의 지점은 다시 새로운 시간의 터널로 이어진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헤어짐’을 앞두고 여기 잠시 멈추어 미래를 그려 나갈 도구를 찾아보았다. 결국 우리가 이 책에 담아낸 것은 거대한 뿌리의 기록이다. 미래의 묵시록 속에도 여전히 현재가, 과거가, 그 거대한 뿌리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고 말았다. 아포칼립스의 나침반 Compass of Apocalypse 무엇인가 변해간다, 급격하게. 높고 낮은 파동이 쉼 없이 몰려온다, 끝없이 원형을 복제하며 순환하는 프랙탈(Fractal)의 양상으로 파동은 요란하게 온 세상으로, 시스템의 시스템으로 퍼져 나간다. 누구도 흐름의 전체를 볼 수 없다. 누구도 흐름의 종착지를 알 수 없다. 그보다는, 종착지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솔직한 소감이다. 시스템의 고난은 우리 자신의 고난을 닮았고 우리의 두려움은 시스템의 두려움을 닮았다. ‘미래’라는 표제를 나누어 갖는 순간, 10년을 넘지 않을 근접 미래에 진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게 그려보자던 최초의 공감은 작가들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나침반. 잃어버린 방향감각을 되살려줄 나침반. 세계의 플로우가 도달할 지점을 찾아갈 나침반은 이미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음이 어느 순간 분명해 보였다. 애초 밝게 빛나는 미래를 아이들과 함께 보듬으려 시작한 프로젝트인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지만,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지가 대변하는 커다란 흐름의 줄기들은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지난 일 년간 우리가 찾아낸 나침반의 바늘은 끝없이 가늘게, 가늘게 진동하면서도 일관된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각자의 이야기는 무수히 변주될지라도, 그 안의 메시지는 두려운 지향점을 보여준다.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스스로 지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판의 날’. 아마도 그것은 그저 알레고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아포칼립스는 ‘날’의 감각이 아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극한의 구간이다. 우리는 종착지인지, 경유지인지 알 수 없는 그 구간에 남아 홀로 결정한다. 바늘의 방향을 따라야 할 것인가를. 序文 강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