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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_하얀 피부의 자작나무에 홀려서 들어선 숲 4
제1부 산촌에 살며 마음공부 하다 서리꽃 피고 꽃 지고 13 겨우 밭 세 고랑 일궈놓고 19 밭 한 고랑을 더 일구고 바위만 한 돌 두 개를 캐냈다 23 자작나무의 육탈 26 게으름 피다 29 성취감 31 무녀리 배추 35 달리아 알뿌리를 캐다가 39 장작을 패다가 든 생각 42 난로 피우기와 외로움 달래기 46 도끼 50 과일나무를 심으면서 52 기다림 56 풀과 종족 보존 본능 59 비바람과 고추, 그리고 아버지 61 추석명절 고향에 다녀온 날 아침 64 김매기의 인간학 66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69 도움을 받아서라도 꿋꿋이 서라 72 공포의 근원 75 거름 뿌리기 79 풀매기와 인간 문제 81 발자국 84 폐가와 담배건조실 89 제2부 자연은 나의 스승이다 나방 94 꼬리조팝나무 꺾어다 심고(1) 97 꼬리조팝나무 꺾어다 심고(2) 100 군락으로 산다는 것 103 풀무치가 뛰는 가을 105 서녘하늘 황혼을 바라보며 107 꿀벌 112 가을, 곤충의 침입 115 구름 118 새들의 합창 122 눈 오는 날 125 마음에 달렸지 127 팔꿈치 통증 129 감사하는 마음 131 멀칭 하지 않을래요? 133 나는 아직 군자가 되긴 글러 먹었다 137 집의 의미 139 이소(離巢) 142 고라니와 까마귀, 그리고 인간 145 숲속을 바라보다가 149 씨앗의 인문학 152 다람쥐는 어떻게 사는가? 156 텃밭의 끈끈이대나물 159 산비둘기의 교미와 섹스에 대한 대화 162 상수리나무의 해거리 168 제3부 별빛 속에 눕다 계촌유인첩(桂村幽人帖) 174 태풍 고니가 올라온대요 184 쓰레기 치우는 날 186 배초향 차를 만들어요 189 별빛 속에 눕다 191 가을비 오는 날 194 고랭지배추밭 197 사마귀 199 다람쥐 201 못뽑이집게벌레 202 효자손 204 눈 온 날 친구가 왔다 갔다 206 이웃이 뭘까? 208 계촌의 봄눈 212 생명을 대하는 마음 217 곤줄박이와 다람쥐 219 버찌 익어가는 계절에 222 가래나무와 애벌레 230 제비 날라 왔다 233 좁쌀정원 235 상수리나무가 사람을 부르네 239 다람쥐와 상수리 243 꽃과 사마귀 246 고라니 소리 248 솟대를 만들어서 250 두더지의 죽음 253 제4부 홀딱벗고새를 아시나요? 자작나무골이 된 이유 258 조선자작나무? 사스래나무? 거제수나무? 260 야광나무 열매에 눈독 들이는 사람들 264 야광나무 열매와 새들의 만찬 267 이웃집 개 순이 269 가래나무와 봄 273 홀딱벗고새를 아시나요? 275 싸리꽃집 279 칡 캐는 사람들 284 가을밤 노랫소리에 소녀 감성 뚝뚝 떨어지네 289 삼둥이 292 자작나무골 백일홍 꽃길 조성하기 295 산벗꽃 휘날리는 봄날의 만찬, 그리고 음악회 299 이웃집 개 진순이 303 수달이 훔쳐간 줄 모르고 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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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살 집을 알아보면서 돌아다닐 적에 인생의 가파른 길 고비처럼 경사진 산다랭이 푸른 배추밭을 보며 사람의 힘이 가해진 것도 아름답구나, 생각했다.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는 나그네는 그저 눈에 피상적으로 들어오는 푸르름과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며 저 언덕 위 배추밭 옆에 집을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 강원도에 와서 살게 됐다.물론 나의 집은 산 중턱 조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지만, 언덕 위 배추밭이 아니다. 배추밭과는 떨어진 한가로운 숲속이다. 숲으로 둘러싸여 배추밭에서 일하는 사람과도 일정 거리를 둔 곳이다.
이제 강원도의 땅을 밟고 흙냄새를 맡게 되니 멀리서 바라보던 배추밭을 일상처럼 옆에서 지나치고, 봄배추, 여름배추, 가을배추 계절을 따라 순환하는 농사의 쳇바퀴를 느끼며, 그때마다 농약이 뿌려지는 냄새의 고통과 수확 후 상품성이 없다며 내팽개쳐진 배추와 버려진 시래기들이 썩는 냄새, 그런 냄새들을 사람들이 풍겨낸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배추밭에서 냄새를 풍길 때만 장마철 논배미 봇도랑에 미꾸라지 기어 나오듯 어디서 꾸역꾸역 나왔는지 모를 사람들을 만난다. 배추나 더덕, 기타 작물을 수확하고 갈무리하러 나오는 일꾼들이다. 뭉게구름 굴러다니는 하늘 아래 푸른 배추밭을 지나가다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일상에 들어가서 바라보니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도 그곳에서 삶을 일구는 사람도 일상의 고통이 일그러지는 배추밭이었다. 사람도 그럴 것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참지 못할 고역과 일상의 지루함과 삶을 지켜내려는 고통과 ‘나’만을 고집하고 지폐를 세는 손끝의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도 모르는 체 살아가는 일상의 고통이 하얀 종잇장 같던 마음속에 검은 줄무늬를 그려가고 있다는 것을 고랭지 배추밭을 보며 생각한다. ---「고랭지배추밭」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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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들이 쓰는 에세이
오십 중반을 넘긴 저자는, 강원도 평창군 자작나무 숲에서 홀로 살아간다. 여느 TV프로그램에서 방영되는 숲속의 자연인들과 사정은 다소 다르나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아니다. 다만 저자는 이 숲속 생활을 하면서 에세이를 쓰고, 시를 쓰는 작가 생활을 만끽한다는 점에서 정서적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에세이집 [서리꽃 피고 꽃 지고]가 들려주게 되는 자작나무 속삭임 같은 것들이 우선 독자들을 신선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저자가 평창군 방림면 대미 자작나무골로 이사 온 지 벌써 4년째이다. 애초 그는 은퇴하고 고향 근처 시골로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아 6개월 동안 강원도 일대를 찾아다니다 지금의 자작나무골로 들어오게 되었다. 무엇보다 하얀 피부의 자작나무에 매료된 탓이다. 사방이 산인데다 밤이면 칠흑 같은 막막함이 밀려와 두려움과 외로움이 몹시 컸다. 하지만 차츰 꽃과 나무를 심거나 텃밭을 일구며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체득하면서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저자는, 자연이 주는 위안과 깨달음을 얻으며 자작나무 식구가 되었다, 해가 갈수록 몸은 점차 건강해졌으며, 자연과 호흡하며 지내다 보니 자신의 마음도 자연을 닮아갔다. 저자의 이웃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걱정거리를 쌓는 것인 동시에 기쁨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서로 조그만 반목에 눈을 붉히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사귀며 사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웃의 도움을 주고받고 또는 막걸리라도 주고받으며 사는 생활이 행복했다. 이번 에세이집 [서리꽃 피고 꽃 지고]에는 이곳에서 자연과 작은 노동과 사람들과 지내며 느꼈던 것들을 틈틈이 적었다. 자연 속에 지내며 마음 수양을 하고, 자연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산속 생활의 기쁨을 느끼고, 이웃 사람들과의 교유와 생활상을 그렸는데 이 글들은 바로 자연의 경이 그리고 내면에의 관찰과 교유의 행복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