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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이 준 선물
2. 상처가 남긴 딱정이 3. 소중한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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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가득한 커피숍 창가에 두 여자가 마주 앉아 있다. 젊은 여자는 왠지 기가 죽어 보이는 데 반해 중년 여자의 모습은 당당함과 세련미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흐른다.
중년의 여자는 얇은 흰 봉투를 핸드백에서 꺼내 탁자 위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이 돈이면 되겠지? 삼천만 원이야.” “어머니!” “왜? 모자라서? 염치가 없구나. 그럼 얼마면 되겠니?” “어머니! 이제 3년밖에 안 되었어요.” “너는 3년이 짧은가 본데 나는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병원에서도 조금 기다려 보자고 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제 의사 말도 못 믿어. 그동안 기대했던 게 몇 번이야. 매번….” “어머니….” “또 속으라는 거냐? 용하다는 점쟁이가 그러더라. 네가 아이를 못 낳는다고. 내가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어머니! 제발 이러시지 마세요. 요즈음 그이도 어머니가 자꾸 이상한 말을 하시니까 힘들어해요.” “민우가? 못난 놈!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대를 끊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 “어머니! 병원에서도 그랬잖아요. 아무 이상 없다고.” “그래. 너 말 잘했다. 지금 병원에서도, 다른 병원에서도 네 말대로 이상 없다고 했지? 그런데 왜 애가 안 들어선 대니. 이상 없으면 애가 있어도 벌써 있었어야지. 안 그러냐.”---본문 중에서 처음 민우와의 결혼 아닌 결혼을 가족 중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다. 선택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진이 이런 마음을 비친다면 가족은 여진보다 몇 배 마음 아파할 것이다. 그녀의 선택을 두고 어떤 이에게는 신데렐라로, 어떤 이에게는 효녀 심청이로, 어떤 이에게는 바보로 비춰지고 있다 한들 상관없지만, 현실에 자신의 부정함이 조금씩 파고들고 있음이 이제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건 속에 자고 있던 현실이라는 단어와 결혼이라는 단어가 이제야 진한 색깔을 내뿜으려 서서히 움직이고 있음에 소스라친다. 목사와 정을 통한 헤스터가 떠오른다. 작가 나다니엘 호손이 쓴 주홍 글씨의 주인공인 헤스터 프린. 이 집에서 나가는 날, 헤스터가 가슴에 달고 있는 것보다 큰 리본이 자신의 가슴에 달리게 될 것인데 왜 이제야 선명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여진은 그동안 자신의 선택에 작은 상처도 없을 거라는 착각을 했었을까. 여진은 지금 쪼그리고 앉은 자세 이대로 단 몇 분이라도 누군가에 안겨 이 순간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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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한 남자의 그림자로 살 수 있나요?
가족을 위해 가슴앓이의 삶을 택한 여인의 먹먹한 고백 주인공 여진은 찌든 가난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집안의 장녀이다. 뺑소니 사고로 편찮으신 아버지와 식당에서 일하시는 어머니, 고등학생인 쌍둥이 두 남동생까지… 홀로 감당하기엔 벅찬 삶에서 고군분투해온 그녀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심정을 참아내고 있던 어느 날, 엄마의 친구로부터 뿌리치기 힘든 조건을 제안받는다. 어느 부잣집에서 내세운 조건인즉 ‘1년을 사는 조건에 1억을 주는 것, 그리고 그 후 서로 결혼을 원한다면 하는데 대신 3년 안에 아이를 못 낳으면 이혼을 하는 것’. 부잣집에서 그것도 돈까지 줘가며 결혼 상대를 찾는 이유는 바로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 때문이다. 그녀의 나이 겨우 스물 넷. 하지만, 이대로 살다가는 꿈도 희망도 영영 잃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에 여진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들밖에 모르는 쌀쌀맞은 시어머니, 그리고 어머니께 꼼짝 못 하는 시아버지와 늘 조용하고 말이 없는 고모님. 자폐를 가진 남편(민우). 어쩐지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집에서 여진은 꿈에 그리던 미래를 누릴 수 있을까? 이 집을 감싸고 있는 엄청난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2009년 처절한 복수극을 다룬 『허수아비의 죽음』의 작가 권오순 씨의 작품으로,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한 여인들의 눈물 어린 고백과 인생의 시련을 그렸다. 대를 잇기 위해 계약 아닌 계약을 하고 한 집안에 들어가는 여인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 이미 수차례 대중에게 선보였다. 그럼에도 비슷한 소재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전의 세습과 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구시대의 악습을 비판하거나 개혁하고자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타인의 남모를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여진과 명숙의 처절한 삶을 빌어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민우의 집에 소속되기 전 여진은 모든 게 풍족해 보이는 민우의 집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가난에 찌든 자신의 모습과 다른 세계인 것만 같은 민우의 집 풍경을 바라보며 ‘돈이란 이런 거구나. 나처럼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이 모든 것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민우의 가족으로 소속된 후 그의 집에도 심연과 같은 아픔이 서려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타인의 고통, 아픔에 대한 이해와 진정한 믿음,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소설 『가슴앓이』는 혼자만의 슬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감동과 위로로 전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