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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난
새로운 빈곤, 오래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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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빈곤이란 무엇인가
1장 빈곤의 뜻과 쟁점
2장 빈곤이 왜 문제인가
3장 우리나라 빈곤의 현주소

2부 가난의 모습
4장 가난한 노인들
5장 거리의 빈곤: 노숙인
6장 새로 이웃이 된 사람들의 빈곤: 결혼 이주 여성, 탈북자 등
7장 가난을 더 힘들게 하는 주거 빈곤
8장 가난은 모인다

3부 왜 가난해지는가
9장 일을 해도 가난해지는 구조
10장 가난은 여성에게 더 쉽게 찾아온다
11장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더 쉽게 가난해진다
12장 대를 잇는 가난

4부 빈곤 넘어서기
13장 빈곤 극복의 꿈과 정책

저자 소개 3

현재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기간, 즉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대통령 비서실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담당했다. 그때의 경험과 생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 《부동산은 끝났다》 《한국의 가난》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 《가난이 사는 집》 등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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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차상위 빈곤층과 사회복지행정 전달체계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그동안의 빈곤 연구를 정리해 「우리나라 빈곤실태와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로 발표했다. 빈곤 현장과 만나면서 일선의 사회정책이 더욱더 인간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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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가족 간 소득이전을 연구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한국의 빈곤문제 및 빈곤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구성원 모두 행복한 사회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그에 일조하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 공저로 『빈곤과 사회복지정책』, 『빈곤론』, 『한국의 가난』, 『사회복지정책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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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53*224*30mm
ISBN13
9788946059191

책 속으로

빈곤은 추상적인 개념이며,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는 보통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 어떤 기준선을 정하여 빈곤 여부를 판단한다. 그 기준선이 바로 빈곤선이다. _ 24쪽

사회복지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보통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빈곤 여부를 판단하는 범주에서 배제한다. 직접 살고 있는 주택은 아무리 비쌀지라도 임대를 주지 않는 한 거기서 필요한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주택이 있다면 주거비가 덜 들기 때문에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살고 있는 주택도 빈곤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 결과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별로 비싸지 않은 주택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생겨난다. _ 36쪽

이웃의 빈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이유가 ‘억제할 수 없는 동정심’이나 종교적 실천 또는 천부적 인권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각 사회의 빈곤 대책을 설명할 수는 없다. 동정심은 대개 빨리 사라진다. 우리가 사회제도로서 빈곤 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동정심이나 문명국가의 부끄러움 이상의 구조적 이유가 있다. 즉, 극심한 빈곤이나 빈부 격차는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해칠 수 있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속적이고 제도화된 빈곤 대책은 동정심을 넘어 사회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이기심’이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그만큼 빈곤에는 사회 전체가 문제 삼아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_ 50쪽

가난은 개인의 불행이나 사회의 생산성 훼손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른다. 가난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권리 행사에 무관심해지거나 적절한 판단력을 잃기 쉽다. 생존 문제 해결에 급급한 상황에서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는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흑인의 투표 참여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로 나왔던 지난번 선거는 예외이지만) 백인보다 10~15% 정도 낮고, 비슷한 정도로 히스패닉계가 흑인보다 낮다.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문맹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문맹이 많은 것이다. 특히 최근 선진국의 빈곤 현상은 불법체류, 이민 등과 같이 시민권 부재 문제와 연결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정당한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_ 54~55쪽

빈곤 문제에 대한 관점은 개인과 구조의 양단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개인의 문제, 또 어떤 부분에서는 구조의 문제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든 빈곤을 개인의 일로만 내버려둘 수 없다. 동정심 때문이든, 생산성 유지를 위한 이기적 심산에서든, 아니면 평등주의로의 체제 개혁을 지향하기 때문이든, 국가와 사회는 빈곤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경제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누구라도 빈곤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빈곤은 이제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상승한 빈곤율은 본인의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의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코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닌 것이다. _ 58쪽

서구의 경험에서 보듯이 노인 빈곤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국가의 사회복지제도다. 이제 우리도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컨대 캐나다처럼 모든 노인에게 최저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기초연금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고려했을 때 국가의 재정 부담과 국민의 조세 부담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법이 당장 어렵다면 적어도 빈곤한 노인의 최저생활만큼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빈곤한 노인 중에는 자녀가 있거나 살고 있는 집 또는 자동차가 있어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80%에 이른다. 이러한 노인의 최저생활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정하는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_ 103쪽

1970년대 이전 출생한 세대 중에는 특히 절대 빈곤의 결손가정에서 성장해 10대 초반에 사회로 진출한 사람이 많아 한계계층이 누적되어 있다. 단적인 예가 쪽방이나 여인숙, 고시원 등지에서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로, 그 숫자는 수만 명으로 추산된다. 절대 빈곤의 여진이 강하게 남아서 일종의 사회적 취약계층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계기에 따라 노숙인이 급증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노숙인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바로 오랫동안 단신으로 생활해온 한계계층들이 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노숙인 중 고령자가 많은 현실은 이들이 젊은 시절 노후를 대비할 여건이 안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율과 그것의 배경이 되는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공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_ 116~117쪽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새로운 이웃인 결혼 이주 여성을 대상에서 배제한다. 빈곤한 사람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다. 그런데 결혼 이주 여성은 이 제도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한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체류 기간이 2년을 넘어야 한다. 한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하려면 출산을 해야 하는데, 출산은 생물학적으로 결혼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빈곤해도 결혼 이주 여성은 일정 기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 _ 141쪽

빈곤 지역은 빈곤층이 사회에서 배제된 결과이면서, 빈곤을 영속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빈곤층이 밀집한 지역은 물리적 환경만 나쁜 것이 아니다. 서구의 일부 연구에서는 빈곤층이 밀집한 지역에 독특한 하위문화가 형성된다고 보아왔다. 잦은 음주나 마약중독, 실업 지속, 복지 의존 같은 이른바 빈곤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대에 걸쳐서 빈곤이 누적된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면 사회적 희생자를 다시 비난하는 꼴이 되기 쉽다. 가난한 사람들은 빈곤한 생활 경험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서 삶에 대해 나름의 적응 기제를 갖는데, 이러한 적응 방식이 결국 앞에서 언급한 특성을 만들어낸다. 즉, 빈곤 문화가 빈곤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기보다는 빈곤이 빈곤 문화의 원인인 셈이다. 이렇게 형성된 문화가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_ 182쪽

국내 노동시장의 노동유연성 증가 및 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상시적 실업 위기와 고용 불안정은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진다. 고용 불안정과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근로자들이 자영업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임금 근로자가 증가하고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1980~1990년대 중반까지는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수는 줄지 않고 전체 고용의 24% 내외로 정체 상태에 있다. 문제는 도소매업 및 서비스업 등 많은 자영업자들이 진출하는 분야도 대형화·전문화되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영세자영업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03년 이후 영세자영업자들이 몰락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_ 199쪽

중요한 것은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상황이 ‘차별의 결과’인지 아닌지 하는 출발점 논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여성은 분명히 일과 가정이라는 이중의 질곡 속에 빠져 있고, 이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에 대해 차별적 제약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에서도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문제될 정도인데 우리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차별의 시정은 ‘여성에게만 도움이 된다, 아니다’라는 식의 남녀 갈등만 조장하는 인터넷 토론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남성은 군대, 여성은 출산’이라는 식의 ‘고통 자랑하기’ 이분법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_ 226쪽

가족은 일할 수 없는 사람의 빈곤을 충실히 책임져왔는가? 2010년 현재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받은 사적 이전소득을 포함해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58%인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은 사람은 4.47%다. 달리 말해, 전체 인구의 8.11%는 빈곤한데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실제로, 빈곤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 중 25.7%가 부양 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기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빈곤한 사람 중 상당수가 가족과 국가 모두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_ 240쪽

한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정도는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줄어들면 계층 간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사회적 불안이 커진다. ‘내 편’과 ‘네 편’이 분명하게 구분되고 계층 및 계급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결과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한편, 공공정책에 대한 지지 기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상층과 하층의 구분이 뚜렷해지면 언제나 ‘남’일 뿐인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상층의 비용 부담 의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빈곤 문제가 나의 일이 아닌 것이 된다. _ 249쪽

나라마다 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수준이 다른 것은 바로 그 자체에 사회 전반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산출한 빈곤율과 조세 및 사회정책이 반영된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산출한 빈곤율의 차이가 큰 나라일수록, 즉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일수록 빈곤 극복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빈곤 극복과 예방을 사회정책의 영역에만 맡겨두지 않고 경제정책을 비롯한 제반 국가정책에 반영해 실시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_ 280쪽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경제 규모 세계 11위 대한민국 빈곤의 민낯

얼마 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9년 만에 다시 세계 11위로 뛰어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순위만 놓고 보면 이 책이 나온 시점보다 더 올랐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와 함께 한국의 구매력평가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한 해 전보다 여섯 계단이나 떨어진 46위에 머물렀다는 소식도 실렸다. GDP가 나라 경제의 몸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GNI는 한 나라의 평균적 생활수준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 눈에 띄는 또 다른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에 해당하는 노인 가구의 비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꽤 잘산다는 나라에서 나이가 들면 둘 중 한 명이 빈곤에 빠진다니, 빈곤은 먼 나라의 이야기이거나 나와 무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경제위기에서 보았듯이 우리 사회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누구든 가난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규모가 커짐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특별한 노력과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반복될 문제다. 결국 빈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닫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경쟁도 바로 이 부분의 성과를 놓고 경쟁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것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의 빈곤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종합적으로 개괄해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외국의 빈곤 문제를 다룬 책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가난』은 초판이 나온 지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우리의 빈곤 상황과 그 해법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교양서로 꼽힌다. 이번에 출간된 개정판에서 저자들은 그동안 바뀐 제도나 통계 수치를 등을 반영하고, 책 전반에 걸쳐 독자들이 주요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다듬었다.

개념부터 대안까지, 토종 빈곤론의 완결판

이 책은 먼저 빈곤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주관적 시각에서 빈곤을 정의한다면 애초부터 논의가 불가능해진다. 어떤 이는 밥을 굶는 절대 빈곤만을 빈곤으로 인정할 수도 있으며, 다른 이는 극단적인 상대 비교를 통해 누군가보다 (즉, 상대적으로) 못사는 모든 경우를 빈곤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가난하다’라고 말할 때는 객관적이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정확해야 빈곤 대책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따라서 다소 이론적인 내용일지라도 1장에서는 빈곤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소개하고, 각 정의가 지닌 문제점과 쟁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빈곤은 왜 문제가 될까? 어느 정도의 빈곤은 한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빈곤과 빈곤 대책을 둘러싼 현격한 시각차를 발견하게 된다. 많은 이들은 빈곤층이 그 자체로 불쌍한 존재이므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빈곤층 대책, 넓게는 복지정책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본다. 2장에서는 빈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살펴보고, 왜 우리가 빈곤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이어서 우리나라의 빈곤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최근에는 빈곤층에 관한 조사가 과거에 비해서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리나라 빈곤층 실태의 전모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3장에서는 수입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 외에도 중위소득의 40~60% 이하로 정의되는 상대 빈곤층에 대해서도 개략적인 모습을 그려본다. 빈곤층의 소득, 인구구조, 가족 상황, 근로활동, 질병, 장애, 주거 상황 등을 정리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도 다룬다. 그러나 빈곤층 집단별 특징은 2부에서 다룰 과제로 남겨두었다.
2부에서는 가난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빈곤의 실체에 한 발 더 다가가 본다. 먼저 4장에서는 우리나라 빈곤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원인 역시 개인적인 문제 외에도 역사적으로 누적된 문제를 안고 있는 노인 빈곤에 대해 살펴본다. 노인은 근로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우므로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외국 사례를 보면 노인의 빈곤율이 오히려 일반 가구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우리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이 연금을 비롯한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형편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5장에서는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빈곤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그야말로 정처가 없는 빈곤이기에 빈곤의 가장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족도 집도 이웃도 없이 떠도는 빈곤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거리로 내몰리기까지 많은 사연을 안고 있으며, 대부분 육체적·정신적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노숙인 숫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주변에서 더 많은 노숙인과 마주치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쪽방, 고시원, 심야 사우나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노숙인의 빈곤이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빈곤 문제라면, 새롭게 생겨난 유형의 빈곤 문제도 있다. 새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결혼 이주 여성이나 탈북자들의 빈곤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생활력이나 빈곤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6장에서는 이들이 출발선상의 가난을 적절히 극복할 수 있을지, 다른 문화, 다른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나아가 이들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적절한지 등을 살펴본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은 옹색하다. 예전 판자촌이 그러했고, 오늘날 지하 셋방이 그러하다. 돈이 없으니(즉, 가난하니) 싼 집을 찾았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이들이 사는 집은 허술하고 춥고 불편하다. 이른바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얼핏 보면 주거비가 싸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개 월세로 살다 보니 전세에 비해 오히려 더 부담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이니 뉴타운이니 하면서 그마저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전세금이 크게 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가난 때문에 싼 집에 살 뿐 아니라 싼 집이 없어져서 더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7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해 논의한다.
빈곤층은 모여서 산다. 주거비가 싼 동네가 몰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빈곤층의 입주를 유도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빈곤층 비율이 높은 지역은 따로 있다. 대개가 농촌, 산간, 도서 지역 등 낙후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에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주로 노인들만 남아 있다. 가난을 개인과 가구 단위로 보는 데서 벗어나 지역 단위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가난의 지리학’을 생각해보는 것이 8장의 내용이다.
3부에서는 왜 가난해지는지 그 원인을 살펴본다. 팔자 탓에? 부모 잘못 만나서? 게을러서? 약자를 희생하는 사회·경제 구조 때문에? 사람들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많은 연구에서는 그러한 선입관 없이 빈곤의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를 이미 생산해두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제구조의 문제다. 이른바 근로 빈곤층 문제는 과거 개발연대와 현재의 빈곤을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양산되는 것이 한 원인이다. 근로 빈곤층의 빈곤은 다시 그들이 부양하는 노인이나 아동의 빈곤으로 이어진다. 근로 빈곤층의 빈곤 문제가 전통적 빈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기존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9장에서는 이처럼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서 10장에서는 여성의 빈곤을 다룬다. 근로 빈곤층의 60~70%는 여성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이 적을 뿐 아니라, 육아나 간병, 가사 등으로 일에 몰두하기가 어렵다. 남성의 노동은 가정을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반면, 여성의 노동은 부업 정도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여성 가구주의 비율이 20%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생각이 남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더구나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둔 연금제도나 사회복지제도는 여성의 자활과 자립을 더욱더 어렵게 한다.
일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더 쉽게 가난해진다. 노인, 장애인, 만성 및 중증질환자가 있는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가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들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빈곤층이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들은 우리 주변에 있어왔고 그래서 그 대책도 발전해왔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가난한 이웃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이들을 지원해야 할 공공부조제도마저 비현실적인 잣대로 도움이 절실한 대상자를 외면하고 있다. 11장에서는 이들의 빈곤 문제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크게 우려할 만한 가난이 있다. 바로 부모가 가난해서 자식이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부모의 가난이 자식에게 이어지는 것은 얼핏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으나, 바로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빈곤의 세습을 막기 위해 매우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재산의 정도와 상관없이 교육을 받고 사회적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빈곤 탈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빈곤을 고착화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으며, 어려서부터 가난에 따른 차별을 겪기도 한다. 12장에서는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가난의 문제를 논의한다.
4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빈곤을 넘어서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고, 희망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사회안전망 구축을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자원을 투입해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자리 잡았으며, 기초연금, 보육서비스 지원 등 직간접적인 빈곤층 지원 대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빈곤 대책은 공공부조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의 3대 안전망이 균형을 이루기는커녕 곳곳에 사각지대가 널려 있다. 따라서 마지막 13장에서는 우리의 사회적 목표를 빈곤 극복에 두고,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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