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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ugi wa Thiong'o
키히카는 대중에게 말했던 희생정신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었다. (…) 조직은 키히카가 남긴 상처를 거름으로 여전히 살아남아 성장했다. --- p.33~35
“독립의 결실을 최초로 맛봐야 하는 사람은 당신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큰 차를 타고, 자동차가 옷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마다 바꾸며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누굽니까? 그들은 조직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학교나 대학이나 행정기관으로 도피했던 자들입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배반하거나 협력했던 자들도 있습니다.” --- p.111 “이제 알겠소? 우리는 모두 저마다 잃은 게 있는 거요. 대의를 위해서 말이오. 우리는 힘을 합쳐 똘똘 뭉쳐야 해요!” --- p.175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잠잘 때 꾸는 그런 흔한 꿈 이야기가 아니에요. 젊었을 때, 그것도 한낮에 앞으로 있을 좋은 것들을 내다보는 꿈 말이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가슴 설레는 그런 꿈. 그렇게 되면 슬픔을 위한 공간이 남지 않게 되죠.” --- p.209~210 “오늘의 태양과 흙먼지, 그리고 피로 파는 이 참호를/그 누가 잊을 수 있으리!/그들이 나를 참호 속으로 밀어 넣었을 때/눈물은 하염없이 내 가슴에 흘렀네.” --- p.223 “손발이 쇠사슬로 묶인 채 사람들이 불구자처럼 땅바닥을 기어 다닌 것을 제외하곤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한번은 병 주둥이를 사람들의 엉덩이에 박아 넣기도 했고 남자들은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울부짖곤 했어요. (…) 나는 지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서 내가 본 것은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짙은 암흑뿐이었어요.” --- p.283 보슬비가 내리는데도 우리 마을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진흙탕에서 춤을 췄다. (…) 그들은 우리 마을의 영웅들도 기억했다. (…) 우리는 그의 이름에 새로운 전설을 부여했고 그의 영웅적인 행동을 상상했다. --- p.309~310 “어쩌면 우리는 (…) 너무 걱정을 하면 안 되는지 몰라요.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 마을도 다시 세워야 하고.” “그리고 내일은 장날이지. 땅도 파고 가꿔서 다음 철을 준비하고…….” “돌봐야 할 아이들도 있고요.” --- p.369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문질러서 지워버리려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법이에요. (…) 서로 얘기하고, 서로의 마음을 열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 다음에야 원하는 미래를 같이 계획할 수 있겠죠.” --- p.376 |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돌이켜보건대 그의 피는 한 알의 씨를 담고 있었다” 역사의 격동 앞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선택 소설은 케냐 독립일 직전, 평범한 농부 무고에게 마을의 원로 와루이, 무장독립투쟁의 영웅 키히카의 매제 기투아, 역시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여성 왐부이, 게릴라 활동의 주역 R장군과 코이나 부관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고는 과거에 경찰서장을 암살한 키히카를 숨겨주었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채찍질당하던 여성을 구하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갔으며, 세계적으로 그 참상을 널리 알린 수용소 단식투쟁을 이끈 영웅적 인물로서, 이들은 무고에게 나흘 뒤 있을 독립일 기념식에서 연설을 해달라 청하러 온 것이었다. 또한 키히카를 배반해 식민 당국에 넘긴 것으로 생각되는, 백인의 앞잡이로 일한 카란자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한편 기투아는 키히카의 누이 뭄비와의 짧은 결혼생활 직후 수용소에 끌려갔다 6년 만에 돌아왔으나, 시어머니와 함께 힘든 삶을 이어오던 뭄비가 카란자의 아이를 낳은 뒤였다. 가족에게 돌아오기 위해 신념을 버리고 수용소에서 풀려나온 기투아는 배신감을 느끼며 마음의 문을 닫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독립일 앞뒤 며칠간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950년대 마우마우 독립운동, 1920년대 격변기, 더 나아가 케냐의 전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또한 투쟁과 희생의 키히카, 배반과 고뇌의 무고, 기회주의와 변절의 카란자, 갈등과 성장의 기코뇨, 사랑과 치유의 뭄비 등 명확한 주인공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수 인물들의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져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후반부에 가서는 ‘우리’라는 표현으로 작가의 직접적 개입까지 이루어진다. 이는 작가가 단 한 명의 영웅을 중심인물로 내세우기보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기도 한 ‘하람베’ 즉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설이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식민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배반과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일 것이다. (…)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 자유를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헌신한 “한 톨의 밀알”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역사의 물결에 부대껴 안쓰러운 삶을 살아온 민중을 감싸 안는 작가의 넉넉한 품이다._옮긴이의 말 “자유를 향한 무서운 갈증과 배고픔, 고통과 피와 가난의 한가운데에서조차 삶의 몸부림은 아름다운 것처럼 보였다” 세계문학사에 탈식민주의의 새로운 흐름을 가져온 거대한 전환 작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백인들의 묘사를 통해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파고든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문제 삼는다. 특히 영국 지식인이자 군인 출신으로 경찰서장과 강제수용소 소장을 지내며 비인간적 행위를 자행한 존 톰슨의 비망록에는 폭력과 야만성을 용인할 수 없기에 식민지인들에게 채찍을 써야 한다는 모순적 사고가 드러나 있다. 그는 독립일 직전 케냐를 떠나면서도 결코 반성하지 않으며 끝없는 지배욕을 드러내는 제국주의의 상징적 인물이다. 채찍을 써야 한다. 어떤 정부도 무정부 상태를 용인할 수 없으며 어떤 문명도 이러한 폭력과 야만성 위에 건설될 수 없다. 마우마우는 악이다. 그것을 저지하지 않으면 우리 문명이 뿌리를 두고 번창하게 된 모든 가치들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91쪽 “설마 이게 여정의 끝은 아니겠지. (…) 아직 우리는 지지 않았어. 아프리카는 유럽 없이는 결코 안 돼.” 255쪽 위와 같은 식민주의·제국주의의 청산은 당연한 것이지만, 작가는 이와 더불어 독립 이후 신식민주의의 문제를 암시한다. 식민 정권에 협력했던 자본가들이나 식민 정권의 하수인으로 민중을 억압했던 경찰과 군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민중을 수탈하고 억압할 것처럼 묘사된다. R장군은 코이나 부관이 최근에 걱정했던 것을 떠올렸다. 코이나는 케냐가 독립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 들려 있는 식민지 과거의 망령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금 나이로비 거리에서 행진을 하는 군인들은 ‘케냐 토지 및 자유 수호단’이 아니라, 잭슨이 교회 안에서 했던 일을 전선에서 했던 식민지 군대인 영국 여왕의 ‘왕립 아프리카 소총 부대’인 것도 사실이었다. 335쪽 이런 맥락에서 이후 포스트식민시대 정치적 문제들을 형상화한 『피의 꽃잎들』이나 『십자가 위의 악마』는 “작가가 『한 톨의 밀알』에서 암시하고 예언한 것을 외연화하고 확장한 소설들”이라 할 수 있다. 탁월한 언어적, 예술적 감각으로써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인 심리를 묘파하여, 인간의 보편적 비극으로 빼어나게 형상화한 『한 톨의 밀알』은 응구기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이자 세계문학사에 탈식민주의 흐름을 가져온 위대한 전환적 작품이라 하겠다. 추천의 글 “위대한 소설.”_찰스 은놀림(문학비평가) “최고 작가로서의 응구기의 명성을 확고히 한 소설.”_사이먼 기칸디(문학비평가) “오늘날 가장 폭넓게 논의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가.”_찰스 칸탈루포(문학비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