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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ichi Katayama,かたやま きょういち,片山 恭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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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는 작은 오동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틀림없이 무슨 탯줄이나 훈장이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그런 상자. 어쩐지 기묘한 기분이었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어주면 좋겠다." 돌연,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꺼냈다. "할애비 죽을 때 내 뼈와 함께 뿌려줘." "잠깐 기다려 봐." 나는 당황하여 말했다. "이 사람의 뼈와 내 뼈를 같은 양으로 섞어서 사쿠가 좋아하는 곳에 뿌리는 거야." 할아버지는 유언처럼 반복했다. 뒤늦게 할아버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뼈를 훔쳐내는 것뿐이라면 혼자서 몰래 결행하면 되는 것이다. 일부러 손자인 내게 계획을 밝히고, 게다가 실행범으로 가담시킨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알겠지? 약속했다?" 할아버지는 확인하듯이 말했다. "그런 약속은 못 해."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 중요한 일을 나 같은 사람한테 맡겨도 괜찮아?" 어떻게든 할아버지의 의지를 뒤집어 보려 했다. "다른 누구한테 부탁하라는 소리냐?" 늙은이는 완고하다. "아빠라든가." 나는 회유하는 어조로 말했다. "할아버지 아들이잖아. 분명 아빠가 가족 대표로 할아버지 장의를 맡아볼텐데." "그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녀석은 우리의 마음을 모른다고." "우리라..."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어쨌든 나하고 네 녀석은 마음이 맞잖아." 하며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사쿠라면 분명 이런 일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고 네가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장어구이 도시락에 넘어간 그 날 밤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아니, 그 이전부터 일은 주도면밀하게 진행되어 왔음에 틀림없다. 내가 철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할아버지는 이 날을 위해 쭉 자신의 손자를 길들여 온 것이다. --- pp 5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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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독자를 눈물짓게 한 사랑과 이상의 하모니
-2004년 여름 극장 개봉 삶을 영원히 떠나야하는 순간에 과연 인간이 이토록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여정을 따라 새하얀 눈꽃 속에서 단 둘만의 외딴섬으로, 이상이 넘실대는 병원의 무균실로, 흩날리는 벚꽃 속으로 마음에 아무 것도 담지 않고서 천천히 걷노라면 불가능보다 가능하다는 쪽에 손을 들게되고 말 것이다. 저자 카타야마 쿄이치는 지구가 네모나다고 믿었던 저 먼 인류의 발원지에서 시작해서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을 잔잔하게 정의해나간다. 주인공 사쿠타로(시인의 이름이기도 함)와 그의 연인 아키(가을을 뜻하기도 함), 그리고 이제 모든 삶의 일선에서 물러난 사쿠타로의 할아버지와 무덤 속에 조용히 뼈로 남아있는 할아버지의 옛 연인... 등장 인물들은 절대로 감정을 과장되게 휘두르지 않고 다분히 고찰하는 자세로 독자들 마음 속 저 바닥에 묻혀있었던 순수함을 되살려낸다. 이 사랑이야기가 독자의 가슴속 깊이 닿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순수함>의 공감대 때문이다. 먼 옛날, 피치 못할 사연이 있어 섬과 육지로 각각 이별한 연인이 있었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나 강렬해서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있던 섬과 육지가 조금씩 조끔씩 움직여 결국에는 달라붙었다. 이런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것은 사랑의 가능성을 깨달은 사람들을 통해서이며, 그런 이들에게는 전설이 전설 이상의 의미가 되어 남아있는 것이다. 여름의 긴 낮, 겨울의 긴 밤을 당신은 여기에 잠들다. 백 년 후엔 나도 결국 당신 곁에 잠들겠지. 편안히 그날을 기다려주오. 2000년 전의 시(詩)임에도 불구하고 아하- 사랑하는 사람이 영영 떠나버렸구나,하고 시를 지은 사람의 마음이 금방 전해져오는 걸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건 세월이 지나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엄청난 변화와 진보를 거쳐왔지만 옛날이든 지금이든, 할아버지든 손자이든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뿌리는 별반 다르지가 않다. 작가는 이러한 사랑의 힘과 불변성을 잘 알고서 소설 속에서 길을 만들어 나간다. 여기 나타난 사랑에는 신화에서처럼 상상력과 염원이 중심에 서있지만 현대적 감성과 시각으로 차분하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눈앞에서 벌어지고있는 듯한 사실감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에는 순수한 물음표가 만들어내는 애잔한 유머어도 늦가을 잎사귀처럼 듬성듬성 매달려있어 감동을 한층 더한다. 카타야마 쿄이치의 완벽한 구성과 사랑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은 일본에서 이미 200만 명의 독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으며, 유메시마 섬의 비밀스러움을 비롯해서 주인공이 하늘로 손을 뻗어 둥그런 곡선을 그리며 아키를 뿌리는 마지막 장면까지, 그가 활자로 생생하게 뎃생해놓은 풍경들은 필름에 담겨져 2004년 여름 스크린으로도 우리에게 소개된다. 작은 배로 바다를 떠돌던 그 여름... 사랑의 심연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