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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며
일러두기 들어가는 글 관상수시(觀象授時)-하늘을 읽어 때를 알리다 제一부 관상(觀象) 一장 동양의 방위(方位) 二장 하늘은 어떻게 생겨났나-우주 기원(起源) 신화 三장 하늘의 생김새 四장 하늘의 주소 五장 천좌선(天左旋) 일월우행(日月右行)-우주 작동 원리 제二부 하늘을 거닐며 노래하다 一장 하늘의 대동여지도 二장 보천가(步天歌) 三장 3원(三垣) 28수(二十八宿) 四장 동방 창룡 7수(東方蒼龍七宿)-봄철 별자리 五장 북방 현무 7수(北方玄武七宿)-여름철 별자리 六장 서방 백호 7수(西方白虎七宿)-가을철 별자리 七장 남방 주조 7수(南方朱鳥七宿)-겨울철 별자리 八장 3원(三垣)과 은하수 제三부 수시(修時) 一장 하늘의 문법(文法) 二장 시간의 계산 참고 문헌 찾아보기 |
黃有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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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요가 이룩한 업적은 무엇일까. 요전 기록의 사실상 전부라 할 수 있는 이 업적은 천문(天文)과 관련된 것이다. (…) 관상수시는 동양 천문을 상징하는 용어다. 천체 관측과 역 계산 등 과학적 의미는 물론 백성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 농사와 재해에 대비토록 하는 애민(愛民)의 정신이 담긴 말이다. 정치적으로는 제왕학으로 기능했고, 사상적으로는 천인합일의 유기체론 사유의 바탕이 됐다. --- p.19
성인남면(聖人南面)은 방위와 관련한 동양 특유의 문화 개념이다. 주역에서 나온 성인남면은 남쪽으로 얼굴을 향한다는 단순한 행위의 의미를 넘어 동양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말이다. (…) 고대의 방위 개념은 이와 다르다. 방위는 물리적 공간과 관련되는 의미뿐만 아니라 절대적 존재와 연결되는 뜻이 강하다. (…) 성인남면은 임금이 등을 북쪽으로 하고 남쪽을 바라보는 존재라는 뜻이다. (…) 성인남면은 일반 백성의 주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향 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모든 백성이 선호하지만 정남향 집을 짓는 것은 금기였다. 북쪽의 안방에 앉아 남쪽의 대문을 바라보는 정남향 집은 임금이 아닌 자가 임금 노릇을 하려는 역심(逆心)을 품은 것과 같은 행위였다. 따라서 신하와 백성들은 정남향을 피해 동쪽으로 방위를 다소 비틀어 집을 지었다. 집 마당에는 반드시 해시계를 만들었다. 정남향 집이 아님을 증명해 불충(不忠)의 마음이 없음을 외부에 보이는 안전 장치였던 것이다. --- p.37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공식적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다. 가장 오래된 것은 남송(南宋) 말인 1247년 만들어진 중국 절강성(浙江省) 소주(蘇州)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다. 하지만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고구려의 하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라고 할 수 있다. --- p.100 하늘의 제국적 구조가 동양의 별자리 체계인 3원(三垣) 28수(二十八宿)다. 3원 28수는 동양의 우주 분석틀이다. 3원이 북신을 정점으로 하는 하늘의 중심이라면 28수는 하늘을 28 구역으로 나눈 제후국들이다. 동양의 28수는 밝은 별보다 어두운 별이 오히려 많다. 밝은 별들을 연결해 별자리를 만들지 않고 분할된 구역에 위치한 별들로 별자리를 꾸몄기 때문이다. 개별 별보다는 전체 구조를 우선시한 결과다. 따라서 동양의 우주 분석틀은 서양보다 정교한 구조주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 p.117 자미원 안에 여사(女史)라는 별이 있다. 여사는 옛날 글을 깨우친 궁녀 중에서 후궁들을 뒷바라지하면서 기록과 문서를 맡아보던 여관(女官)을 말한다. 나중에는 임금과 동침할 비빈(妃嬪)들의 순서를 정하고, 그들의 생리 주기 등 건강 상태나 일상 행동을 살피는 일도 여사의 업무가 됐다. 특히 황제와의 잠자리 결정권을 움켜쥐면서 여사는 내명부의 은밀한 권력자로 떠올랐다. 천문류초는 여사에 대해 부인들 중 미천한 사람(婦人之微者)으로서 물시계의 시각을 알리고 궁중의 일을 기록한다고 썼다. 현재 여사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나 높은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바뀌었다. 하지만 천문 속의 어원(語源)을 안다면 여사라는 호칭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 p.312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인간의 숫자로 나타낸 것이 역(曆)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흐름을 우주 운행에서 찾아내고, 이를 숫자로 매듭지어 표기한 것이 역인 것이다. 그래서 역은 우주의 공간적 질서를 시간적 질서로 바꿔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공간 질서의 흐름이고 공간은 시간 질서의 축적된 내용이다. 하늘의 문법은 역을 통해 인간의 문법으로 치환됐다. 또 우주 공간의 문법이 시간의 문법으로 전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p.338 동양에서 간지가 보편화한 데는 시간과의 결합이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후한 사분력이 간지기년법을 채택한 이후 동양 역은 2,000년 동안 간지력의 전통을 이어왔다. 간지력은 시간에 대한 사람의 인식과 사고를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천문 질서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계산된 자연적, 객관적 시간을 간지의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과학적, 객관적 성격의 시간이 인간화, 주관화한 것이다. (…)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이 운명의 해석과 직결되면서 간지의 시간은 인간의 행위를 규율하고 지배하는 장치가 됐다. (…) 간지력은 서양 문물이 동양을 지배하면서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폐기됐다. 물론 간지가 주관화하면서 술수와 미신이 난무하는 폐해가 적지 않았던 점도 작용했다. 태양력의 단순한 달력인 서양력에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시간에 인간의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서양력은 숫자의 누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시간에 인문의 사상이 깃들어있는 동양의 간지력과 달리 숫자만 나열되는 서양 태양력은 무미건조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 p.370 하지만 계절을 맞추기 위해 윤달을 두면 한 해가 383일 이상 되어 또다른 차이가 생긴다. 이 때문에 동양에서는 정확한 계절을 알기 위해 태양의 위치 만으로 계산한 순태양력을 만들었다. 이를 24절기(節氣)라고 한다. --- p.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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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늘의 별자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다.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처녀자리… 그런데 동양의 별자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던가.
동양에도 하늘이 있었다. 하늘을 보고 우주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고, 하늘의 별자리를 탐구하고 기후를 예측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서양에 망원경이 등장하기 전까지 서양의 천체 관측 기술을 앞섰던 이들이 동양에, 그리고 우리나라에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동양 천문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 『사람에게서 하늘 향기가 난다』는 동양 천문의 핵심 사상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개념을 담고 있다. 서양은 하늘과 별자리를 땅에 있는 사람과 완전히 별개의 세계로 생각했다면, 동양은 하늘이 곧 땅이고 땅, 즉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학을 공부하고 기자로 30여 년간 글을 써온 저자는 역학과 천문 공부를 하면서 동양 천문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없음에 아쉬움을 느끼고 집필을 시작했다. 일반 독자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용어나 한자들을 쉽게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기존 서적들에 없는 자료들은 중국의 자료를 직접 찾아서 보충했다. “땅은 대동여지도, 하늘은 천상열차분야지도” 2018년 평창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별자리들을 기억할 것이다.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조선 태조 4년에 새겨진 이 천문도는 그날의 평창 하늘뿐 아니라 지갑 속 만 원짜리에도 있다. 2 m 남짓한 크기의 검푸른 빛 돌에 동양 천문의 모든 지식을 담아서 가치가 높은 이 천문도는 제작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사람에게서 하늘 향기가 난다』 2부 ‘하늘을 거닐며 노래하다’에서 확인해보자. 매번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절기나 생년일시를 바탕으로 찾아보는 사주,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참고로 하는 성명학이나 반신반의하면서 찾아보게 되는 오늘의 운세까지. 동양 천문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낯설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별자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다고 생각했던 동양 천문의 세계로 한걸음 들어갔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