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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추천의 글 나만의 도쿄 일본 선물 인사말 양력과 음력 신도의 나라 일본의 정월 물 쓰듯 쓰면 안 되는 물 마사코 빈이 궁금하다 어르신 운전 중! 레미제라블, 다섯 번의 만남 레미제라블, 여섯 번째 만남 그리고 무사도 글쟁이의 만년필 맥아더와 천황의 만남 세상을 향해 떠나는 이들에게 글쓰기와 칭찬 반려견 나를 참 기쁘게 하는 선물 ‘후쿠부쿠로’ 부탄의 행복 딸아이의 일본 나들이 교토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천황의 러브 스토리 가을 모기 사할린과의 만남, [명자 아끼꼬 쏘냐] 사할린과의 만남, 돌아오지 못했던 사람들 자전거 타고 생활하기 고 3 엄마 보고서 해서는 안 되는 일 달나라의 토끼 무사시노의 중고 가게 아리랑과 아카돈보, 두 곡의 만남 천황의 방한 염원 새날을 밝히는 닭 우리가 원하는 리더 ‘가정 내 야당’ 아베 총리의 아내 아키에 무서운 세뇌 교육 도쿄 올림픽과 개헌 조각조각 나뉘어 지금에야 등장하는 이유 판다가 귀엽다고? 지한파 외교관 무토 마사토시 마른 여자, 날씬한 여자, 뚱뚱한 여자 나는 돼지 농장주다 목욕탕 개방 게임 속에서 활약하는 신들 삼종신기 신사에서의 결혼식 얄미운 막내며느리의 변명 살아 있는 전설 플라시도 도밍고 삶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성숙한 정체성 수학책 번역하기 한자는 어렵다 재해가 끊이지 않는 나라 혈연 중심의 세습 세계 최고의 작고 작은 회사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 소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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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의 입에 붙어 다니는, 죄송하다는 의미의 ‘스미마센(すみません)’이라는 인사말도 재미나다. 길을 가다 살짝 스쳐도 ‘스미마센’, 가게에 들어가서 ‘나 좀 보세요’ 하고 말을 걸 때도 “스미마센”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죄송하다기보다는 실례한다는 의미일까. 지하철에서 발이 밟히면 ‘스미마센’이라고 하고 밟은 사람도 ‘스미마센’이라고 한다. ‘밟혀서 죄송합니다’, ‘밟아서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저기요, 발 좀 치워주세요’라는 말이고, ‘아이구, 죄송합니다’라는 말이다. --- p.28
섬나라 일본에는 물이 넘쳐날 것만 같은데, 지독하게 재사용을 하고 아낀다. 우리는 물건을 헤프게 쓰거나 돈을 흥청망청 낭비할 때 ‘물 쓰듯 한다’는 말을 한다. 일본도 같은 뜻의 말로 ‘더운물 쓰듯 한다(湯水のように使う)’가 있다. 여기저기에서 펑펑 쏟아지는 온천이 많은 나라인지라 물이 아니라 더운물이라고 한 것 같다. 어쨌든 그들은 ‘물 쓰듯’ 물을 쓰지는 않는다. --- p.44 정초 일본 사람들의 첫 쇼핑은 후쿠부쿠로로 시작된다. 백화점만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가게에도 후쿠부쿠로라고 적은 쇼핑백이 가게 앞을 장식한다. 장난감 가게의 후쿠부쿠로에는 장난감이, 빵집의 후쿠부쿠로에는 빵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백화점처럼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곳의 쇼핑백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지불한 돈보다 훨씬 비싼 물건들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복불복이다. 여기에 본인이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어쨌든 공개되지 않은 물건에 대한 기대, 더 나아가 행복과 행운을 얻으려는 마음이 이것을 구매하게 한다. 후쿠부쿠로에는 ‘복’이 함께 한다는 막연한 생각도 한몫한다. 발렌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빼빼로데이니 하면서 초콜릿과 사탕을 파는 상술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후쿠부쿠로에는 이런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정초 이른 아침 도쿄의 백화점 앞에는 후쿠부쿠로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 p.98 마지막 성화 봉송자도 특별했다. 19살의 청년 사카이 요시노리(坂井義則)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와세다대학 육상부 소속으로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선발되지 못했다. 좌절에 빠진 그를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지목한 것은, 그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날이 바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이다. 세계 언론은 그를 ‘원자 보이’라고 불렀다.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한 시간 반 뒤에 태어난 그는 사실상 피폭자는 아니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시에서 직선거리 약 60km 떨어진 히로시마현 미요시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피폭자였다. 여하튼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푸른 하늘 아래 성화대 계단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 모습은 바로 일본의 부흥과 평화를 상징했다. --- p.193 일본에서 ‘목욕’은 단순히 몸을 씻는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버지가 퇴근하면 “다녀오셨습니까”라는 인사말 다음 “식사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목욕을 하실래요”라는 대화가 이어진다. 습하고 끈적끈적한 날씨, 달리 몸을 녹일 곳이 없는 일본에서 목욕은 먹을거리만큼이나 절실한 것이다. 그러니 ‘헤이세이 시욕’은 그 어떤 ‘베풂’보다도 큰 의미가 있다. --- p.222 중국의 황제는 하늘을 대신해서 세상을 통치하는데, 황제가 덕을 잃으면 천명에 따라 왕조의 성이 바뀐다. 바로 역성혁명이다. 새 왕조가 탄생하고 새로운 최고 권력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일본 천황의 자리는 힘으로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손강림 신화에서 비롯된 천황가는 혈연으로만 계승이 가능하다. 고로 일본 역사에서 천황의 존재가 뒷방으로 물러난 적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천황가는 없어지지 않았다. 설사 시대의 권력자가 천황가를 없앤다고 해도, 그 스스로 천황을 자처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일본 천황가는 동일 왕조가 개창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왕가다. --- p.231 2014년 9월 27일 온타케산(御嶽山) 화산 폭발이 있었다. 사고 발생 사흘째 되는 날, 유가족은 “오늘 수색은 유독가스 때문에 오후 1시경 끝났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산 정상에 분명히 생존자가 있을 것이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이게 무슨 말인가. 내 새끼가 저기에 있다면 나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제발 찾아달라. 끝내지 말아라”라고 울며 매달릴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요”, “구조대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유독가스가 줄어들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그들은 말했다. 이런 반응은 어제오늘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자연재해를 겪어온 기나긴 역사는 일본인에게 ‘나로 인하여 ‘화(和)’가 깨져서는 안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이는 구조대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저변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 p.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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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을 아울러 써 내려간
한국에서 일본 보기, 일본에서 한국 보기 그간 일본을 소재로 다룬 책은 많았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두 땅에 삶의 이력을 뿌리내리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 책에는 일본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돌아와 한국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일본의 문화, 역사, 정치, 사회상 등이 가득 담겨 있다. 누군가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개인적인 지점이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될 때가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면모를 품고 있다. 저자가 보고 겪고 이해한, 그만의 고유하고 주관적인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그 고유함과 주관성 덕분에 거대하고 복잡한 일본의 이모저모가 거리감 없이 입체적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수식할 때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우리의 암울한 역사가 접목되며 심정적으로는 먼 나라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가깝지만 멀었던’ 일본이 한 걸음 더 ‘가까운’ 나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의 삶 안에 녹아 있는 ‘가까운’ 타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선생의 이야기는 단순히 여행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일본의 문화와 습관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독자가 즐기면서 얻을 수 있도록 이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인인 나에게도 외부의 눈, 한국에서의 눈으로 일본을 바라본 이 책은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하다.” _ 11쪽 그래서일까. 이 책은 몰랐던 일본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쾌활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려 깊은 저자의 시선은 일본을 경쟁과 경계의 대상이 아닌, 동아시아 공동체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야 할 이웃 국가로 만든다. 저자가 경험한 일본도, 지금 뿌리내리고 있는 한국도 모두 인간미 넘치는 삶의 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자 특유의 호기심 가득한 관점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편견 없이 대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순수한 시선에 위안받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에 관한 관심을 차치하고라도, 솔직하고 온기 가득한 글로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살가운 벗이 되어줄 것이다. “인연을 맺어주는 영험한 신사가 있다면 인연을 끊어주는 데 영험한 신사도 있다. 나쁜 인연을 끊고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염원으로 찾아가는 신사다. 각자의 소원을 적어서 달아둔 나무판에는 “담배와 인연을 끊고 싶다”는 애교스러운 글귀가 있는가 하면 “우리 남편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기”,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싶다” 등 남녀 애정사와 관련된 글이 유독 많은데, “죽어라”라는 글까지 있으니 섬뜩하다. 미래를 약속한 남자 친구랑 ‘사랑을 이루어주소서’라면서 룰루랄라 신사를 찾았던 사람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한숨을 쉬면서 이런 신사를 찾아 ‘인연을 끊고 싶습니다’라고 소원을 빈다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_ 238~239쪽 “일본은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유토리 교육(여유 있는 교육)’을 2002년 공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그래서 원주율을 3.14가 아닌 3이라고 가르쳤다. 굳이 소수 계산을 하지 않고도 원주율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게끔 한다는 것이 주된 취지였다. 그녀에게 “원주율을 3이라고 하는 일본 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원주율은 원래 3.14가 아니라 3.14159…… 한없이 이어지는 수인데 어디서 끊어서 계산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어. 사실 살아가는 데 소수 계산을 할 일도 많지 않잖아. 그리고 소수 계산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원주율을 ‘3’이라고 할 뿐이야.” _ 268쪽 글 따라 사진 따라 걸어보는 일본의 이곳저곳 책 중간중간에 실린 흑백사진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일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종류의 사진이 아닌, 일본인과 나무, 골목 등을 잔잔히 담은 사진은 저자의 글을 꼭 닮았다. 글과 함께 사진을 음미하면 어딘가 낯설고 거리감 있던 일본이 ‘삶의 장’으로서 좀 더 선명해지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두 나라에서 보낸, 충실한 삶의 시간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사는 당연한 자리도 기록의 공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던 사람, ‘일본에서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가 ‘일본’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이 많은 한국과 일본에서 지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