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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언제나 평행선 잘못된 의심 수고 인사 없는 길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흔들리는 강 그리움을 읽다 민정 밀어내기 하이힐을 신다 그 일이 있고부터 꽃 피다 입원하다 화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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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도 잠시, 혜정이 상체를 일으켜 창밖을 본다. 그렇게 앉아있는 모습이 모서리가 꺾인 상자처럼 어깨가 처져 있다. 힘이 없는 건 어깨뿐만 아니다. 눈 역시 살고 싶다는 의지가 없다. 프로그램에 맞춰진 자동기계처럼 이런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주부로써 빈틈없이 해도 양철처럼 요란한 노인과 용택 눈에는 늘 부족한 여자로 비춰지니 일을 해도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산다는 게 간이 덜된 팅팅 불은 국수처럼 맛이 없다.
혜정이 이틀 전에 백화점에서 산 하이힐을 꺼낸다. 하이힐을 산 걸 노인이 알면 잔소리할 게 뻔해 신발장에 넣지 않고 베란다 창고에 둔 것이다. 청바지에 운동화 신은 여자가 아닌 정장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 내며 출근하는 여자가 되리라. 그 생각으로 하이힐을 산 것이다. 혜정이 하이힐을 신는다. 맨살에 닿은 감촉이 몸의 관능을 일깨우듯 힘이 솟는다. (중략) 퇴근 차량이 몰리면서 도로엔 차량들이 길게 늘어져 서 있다. 용택과 나란히 합석한 것도 오래간만이다. 서로 차가 있으니 그다지 같이 탈 일이 없었던 것이다. 침묵이 흐른다. 무슨 말인가 해서 침묵을 깨야 하는데 할 말이 없는 듯 용택이 쓸데없이 마른기침만 한다. 용택과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무거운 공기에 눌린 듯 혜정이 말이 없어진다. 재잘재잘 떠들어 분위기를 훗훗하게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다. 어렵고 불편한 사람처럼 마음이 가슴벽에 착 달라붙는다. 이렇게 된 지 오래되었다. 용택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접으면서 함께 있는 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이렇게 사이가 벌어진 게 순전히 용택 탓이다. 노인 잘못을 말하면 무조건 노인을 편애할 때는 군식구처럼 밉고 싫었다. 그게 쌓이면서 말이 줄어든 것이다. (중략) 혜정이 하이힐을 꺼내 수건으로 호호 입김을 넣어 닦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이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길 위를 걷을 때마다 구름 위를 걷듯 세상이 가뿐하게 느껴졌다. 문이 사방으로 열린 듯했고 시원한 산바람이 내려와 가슴을 휘익 쓸어내리는 듯했다. 일을 시작한 게 백 번 잘했다고 자신 스스로에게 칭찬도 했다.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일을 하게 되었으니 다행히 아닌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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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혜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지켜준 여인이다. 잔정이 없고 무뚝뚝하면서 효자 남편에 젊었을 때 고생한 삶을 며느리로부터 보상 받으려는 고약한 노인으로 인해 갈등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잃고 살았다. 웃는 날보다 짜증난 날이 더 많았고, 수고했다는 인사보다 하느라 해도 욕이 돌아오는 생활에 혜정은 어느 날 문득 허무를 느낀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이게 되고 마는 날들 앞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지를 스스로 찾으려고 했다. 아내와 며느리 자리를 버리고 싶어도 두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지만 그게 결코 자신다움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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