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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 10
대상 수상작 · 14 수상작 · 18 초대작 · 30 입선작 · 34 선정의 말 · 125 부록 ·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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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송이송이 나리는 밤
벌포마을 사내 대여섯 노루꽁지만 한 하루해 싹둑 잘라먹은 선창가 폐선처럼 누운 선술집 뻘건 갈탄난로에 둘러앉아 시린 해풍에 저린 몸을 미역처럼 말린다 이따금 토해지는 굽갈래 기침 소리 갈탄난로 위 여린 꼬막들은 해소끼 같은 허연 거품을 내뿜고 먼 바다 거센 파도 수만 번 접었다 폈을 늙은 사내는 구릿빛 마디 굵은 손 뚝뚝 꺾으며 누런 양푼에 찬 소주를 친다 바다의 삶이란 때론 만선의 깃발마냥 펄럭이던 것인가 맞바람에 시린 냉가슴 쓸어내는 일인가 때 아닌 난파에 찢긴 걸그물 같아 저마다 순항치 못한 빛바랜 날들을 호명하며 짠기 밴 시린 눈을 연신 껌벅인다 막배 끊긴 벌포 선창가 눈은 허풍쟁이처럼 푹푹 나리고 몇은 더 이상 비울 것 없는 가슴에 찬 술을 붓고, 또 몇은 오래전 목젖 깊숙이 삼켜버린 질기디질긴 뿌연 침묵을 밤새도록 찌개처럼 끓인다. ---「진도 벌포마을 / 진도사랑상(대상), 김회권」중에서 울 할매 살던 진도는 흐드러니 핀 무궁화가 반기는 곳 행여 길 잃을까 진돗개 소리 이끄는 곳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여가 진도여 할매하고 부르면 내 강아지 왔느냐고 첨찰산 구븐 등어리로 내어주던 주름진 손 울금 내음새 낭낭한 여가 울 할매야 세방낙조야 아느냐 알고 있느냐 파아란 파도가 구기자 물들 때 새색시 볼 빨갛게 일렁일 때 밀물에 울 할매 썰물에 우는 어매 밀물 썰물 밀어라 쓸어라 아픔도 슬픔도 할매 손은 약손이다 눈 감으면 더 따사로운 여그가 진도여. ---「여그가歌 / 진도아리랑상 이호철」중에서 샥시! 워디서 왔수? 여근 처음이여? 그라믄 운림산방부터 가봐아 거가 옛날에 허련 선생이라꼬 그림 허벌나게 잘 그린 냥반네 집이여 째깐한 연못에는 꼬옥 샥시를 닮은 수련도 피었구 새소리도 좋고 물소리도 좋응께 백 날 도시에 있어 봐야 물러 가보기 전에는 이? 그라고 바닷길도 가보구 옛날에 뽕할매라꼬 거 나보다 수백 살은 더 잡순 냥반인디 헤어진 가족들 만나게 해달라고 용왕님께 노상 빌어 쌌디야 아 그라서 용왕님이 길 터준 게 그걸 바닷길이라고 안 혀들? 아따… 바닷바람 한 번 시원하게 불어싸네 시방 께벗고 들어가두 되겄어 들판은 징허게 눈부셔잉? 여가 해가 잘 들어 해가 아참 샥시! 술은 쪼께 할 줄 알어? 그라믄 홍주도 한 잔 걸쳐 봐아 시뻘건 술인디 향이 아주 일품이랑게 이 그려 잘 놀다 가쇼잉. ---「잘 놀다 가쇼잉 / 진도강강술래상 강은아」중에서 겨울 내음에 취하는 새벽 아버지를 따라 배에 몸을 실은 사내는 수평선을 향해 그물을 던집니다 바닷바람이 온몸을 휘감아도 놓을 수 없는 단 하나, 고기그물 멀어지는 육지와 깊어지는 바다 속에서 사내의 고향은 점점 작아졌습니다 마을이 은빛 전복처럼 비춰졌을 때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 연기는 누군가의 온기처럼 따스해보였습니다. 만과 입의 연속이 만들어낸 리아스식 해안선과 소박한 기와지붕은 아늑한 자연의 쉼터, 생명의 보고 사내의 귀향이 서둘러지는 소리 굴을 까는 아낙네들의 소박한 수다거리와 해안장관이 만난 그것은 섬 사내의 고향, 진도 사내가 만선의 배를 몰고 귀향하듯 진도, 그 섬은 풍요의 섬. ---「풍요의 고향 / 진도강강술래상 박지혜」중에서 그랑구만 여가 진도였어라 뽕할마이 계신다던 여가 진도여라우 할마이! 보고 잡은 내 새끼들 보고 계시지요? 생떼 같은 내 새끼들 얼지 않게 많이 보듬어 주씨요 보듬어도 보듬어도 엄마, 아빠 찾으면 신비 바닷길 열릴 때 만나요 거기서 기다리께라우. ---「여가 진도여 / 진도강강술래상 신화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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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가득한 섬 진도
진도가 많은 사람에게 인상을 남기고, 기억될 수 있는 것은 ‘이야기가 있는 섬’이기 때문입니다. 진도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삼별초의 항쟁 등 역사적 사건의 중심지였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진도 곳곳의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문화나 풍습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진도 사람들 또한 슬픔과 기쁨을 억누르기보다는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풍자와 해학으로 한바탕 풀어버리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도 사람들에게 ‘이야기’는 삶 속에 항상 존재해왔으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강인한 원동력이 되어왔습니다. 이 책에서 진도의 이야기는 삶의 정취를 전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비추는 등대가 되었습니다. 2014년 그날 이후 진도 군민들은 삶의 활기를 읽게 되었고,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도가 다시 활기를 찾고, 진도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슬퍼하거나 미안해하지 않도록 진도의 아름다움을 다시 떠올리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진도사랑 시時 공모전인《여가 진도여》는 기획되었습니다. ‘이아기’를 삶의 에너지로 삼았던 진도 사람들의 지혜는 이 책에서 마음을 다독이고 쓰다듬는 시가 되었습니다. 진도의 문화와 아름다움, 또는 희망을 전하는 시가 되어 짧지만 강력하고 여운 가득한 진도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푸근한 품처럼, 진돗개 백구의 순진함처럼, 붉디붉은 세방낙조의 아름다움처럼 다가오는 82편의 시는 진도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며, 진도에 대한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할 것 입니다. 공모전을 통해 응모된 작품 82편의 시는 진도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위로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진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여가 진도여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이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진도를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