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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는 길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 1부 | 잊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는, 나의 유년 : 길거리에서의 10년 그때 나는 고작 다섯 살이었다 떠돌이 강아지처럼 길고양이처럼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너 칼 있어? 그럼 나 좀 죽여줄래? 가장 낮고 어두운 거리, 용전동 사람들 울면서 욕하고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껌을 팔고 거리에서 유일하게 따뜻했던 사람, 첫사랑 누나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꿈에서도 체온조차 느껴지지 않던 차가운 사람들 흙구덩이에서 지옥의 맨얼굴을 보다 | 2부 | 새롭고 낯선 세계로 첫발을 내딛다 : 야학에서의 3년 조폭들을 피해 들어간 내 최초의 학교, 야학 평범한 그러나 낯선 당신들의 나라 어느 날 문득 글자가 읽고 싶어졌다 교회와 빼빼로에 얽힌 두 형 이야기 울분과 분노를 떨쳐내는 몸짓, 춤을 배우다 껌팔이 소년에서 빈집털이로 14살에 처음 알게 된 이름 최. 성. 봉.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은인을 만나다 남들과 같아지기 위한 입장권, 검정고시 | 3부 | 나도 남들처럼 살 수 있을까 : 학교 그리고 음악 이것이 보금자리라는 걸까? 돌고 돌아 안착한 그곳 친구를 만나고 싶다, 학교에 가고 싶다 음악이 있어도 잔인했던, 교실에서의 날들 내게 다가온 도움의 손길, 어린이재단 노래, 힘들어도 내가 가야할 길이기에 남들처럼 대학생이 되는 꿈을 꾸다 노래하는 인생을 찾아, 희망의 도시로 짙은 안개 속처럼 도무지 보이지 않는 앞날 | 4부 | 이제 나 행복할 수 있을까 : 세상 속으로 한 발짝 내가 정말 사이코패스? 폐쇄병동에서의 2주 죽기 전에 한 번 만나고 싶다, 엄마라는 사람 넬라 판타지아, 나의 환상 속으로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내 이야기와 노래 「코리아 갓 탤런트」 그 이후 세상 속으로, 사람들 사이로 에필로그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I n t e r v i e w | 최성봉의 지난 시간들을 증명하다 너를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 _손재용(야학 선생님) 22년 만에 처음으로 받는 사랑, 축복이고 은혜 _ 박정소((주) 루체ART 대표)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없다 _김경은, 유현정(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 거칠지만 잘하고 싶어했던 욕심 많은 아이 _정종연, 김수지(「코리아 갓 탤런트」 제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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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살면서 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식과 진심을 거의 본능적으로 구분해냈다. 그것이 눈치든 초능력이든 거리에서 살아가는 데 꽤나 쓸모 있는 재주라는 건 틀림없다.---「가장 낮고 어두운 거리, 용전동 사람들」중에서
한번 북받친 울음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왔다.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올 때,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 기대어 서 있을 때, 컴컴하고 인적 없는 용전동 뒷골목을 걸을 때, 느닷없는 울음이 속수무책으로 터져나왔다. 이후로 한참 동안 나는 울면서 욕하고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껌을 팔았다.---「울면서 욕하고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껌을 팔고」중에서 내 존재가 알려진 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다. “언제 가장 힘들었어요?” 나는 그 물음 앞에 언제나 머뭇거린다. ‘언제’라는 것을 모르니까 대답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시간 개념이 없어 나이를 먹는 줄도 몰랐고 내가 몇 살인지도 몰랐다. 내게는 ‘언제’라는 개념도, ‘왜’라든지 ‘어떻게’라는 것도 기억이 거의 없다. 언제 무엇을 왜 했다거나, 언제 어떻게 어디를 갔다는 식으로 기억할 필요가 없을 만큼 길바닥에서의 하루하루는 지루하고 고달팠다. ‘가장’이라는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 십 년을 길바닥에서 살았는데 가장 힘든 날이 따로 있을까. 독방에 갇혀 있는 사람한테 언제 가장 심심하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모래사장에서 가장 예쁜 모래알 다섯 알을 찾으라는 것과도 마찬가지다.---「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중에서 나는 왜 자꾸 이 거리로 돌아왔을까. 밥을 주고 재워주는 고아원을 뛰쳐나와서 돌아오는 곳 마땅한 잠자리도 밥을 주는 사람도 없는 이곳이 나에게는 집이었다. 이 거리의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골목 말고 나는 아는 사람도 갈 곳도 없었다.---「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꿈에서도」중에서 하지만 이 거리에서 누가 선량한가. 누구의 편에 서야 정의로운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경찰들조차 내게는 정의로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의의 편도 악한의 편도 아니었다. 나는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의 편, 내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의 편이었다.---「체온조차 느껴지지 않던 차가운 사람들」중에서 내 삶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처음으로 나란히 놓고 보게 됐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거친 길바닥 생활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그들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눈앞이 희미해지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먹은 것도 없이 속이 울렁거릴 때쯤이면,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허기는 잔인하고 끈질겨서 먹을 것을 넣어주지 않고는 달랠 방법이 없었다.---「평범한 그러나 낯선 당신들의 나라」중에서 노래로 뭘 할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나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나의 일상에서 도망갈 수 있었다. 미치게 도망가고 싶어서 미치게 노래했다.---「이것이 보금자리라는 걸까? 돌고 돌아 안착한 그곳」중에서 나는 고등학교 교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단 한 번이었지만 그 소속감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미운 곳이기도 했지만 그리운 곳이기도 하다.---「남들처럼 대학생이 되는 꿈을 꾸다」중에서 나는 서서히 노래로부터 멀어져갔다. 팍팍한 현실이 내가 노래를 포기하도록 얄궂게 채찍질하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삶 자체가 무의미의 연속이었다. 빚을 갚겠다는 의지로만 버티고 있을 뿐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걷고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짙은 안개 속처럼 뿌옇고 어둡기만 했다. ---「짙은 안개 속처럼 도무지 보이지 않는 앞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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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가 있을 수 없다
다섯 살 아이가 고아원이 싫어 도망 나왔다. 다섯 살이 선택을 하고 결행을 했다는 것부터 놀랍지만 그런 어린 생명이 길거리에서 먹고 자며 추운 겨울을 10번이나 견디고 일상적인 폭력을 버텨냈다는 것은 경탄스럽기 그지없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인생의 비극들이 그에게는 수시로 일어났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강렬한 체험들로 그의 유년은 점철돼 있다. 숱한 폭행, 납치, 강간, 생매장…… 그가 꾹꾹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저자는 자기 안에 어린아이를 위로하고 보듬기 위한 용기를 냈다. 그렇지 않고서는 새롭게 시작되는 자신의 앞날들을 긍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묵묵히 뱉어낸 이야기들은 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통제되지 않고 날뛰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들을 대면하는 일은,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서 생명을 지켜낸 강인한 어린아이에게는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맞아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고, 굶어죽지 않고, 파묻혀 죽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 삶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감당 못할 고통이 닥치기도 한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절망의 순간에, 이제 최성봉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고통을 이겨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기억해줬으면 한다. 한 번의 대답을 위해 백 번을 두드려온 삶 조폭들을 피해 야학에 숨어들었고 거기서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가족, 친구, 공부, 꿈. 그에게는 모두 낯설지만 그래서 그들과 섞이는 방법을 모르지만 그들과 같은 욕망을 가지게 된다. ‘나도 평범해지고 싶다. 나도 행복하고 싶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읽고 싶어져 한글을 깨우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 중등과정까지 검정고시로 마치고 학교에 들어간다. 도망갈 데가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하는 삶을 살고 싶어 예고를 선택했으나 삶은 한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고비만 준비해준다. 학교는 그에게 친구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노래라도 붙잡기 위해 다른 친구들처럼 레슨을 받기로 결심하고 밤샘 아르바이트를 해서 레슨비를 만들고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다녀나간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의 벽은 높았다. 그토록 노력했지만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꿈을 놔버려야 했던 이년동안 노래를 하지 않고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죽어야겠다는 하는 순간 [코리아 갓 탤런트]를 만났다. 그가 힘든 시간을 살아낸 데에는 여러 사람들의 조건 없는 도움들이 있었다. 크고 작은 손길들이 그가 삶을 지탱하도록 도왔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도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는 매번 두드려왔다. 껌을 사달라고, 먹을 것을 달라고, 글을 가르쳐달라고,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기초수급자로 만들어달라고, 친구가 되어달라고. 그가 두드린 마음 중 활짝 열린 마음도 있었지만 열리지 않는 마음도 많았다. 매번 외면 받아왔던 그였기에 두드리는 것은 더욱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결국 이 책은 그가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온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기도 하다. 두드리면서 하나씩 얻었고 두드리면서 상처도 받았고 그래서 더 단단해진 지금의 그를 만들어왔다. 두드리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두드릴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최성봉의 이야기가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꿈을 꾸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고만 하지 그 고통을 이겨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벅찬 감동의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한다. 저자는 살아오는 내내 자신을 ‘저주받은 아이’라고 생각해왔고 ‘나는 왜 살아야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왔다고 한다.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성봉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명이 얼마나 위대한지, 삶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 있는 우리에게, 지금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 삶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라고 최성봉은 스스로에게 이 주문을 던져왔다. 이 주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생에 대한 태도를 점검하게 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