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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남은자들의 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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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작가 후기

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노동운동을 했다. 『L의 비망록』, 『국가를 위하여』 등 여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2012년 광주항쟁과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미래는 남은 자들의 유서이다』를 출간했다. 번역서로는 미국 하원국제관계위원회에서 출간한 『프레이저보고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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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64g | 148*210*30mm
ISBN13
9788997792016

책 속으로

라디오에서는 마드리드와 평화협상이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과연 척박한 이 땅에도 평화가 올 것인가. 강탈한 땅을 돌려주고 피해자들의 무덤에 헌화한 후 유족들의 눈물과 비탄을 어루만지며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을까. 악랄했던 과거를 참회하고, 핍박받은 자들이 기꺼이 용서하며, 진심으로 서로의 앞길을 축복해줄 수 있을까. 그것은 짓밟힌 자들의 가녀린 꿈일 뿐이다. ---「프롤로그」

저들은 추방자들을 눈 덮인 황무지로 몰아내고는, 총질을 하며 레바논 국경으로 밀어넣었다. 거기에 더해 탱크와 박격포탄을 쏘았으며, 국경초소 부근에 지뢰를 매설했다. 철조망과 모래 방벽도 설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피추방자들이 레바논 영토에 있으므로 자기들과는 절대 관련이 없다고, 모든 책임은 레바논 정부에 있다고 우겼다.
지도자들을 죽이거나 강제 추방하는 것은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이어온 점령지 정책이었다. 아니면 마을들을 초토화시키고 주민들을 학살했다. 그 과정에서 1백만 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인근 국가로 피신해야 했다. 히틀러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땅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민간인들을 학살했던 짓과 동일했다. ---p.41

그날 광장에 서 있던 사람들 중에 상처 없이 돌아선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쿠데타군에게 함께 저항했지만 마지막 결정이 달랐을 뿐이다. 도청으로 들어가는 것은 죽는 길이었고, 돌아가는 것은 사는 길이었다. 누구도 그걸 대신 결정할 수 없었다.
들어가면 죽을 것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가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도청에 남을 수 있겠는가. 아니면, 살아남아 새로운 저항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죽음을 이기고 머리를 곧게 세운 시민들은 도청 안으로 들어갔다. ---p.104

1백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학살한 것은, 유럽 전체가 공모했던 일이다. 그들은 유대민족이 예수를 십자가형으로 살해했다는 이유로, 나쁜 일들은 모두 유대인들에게 뒤집어 씌워 마녀사냥을 일삼았고, 게토에 격리시켰으며, 온갖 낙인을 찍어 핍박했다.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유럽인이 저지른 범죄를 팔레스타인인이 대신 책임지고 보상하라고 했다. 자기들은 정신적으로 고통받을 테니, 팔레스타인인은 땅을 희생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유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박해하고 학살했던 자들에게 배상을 요구하고 정의를 세워야 했다.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고 묵인한 유럽의 가해자들에게 죄를 물었어야 했다. 유럽의 반유대주의 편견에 맞서 유럽에 재정착하고, 빼앗긴 재산을 되돌려받고, 다시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희생되었던 바로 그곳에서 싸워야 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유대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2천 년 전으로 시간을 회귀하여, 팔레스타인인을 핍박하고 학살하면서 이스라엘 국가라는 폭력 기구를 만들었다. ---p.152~153

태양은 가난하고 의로운 자들을 누가 핍박하고 학살했는지 똑똑히 보아두라는 듯 하루 종일 이글거렸고, 꽃잎 져 흩어진 도청 위를 넘어온 뜨거운 바람은 그들의 만행에 진저리친 후 텅 빈 도로 위를 아우성치며 달려갔다.
그날 밤 시민들은 도시가 밤새 통곡하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완연히 핏빛으로 물든 보름달은 분수대 위에 앉아 밤새도록 희생자들의 유언을 들어주었고, 순결한 피를 삼켜야 했던 대지는 그들의 슬픔, 그들의 속삭임, 비탄 섞인 그들의 갈망, 그들의 외침을 대신 증언했다. ---p.181

폭력과 저항의 해묵은 공식은 언제 작동을 멈출까. 부서지고 깨지고 갇히고 모욕당하고 빼앗기더라도 조금 더 고개 숙이고 조금 더 물러선다면, 저들은 그 지긋지긋한 폭력을 멈출까.“너희들의 인내심과 무저항정신에 탄복했다”며, 점령을 부끄러워하고 이웃에서 위엄 있고 명예롭게 함께 살기로 결심할까. 도대체 시오니즘 역사 어디에 기대할 여지가 있던가. 종국에는 저들의 칼이 우리 심장을 도려낼 것인데, 그런 희망을 품는 것 자체가 합당한 것일까. ---p.252

정신의 상처는 육체의 상처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고 말하는 것은, 배부른 지랄이었다. 국가는 그것들을 측정할 도구가 없으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정교한 카메라도 어항 속 온도를 찍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론일 뿐이다.
근본이 비뚤어진 물고기는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자살하는 법이다. 국가는 카메라의 한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번에는 수온이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물고기가 죽는 데에는 수온 말고도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

---작가 후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미래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낙관으로 가득하지 않더라도
두려움과 공포를 뚫고 일어서는 것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끝나지 않은 광주의 아픔과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정교하게 직조한 작가의 손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닥뜨리게 된다!

¶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 5월의 광주

사랑과 감사를 나누는 가정의 달 5월, 눈이 부시게 푸르른 5월. 하지만 그 기쁨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가슴 한켠 맺힌 응어리가 불뚱거리는 5월. 33년 전, 핏빛으로 물들었던 광주는 그렇게 우리 마음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광주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살육은 진상 규명은커녕 학살을 주도한 이들을 엄중하게 심판하지 않았을뿐더러 학살 수괴를 단죄하지도 않았다. 항쟁이 벌어진 후 13년 만에야‘사태’에서‘민주화운동’으로 정식 역사에 올랐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의 역사는 점점 그 빛을 잃게 되었고, 원혼들이 묻힌 망월동 묘역은 정치인들의 전시용 포토존으로 바뀌었다. 무례한 정치인은 묘의 상석을 밟아 올라서고, 원혼들을 모셔놓은 숙연한 장소에서 국가 수장은 파안대소를 한다. 게다가 30주년을 맞이한 추모식에서 국가기관은‘임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하고 경기도 민요‘방아타령’으로 대신했다. 어디 그뿐이랴, 광주시민 학살은‘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며 몰염치한 극우 세력까지 가세하니, 광주항쟁은 여기저기 찢기고, 왜곡되고, 불완전한 역사로 치닫고 있다.
상처투성이‘5월의 광주’는 국가의 폭력이 얼마나 큰 폐해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당시 군부가 저지른 폭력이라 할지라도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벌어진 국가의 국민 학살이다. 광주항쟁의 진실이 점점 퇴색되고 망각되고 있는 까닭에 국민은 국가 폭력의 해악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명박 정권에서의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용산참사, 그리고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고문과 파괴 그리고 고통의 현장, 팔레스타인
5월의 광주가 국민을 향한 국가의 폭력성을 상징한다면, 지구 반대편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점령 전쟁과 학살은 국가 대 국가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하면서 유럽 전역의 유대인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의 분쟁이 본격화되었으며, 1947년 UN 분할 독립안에서 팔레스타인 영토 55퍼센트를 이스라엘에 할당하고 독립국가로 인정했지만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일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요르단 강 서안지대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추방과 토지 강탈을 자행했으며, 온갖 회유책으로 팔레스타인 내부 분열을 획책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은 점점 늘어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인을 통제하기 위한 검문소도 600개가 넘게 설치되었다.

이스라엘군의 점령으로 팔레스타인의 민간인들은 불시에 벌어지는 추방과 고문, 가옥 파괴, 야간 통행금지, 수도와 전기 공급 중단, 경제 봉쇄 정책 등으로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어 경멸적인 인권 말살과 인종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는 한편, 이스라엘군 점령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자살 테러는 불가결한 양심적인 행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최첨단 무기에 맞서 팔레스타인은 고작 소총과 조악한 무기, 그리고 돌멩이로 저항하지 않았던가.

¶ 광주와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정교하게 직조한 우리 시대의 소설
이 작품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간직한 광주와, 점령과 저항으로 얼룩진 팔레스타인의 어느 마을을 날실과 씨실로 삼아 정교하게 직조한 팩션(faction)이다. 작가는 이스라엘의 비열한 점령 아래 신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우리의 광주와 함께 수면 위로 끌어올려, 두 도시에서 벌어지는 가족 해체와 공동체의 붕괴 과정을‘나’와‘사피나’를 시각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은 나의‘삼촌’이다. 광주항쟁 시민군이었던 삼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삼촌의 유언에 따라‘나’는 1992년 이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팔레스타인의 나블루스를 10년 만에 방문하여, 미지의 여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이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진다.

작가의 전작 『국가를 위하여』가 권력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끝없는 질문들이라면, 『미래는 남은 자들의 유서이다』는 국가의 폭력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을 향한 전형적인 국가의 폭력성을 드러낸 80년 5월의 광주, 국가 대 국가의 폭력이 아직까지도 자행되는 팔레스타인. 그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이 같은 이 두 도시의 결합은 작가의 뛰어난 역사의식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엄청난 두려움과 고통을 깨치고 일어서야만이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설 수 있다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 2011년 3월부터 6월까지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바로 그 소설!
작가는 2002년 4월, 어느 신문 투고란에 실린 한 편지를 발견한다.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온 그 편지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갇혀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본인도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 절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절박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살려주세요!”
작가는 부끄러운 마음과 더불어 문득 우리의 광주가 떠올랐고, 이후 광주항쟁과 팔레스타인의 관련 자료 수집과 분석을 거쳐 오랜 기간 동안 다듬고 또 다듬어 마침내 소설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오랫동안 발표를 망설이다가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노동 탄압과 용산 참사를 접하면서 발표하기로 결심한다. 2011년 3월부터 6월까지‘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10만이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이 소설은 보다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도서출판 레드북에서 출간하게 되었다.

¶ 전문적 지식과 세밀하면서도 묵직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
작가 김병년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에 잠시 몸담았고, 지금은 글쓰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굵직한 장편소설을 펴낸 그는, 전작 『L의 비망록』 『국가를 위하여』에서 보여주었듯이 글의 골격을 튼실하게 세우는 작가이다. 그 골격이 어떠한가에 따라, 뻗어나가는 사건들이 더욱 다양하고 치밀해질 수 있다. 이번 작품 또한‘광주’와‘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직조하면서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로 찌르는 듯한 표현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곧 글의 골격이 튼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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