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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옷은 여자야!
장벽인간은 수진에게 여자를 입힌다. 자유로운 새, 수진의 날개가 꺾인다. 더는 훨훨 날 수 없다. 곧 이름도 빼앗기고 목소리도 잃어버린다. 밤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수진. 다음 세대인 민주가 수진이 쓴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은 민주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민주의 삶도 수진의 세대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진의 책을 읽고 각성한 민주는 수진의 이야기를 품에 안고 세상 밖으로 뛰어오른다. 이제 민주는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 민주는 빠르고 날렵한 치타이다. 수진과 민주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세상으로 퍼져나간 이야기는 다음 세대인 슬기에게로 향한다. 슬기 역시 옷 속에 갇혀 있었지만, 수진과 민주의 힘을 얻은 슬기는 스스로 옷을 찢고 나온다. 본성을 되찾은 슬기는 강하고 자유롭다. 슬기는 주변의 다른 이들을 각성시키며, 그들과 연대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해방시킨다. 그리고 오랜 세월 그들에게 억지 옷을 강요했던 견고한 존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달려간다. 장벽인간의 실체는 무엇일까? 장벽인간은 남성에게서 생명을 얻은 존재지만, 이젠 남성의 힘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지녔다. 그는 인간에게 ‘여자’를, 또는 ‘남자’를 입혀 억압한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억압하는 것이다. 장벽인간이 우리에게 새 옷을 입히는 순간, 우리는 본성을 빼앗기고 획일화된 구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누구에게나 각자 맞는 옷이 있는 법인데, 장벽인간은 기계적으로 '남자'와 '여자'라는 옷을 입히고, 그 안에 갇혀 굴종하라고 강요한다. 장벽인간의 실체는 무엇일까? 남성도 피해자로 만드는 그것은 이미 남성이 아니다. 그것은 기형적으로 변이된 시스템에 불과하다. 인류사 이래 인간의 피와 땀과 눈물을 먹으며 끝없이 몸집을 불려오다가 스스로 통제 불능에 빠진 낡은 시스템일 뿐이다. 남성이 만들었지만, 남성도 파괴하는 불온하고 기형적인 시스템이다. ‘남자’를 입고 있던 지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정체가 보다 명확해진다. 지훈은 자신의 옷이 찢기는 순간에야 비로소 잃어버렸던 감각을 회복하고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해낸다. ‘남자’라는 갑옷이 너무 두꺼워 그동안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을 뿐이다. 섬세한 본성을 타고 난 그에게 강제로 입혀졌던 남자라는 갑옷! 각성한 지훈은 낡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여성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여성연대를 넘어 남녀 연대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 지점에 『새 옷』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