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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호랑이 사냥 1934 6
순사가 있는 풍경―1923년의 스케치 하나 1929 64
문자 사변 1942 94
옮긴이의 말 112
작가 연보 118

저자 소개 2

나카지마 아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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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ushi Nakajima,なかじま あつし,中島 敦

1909년 도쿄 출생. 1920년에 용산중학 한문 교사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경성으로 건너와 용산소학교를 거쳐 경성중학에 입학, 4학년 수료 후 1926년 도쿄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경성을 떠났다. 1933년 도쿄제국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요코하마 고등여학교의 교사를 거쳐 일본 식민지 팔라우 남양청에서 서기로 교과서 편찬 작업을 했다. 1942년 귀국하여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나 지병인 기관지천식으로 33세로 요절했다. 대표작 「산월기」는 전후부터 지금까지 일본 교과서에 늘 실리는 ‘국민교재’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번뜩이는 지성으로 빚어낸 그
1909년 도쿄 출생. 1920년에 용산중학 한문 교사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경성으로 건너와 용산소학교를 거쳐 경성중학에 입학, 4학년 수료 후 1926년 도쿄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경성을 떠났다. 1933년 도쿄제국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요코하마 고등여학교의 교사를 거쳐 일본 식민지 팔라우 남양청에서 서기로 교과서 편찬 작업을 했다. 1942년 귀국하여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나 지병인 기관지천식으로 33세로 요절했다. 대표작 「산월기」는 전후부터 지금까지 일본 교과서에 늘 실리는 ‘국민교재’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번뜩이는 지성으로 빚어낸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소년기를 조선에서 보낸 경험에서 나온 「범 사냥」을 비롯한 세 작품은 우리에게는 필독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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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일본어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일본 및 한국 기업에서 통번역직으로 근무하고, 현재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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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50g | 110*183*20mm
ISBN13
9791186561584

책 속으로

“난 말이야, (여기서 한 번 더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리고) 나는 저런 놈들한테 맞았다고 해서, 맞는 게 지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진짜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한 번 더 흐느끼고) 역시 너무 분해. 그렇게 분한 주제에 맞서 싸우지는 못해. 무서워서 맞서지는 못해.”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을 때, 나는 그가 또 다시 통곡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 정도로 목소리가 고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건넬 적당한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아 속이 타면서도 조용히 모래에 검게 비치는 우리의 그림자를 보며 걸었다. 그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나와 싸운 이후로 그는 줄곧 겁쟁이였다.
“강한 게 뭐고, 약한 게 뭘까, 대체 뭘까… 그러게, 정말.” ---「호랑이 사냥」중에서

이 상황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 멍청하게도 잘 모르겠다. 다만 공포에 질린 날카로운 비명이 귀를 파고들어 정신이 확 들었을 때 나는 보고 말았다. 눈앞에, 우리가 있는 소나무 가지로부터 3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은 광경을 보았다. 한 마리의 검고 노란 맹수가 우리에게 옆모습을 보이며 눈밭 위에서 허리를 낮추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5~6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몰이꾼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옆에 총을 내던지고 양손을 뒤로 짚고 다리는 앞으로 뻗은 채 앉은 자세로 쓰러져 정신 나간 눈을 하고 호랑이 쪽을 보고만 있었다. 호랑이는 평소 많이들 상상하는 것처럼 발을 좁게 모으고 당장에라도 뛰어들 자세가 아니라 고양이가 물건을 갖고 놀듯이 오른쪽 앞발을 올리고 휘젓는 모습으로 앞으로 나설 듯 말 듯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확 들면서도 아직 꿈속에 있는 기분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보았다. 그때였다. 내 귓가에 빵 하는 세찬 총성이 울렸고 추가로 빵, 빵, 빵 잇달아 세 발의 총성이 났다. 강렬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진하려던 호랑이는 그대로 입을 크게 벌리고 날뛰며 뒷발로 잠시 일어섰지만 바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내가 눈을 뜨고 난 후 총성이 울리고, 호랑이가 일어서고, 다시 쓰러질 때까지 고작 10초 정도 사이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나는 넋이 나간 채로 먼 곳에서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호랑이 사냥」중에서

그는 문득 그 사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후보를 청년과 비교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일본이라는 나라를 생각했다. 조선이라는 민족을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의 직업, 지금 돌아갈 곳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떠올렸다. 사실 최근 들어 그의 마음은 ‘뭔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것 같은, 이유 없이 안절부절못하는 상태였다. 완수할 수 없는 의무가 주는 압박감이 언제나 머리 한구석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듯했다. 하지만 그 묵직한 압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따져볼 생각은 없었다. 아니, 두려웠다. 스스로 자신을 각성하는 게 두려웠다. 스스로 자신을 자극하는 게 무서웠다. 그렇다면 왜 무서운 거지? 어째서? 그 대답으로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한 처자식을 떠올렸다. 그가 직업을 잃는다면 가족은 어떻게 되는가. 하지만 ‘그렇군. 그건 그럴 만해. 하지만 그것뿐이야? 공포의 원인이 그것뿐이야?’라고 묻는다면…. ---「순사가 있는 풍경」중에서

그때였다. 갑자기 군중 속에서 하얀 옷에 헌팅캡을 쓴 남자가 달려 나와 곧바로 총을 쥔 손을 뻗어 앞 차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나가지 않았다. 남자는 당황해서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탄환이 뒤를 따르던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사선으로 차 안을 가로질러 작렬했다. 놀란 두 대의 차량은 급히 속력을 높이고 질주해 갔다. 순간 군중은 넋이 나가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관들은 본능적으로 괴한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괴한은 아직 총을 들고 있다. 괴한과 경관은 서로 노려보았다. 괴한은 스물 네다섯 살 남짓 되어 보이는 마른 체형의 청년이었다. 그도 총을 꽉 쥔 채 충혈된 눈으로 잠시 경관들을 노려봤다. 그러다 갑자기 모자를 벗어 돌바닥에 있는 힘껏 내동댕이치더니 자포자기한 듯 껄껄 웃고는 갑자기 손에 쥔 무기를 군중 속으로 내던졌다. 사람들은 우르르 물러났다. 경관들도 순간 깜짝 놀라 몸을 사렸다가 내던진 총을 보고는 달려들어 괴한을 제압했다. 그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핏기가 가시고 미세하게 떨려오는 입가에 경멸을 담은 미소를 띠운 채 그는 경관들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이마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길게 내려왔다. 그의 눈에는 이미 당황과 흥분의 흔적이 사라지고 절망에 가까운 침착함과 연민의 조소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조교영은 그 눈빛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범인의 눈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교영은 평상시에 느끼는 그 압박감이 스무 배는 되는 무게로 자기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체포당한 것은 누구인가?
체포한 것은 누구인가? ---「순사가 있는 풍경」중에서

이슈디 나부, 너는 보르시파의 지혜의 신 나부가 부리는 문자 정령들이 가진 무서운 힘을 모르는 것 같구나. 문자 정령이 어떤 사안을 포착해서 자신의 모습으로 바꾸면 그 사안은 불멸의 생명을 얻게 된다. 반대로 문자 정령의 힘이 담긴 손에 닿지 않은 것들은 무엇이든 간에 존재를 잃고 말지. 태고 이래로 『아누 엔릴의 서』에 기록되지 않은 별이 왜 존재하지 않는지 아느냐? 그것들이 『아누 엔릴의 서』에 문자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르두크의 별(목성)이 천계 목양자(오리온)의 경계를 넘어가면 신들의 분노가 내리는 것도, 월식 현상이 나타나면 아모리인이 화를 입는 것도 모두 옛 문서에 문자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수메르인이 말이라는 짐승을 몰랐던 것도 그들 사이에 말이라는 글자가 없었기 때문이지. 문자 정령의 힘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너나 내가 문자를 사용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우리는 문자 정령에 혹사당하는 하인이다. 하지만 정령이 가져오는 피해가 상당히 심각하지. 나는 지금 그것들을 연구하는 중인데, 자네가 역사를 기록한 문자에 의심을 품게 된 것도 말하자면 자네가 문자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 정령이 내뿜는 독기가 옮았기 때문이네.

---「문자 사변」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카지마 아쓰시는 한문적 교양을 바탕으로 『사기』 등 중국의 고전 세계를 재료 삼아 인간과 세계를 탐구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스펙트럼은 일본 문학사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중국 고전에서 착안한 작품(「산월기」「이릉」)은 물론 아시리아, 스키타이 설화 등 이국적인 소재에 착안한 작품(「문자 사변」 「여우에 홀리다」)이 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일본 바깥에서의 경험과 느낌을 담은 소설(「빛과 바람과 꿈」 「호랑이 사냥」)과 시(「와카가 아닌 노래」)를 썼고, 헉슬리와 카프카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나카지마 아쓰시의 아버지는 한문 교사였다. 1920년 9월, 아버지가 조선총독부 용산중학교에 발령을 받아 나카지마도 함께 조선으로 넘어갔다. 나카지마는 당시 경성의 용산소학교(서울 남정초등학교의 전신, 1905년 일본인 학교로 개교), 경성중학교(서울고등학교의 전신, 1909년 일본인 학교로 개교)를 졸업했다. 그 시절의 경험으로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소재로 한 「호랑이 사냥」 「순사가 있는 풍경」 「수영장 옆에서 등의 소설이 탄생했다.

나카지마 아쓰시가 조선에서 경험한 것을 배경 삼아 쓴 소설 「호랑이 사냥」은 우리로 하여금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한국 독자에게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삼은 이 소설에서 당시 호랑이 사냥을 갔다거나, 그 시절에도 황사가 있었다거나, 그때에도 국수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었다거나 등 사료적 측면이 흥미로울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우리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오갈 법한 이야기다.

「호랑이 사냥」과 「순사가 있는 풍경」은 한국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담겼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또 같은 이유로 일본에서는 외면당했다. 물론 나카지마 아쓰시는 소설에 일본 제국주의를 향한 비판을 담았다. 동시에 조선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도 잃지 않았다. 어느 한쪽을 정당화하지도, 어느 한쪽을 동정하지도 않아서 한일 독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니, 불편해야만 하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에는 금기에 가까운 소재(강우규 의사의 조선 총독 암살 미수 사건,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 사건)로 소설을 써서 교우 문집에 투고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훗날 「호랑이 사냥」까지…… 그 역시 암울한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간 문학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호랑이 사냥」의 화자인 일본인 소년은 작가의 소년 시절을 염두에 둔 듯하다. 소설로 미루어, 그는 ‘흔치 않은 귀중한 경험을 위해서라면 부모님의 잔소리 정도는 개의치 않는 태생적인 쾌락주의자’였던 것 같다. 나카지마는 1942년 12월, 34세의 나이로 너무도 일찍 운명을 달리한다. 일본 바깥에서 겪은 경험이 만들어낸 깊고 넓은 고민. 그의 문학의 스펙트럼은 여기에서 태동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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