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고전의 눈으로 본 새로운 역사 5
1장 지존의 삶 왕들의 모습과 생애 17 성군의 황당한 돌출행동 28 반전의 종결자, 선조 37 다재다능했던 왕들 49 곁들여 읽기 ― 무수리의 자식, 탕평의 화신이 되다 59 2장 위인들의 이면을 엿보다1 우리가 아는 그 사람 맞아? 예상 밖의 위인史 68 인물로 읽는 한국사 81 실록 밖 위인評 90 곁들여 읽기 ― 퇴계를 모욕한 조식 102 3장 시대에 맞선 조선의 여인들 옛 여인, 예술혼을 불태우다 112 말을 아는 꽃, 기생들의 슬픔 121 그녀들의 고단한 인생 132 곁들여 읽기 ― 유교적 굴레 벗어 던진 대학자의 아내 142 4장 위인들의 이면을 엿보다2 바람난 위인들 152 무소불위 세조의 남자들, 일백 번 고쳐 죽은 충신들 164 잊힌, 그러나 미친 존재감의 인물史 176 곁들여 읽기 ― 살인을 일삼은 사도세자는 사이코패스 186 5장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다 최강의 전투력에 속수무책 무너지다 196 수치스러운 전쟁의 기록 208 전쟁, 아비규환의 비극 218 종전, 그러나 다시 원점 227 곁들여 읽기 ― 일본에 다녀온 선비, 남창을 보고 아연실색하다 238 6장 그 시절 삶의 현장보고서1 비구니 절에서 웬 아기 울음? 248 유학자의 나라, 일본책을 수입하다 259 문화유적의 원형을 보다 270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역사 282 곁들여 읽기 ― 정조가 장수했다면 조선이 바뀌었을까? 294 7장 금강산도 식후경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문화 304 궁핍해도 배부르게 조선인의 식습관 313 옛 사람의 건강법 323 곁들여 읽기 ― 정부인이 꼽은 최고의 음식 ‘개고기’ 333 8장 그 시절 삶의 현장보고서2 상전은 빼앗고 백성은 속이고 340 아전들 대물려 도적질하다 349 ‘백의민족’의 진실 358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367 곁들여 읽기 ― 임금들의 초상화가 불타다 375 9장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 조선人을 말하다 384 조선國을 말하다 393 조선史를 말하다 400 곁들여 읽기 ― 조선의 마지막 황제, 치료 불가능한 고자? 407 참고했던 책과 저자 414 |
배한철의 다른 상품
|
고전으로 역사의 퍼즐을 맞추다
- 사도세자는 정말 노론의 희생양일까 - 선조는 정말 무능한 군주였을까 태종은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한 세대를 건너 손자인 세조가 다시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에 오르는 비극이 반복됐다. 그러나 태종과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평가는 건조하게만 느껴진다. 건국 초기 왕권을 강화하고 국가의 기틀을 확립했다는 식이다. 물론 그 또한 사실이지만 실록의 편찬자들 역시 태종과 세조를 좇던 무리였기에 어쩌면 이 같은 평가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인 평가는 실록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태종과 세조의 행동이 패륜이며 불충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실록이 정본에 가까운 역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실록만을 역사의 전부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에서 이 같은 경우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하고 첨예한 문제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임오화변은 그 자체로도 끔찍한 사건이지만, 아버지가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인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래서 영조를 왕위에 앉혔던 노론이 정치적으로 소론의 손을 들어주던 사도세자를 음해하여 제거했다는 견해가 전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훗날 정조의 생각이 반영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 씨는 『한중록』에 사도세자의 정신병이 심각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기록한다. 사도세자는 ‘의대증衣帶症’이라는 희귀병도 앓았다. 옷을 갈아입기를 고통스러워하는 강박증이다. 혜경궁 홍 씨는 “옷을 한 번 입으려면 스물에서 서른 벌의 옷을 준비해야 한다”며 “입지 못한 옷은 귀신을 위해 불태우기도 했다”고 했다. …(중략)… 게다가 사도세자가 마음을 의지했던 정성왕후, 인원왕후가 같은 해 승하하자 세자의 증상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그해 6월 화증이 더하여 사람 죽이기를 시작했다. 내시 김한채를 죽여서 그 머리를 잘라 들고 다니면서 내인들에게 둘러보였다. 혜경궁 홍 씨는 “내 그때 사람의 머리 벤 것을 처음 보았으니 흉하고 놀랍기 이를 것이 있으리요”라고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세자는 사람을 죽이고야 마음을 풀리는지 내인 여럿을 죽였다. 이처럼 실록에 나와 있는 사실에 개인들이 남긴 기록을 더해 종합하면 보다 진실에 가까운 역사를 만나게 된다. 선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조가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무능한 군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율곡 이이의 문집 『석담일기』에 그려진 선조는 우리의 선입견과 많이 다르다. 학문과 예술, 인재를 사랑하고 검소하게 백성의 고통을 보듬을 줄 아는 임금으로 그려진다. 세상 어디에도 선하기만 한 사람, 혹은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하고 좋은 점이 있는 반면, 부족하고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사는 사건이나 인물의 단선적인 면만을 기술하기 때문에 좋거나 혹은 나쁜 면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속성에 주목해 50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고전을 뒤져서 정사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사건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역사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간다. 그렇게 사건과 인물의 진면목, 진짜 역사에 다가선다. 우리가 알던 위인들의 새로운 모습 - 단종의 비를 탐했던 뻔뻔한 신숙주 - 처갓집 여종과 바람피우다 걸린 이항복 고전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위인들의 의외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했고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결국 영의정의 자리에까지 오른 신숙주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김택영이 쓴 역사서 『한사경』을 보면, 신숙주가 세조에게 단종의 비 정순왕후를 자신의 첩으로 달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전해진다. 윤근수의 『월정만필』과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서도 같은 내용이 전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한때 군주로 모셨던 단종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들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정순왕후를 자신의 첩으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후 신숙주와 그의 가문은 승승장구했으나 사람들은 그의 이런 삐뚤어진 탐욕을 이야기하며, 조카의 왕위를 탐한 세조보다 군주의 아내를 탐했던 신숙주가 오히려 더 악독하다고 욕했다. 신숙주처럼 후대에 크게 지탄을 받을 만한 심각한 이야기도 있지만, 『고금소총』이나『어우야담』 같은 민담과 야사에 등장하는 위인들의 모습은 엄숙하고 단정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오성과 한음 설화의 주인공 이항복은 도원수 권율의 딸과 혼인하면서 데릴사위가 되어 처가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항복은 처갓집 여종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뻔뻔스럽게도 장인에게 책 읽을 조용한 독서당을 얻어달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여종과 바람을 피우다가 장인 권율에게 딱 들킨다. 그 다급한 상황에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농담으로 넘기는 이항복에 권율도 할 말을 잃고 따라 웃는다. 다소 과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런 성격을 가진 이항복이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들과 관료를 어떻게 대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처럼 역사에는 권력 투쟁과 국가의 운명 같은 무겁고 엄숙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황희나 퇴계 이황, 율곡 이이처럼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은 물론이고 신사임당, 황진이와 같은 여인들, 노비 출신이었지만 정승이 된 반석평과 같은 이들이 삶이 하나하나 모여 역사가 되는 것이다. 실록에 기록된 역사적인 사건들의 흐름에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피는 것도 역사의 본 모습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까지 역사는 언제나 왕이나 권력의 중심에 있던 신하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에게 더 의미 있고 친근한 역사는 오히려 그 중심에서 멀리 있는 것들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어느 이름 없는 선비의 서재에 꽂혀 있던 문집에 담긴 생소한 이야기가 진짜 역사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조각이 된다. 평면적인 역사에 인물들의 성격과 전후 사정을 풍성하게 덧붙여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훨씬 더 자유로워서 새롭고 재미있는, 날 것 그대로의 역사가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