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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개정판을 내며 초판 서문 1. 굴복하지 않는 나라 과거가 숨 쉬는 도시 하노이 홀로 싸워서 지켜온 독립 민족해방전쟁과 이념전쟁 사이에서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 우리와 너무나 닮은 베트남 사람들 2. 잊혀진 전쟁의 잊히지 않은 상흔 양민학살 의혹의 파고 속에서 긴 여정의 물꼬를 트다 뜻밖에 찾아온 행운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다 마침내 윤곽이 잡힌 그랜드플랜 3. 금단의 땅에 발을 딛다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에서 백발의 참전 미군들로 북적이던 다낭 머나먼 과거로의 여행 하미마을의 끔찍한 위령비 한 노인의 피맺힌 독백 무상한 세월이 흐르는 쭐라이 해안 4. 다시 찾아간 과거사의 심연 과거의 늪에서 맞은 새 밀레니엄 심야의 폭탄주 대결 꽝응아이성의 소수민족 마을 축구장이 있는 꿈의 학교 “하느님, 제발 이곳만은 안 됩니다” 호찌민의 독특한 베트남식 공산주의 5. 슬픈 역사와 고된 삶이 있는 곳 술로 범벅이 된 디엔즈엉의 점심식사 고통 속에 피어난 연꽃 석 달 만에 기적처럼 완공된 스무 개 학교 과거사 현장의 감격스러운 태극기 6.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 오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빈딘성 험난하고 아찔했던 순간들 처절한 역사의 현장 떠이선 김치 한 그릇에 시름을 달래고 너무도 가난했던 푸옌성 먼 훗날 베트남 꼬마들이 증언해주리라 에필로그 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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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점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외세의 침략에도 베트남은 한 번도 강대국에게 평화를 구걸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2,000년의 역사를 통틀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전쟁을 한 번도 회피하거나 주저한 적이 없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섣부른 타협을 하지도 않았고, 강대한 적국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어느 나라의 힘을 빌리려 하지도 않았다. --- p.34
우리는 교장을 말리려 애쓰는 교사들을 오히려 만류하고 30여 분 동안 노인의 피맺힌 절규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만 주어도 그의 수십 년 한이 조금이나마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를 환영하라는 지시를 상부로부터 받았을 텐데 오죽하면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까 생각했다. 연설이 끝나자 그는 기진맥진하여 교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 --- p.116 나는 여전히 연신 흐느끼며 눈물을 닦고 있던 늙은 베트남 교육부 직원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마당 한가운데, 즉 우리 바로 앞 십여 미터 거리에 뭔가 위령비같이 생긴 것이 세워져 있었다. 예감이 아주 좋지 않았다. 설마. ‘하느님, 제발 이곳만은 안 됩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 p.143 참석했던 유지들이 교대로 인민위원장의 형님인 내게 와서 축하한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눈물 나도록 우정 어린 제스처였다. 그 자리에서 과음으로 순직하는 한이 있어도 그들의 제의를 사양할 수 없었다. 함께 마셔주기만 해도 그들의 마음속에서 과거사는 소리 없이 녹아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주는 대로 모두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마셨다. --- p.165 먼 훗날, 베트남전쟁을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다음 세대에 그곳을 방문하게 될 한국인은 한국 정부가 왜 그런 구석진 곳에까지 가서 학교를 지어야 했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처럼 인구 밀집한 대로변에 번듯한 학교를 짓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벽지마을 구석의 옹색한 부지에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학교들을 지었는지 이상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 p.218 우리가 그처럼 베트남 중부지방의 전쟁 피해 지역들을 누비고 다녔던 것은 과거사에 대한 참회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과거사에 대한 그들의 어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하고자 했던 일은 단 한 가지, ‘한국민은 베트남인의 친구’라는 사실을 그곳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과거 한국인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어떠하든 지금의 한국인은 그들의 친구이며 그들에게 친구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 p.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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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1일은 대한민국이 건군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군대를 파견한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베트남전쟁 파병은 최초이자 최대의 해외 파병이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했고,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이 과연 합당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껏 많은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그와 관계없이 이 역사적 사건이 오늘날까지 미치는 파장에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파병 이후 반세기가 흐른 지금,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를 맺은 이래 정치적·경제적으로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 구석구석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에 퍼진 한류의 열기는 베트남에도 가득하다. 베트남 정부 역시 “과거를 덮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적인 관계를 떠나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 책은 전쟁의 상흔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와 전쟁의 잔해를 보여준다. 30여 분에 걸친 베트남 노인의 절규, 베트남 사람들의 차갑고 무심한 눈초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위령비 등, 지은이는 이 책 속에 베트남 중부 지방을 돌며 만난 베트남 사람들의 아픔을 담았다. 그리고 절규를 경청하고 술 한 잔 나누며 마음을 위로하고 친구가 되고자 했다. 이 책에는 지은이가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겪고 들은 모든 일이 생생이 녹아 있다. 과거를 맞대는 것이, 베트남 산간벽지 마을에 현대식 초등학교를 짓는 과정이 그저 형식적 사업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과거를 이해하고 어우러져가기 위해 내딛은 한 발짝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발판으로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꿈꿀 수 있고, 우리는 그 과정에 서 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