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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 지리산 천왕봉 품에 안겨
봉수산 휴양림에서 15 간월도의 노을 16 주왕산 단풍에 빠지다 17 까마귀 날으는 밀밭 18 지리산 천왕봉 품에 안겨 20 은고개 계곡 22 삿갓재 대피소 가는 길 24 맹그로브 숲 반딧불이 26 별이 뜨는 밤이면 28 해금강의 절경 30 타트라 산맥의 안식처 32 | 제2부 | 꽃비 내리는 날 산목련꽃 35 피 흘리는 나무 36 꽃비 내리는 날 38 관악산 중턱에 내려앉아 39 5호 6호 약수터 40 통영 우도에서 베네치아를 보다 42 동강에서 하루 44 신우대꽃 곁에서 46 잃어버린 시간 48 들개 가족 49 슬픔 어린 그곳에 가면 50 | 제3부 | 손 흔들던 어머니 기억 속의 풍경 53 외할머니 집 가는 길 54 산촌의 그리움 56 손 흔들던 어머니 58 추억의 운동회 60 밤실 밀국수 62 어어리 상사리 64 하늘 여행 66 골프장의 한나절 풍경 68 | 제4부 | 어머니의 흔적 정겨운 저녁 73 오빠가 만들어준 썰매 74 감 떨어지는 소리 76 겨울 속의 기억 78 기러기 떼 날다 80 보리 이삭 줍던 날 82 어머니의 흔적 84 벚꽃 축제 86 아버지 사랑 88 | 제5부 | 뜸부기 같은 사랑 살아있는 것들 91 뜸부기 같은 사랑 92 새끼 참새의 덫 94 겨울나무 96 발걸음에 밟혀진 은행들 98 양귀비 가슴 속으로 100 모자이크 101 세월 102 늦가을 단풍 숲 단상 104 느림의 미학 106 가을의 상념 107 | 제6부 | 늙은 소의 슬픔 빈자리 111 60대 그대들이여! 112 역경을 딛고 서다 114 온온사 지키는 은행나무 116 텅 빈 자리에 118 저무는 날 120 가로수에 세찬 바람만 122 늙은 소의 슬픔 124 버팀목이 된 어머니 126 바위옷 127 꽃밭에 멈추다 128 바람 부는 날 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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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붓길 따라
오솔길 접어드니 동학사 계곡 꽃잎들 세월 가듯 흐르는데 산자락 고이 펼쳐 나비 떼 너울너울 절간 귀퉁이엔 금사초롱 호젓이 피어있네 봄바람은 벚꽃 잎들을 날려 보내고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품바 꾼들 얼굴에 색색으로 그려진 익살스러운 모습과 헝겊으로 꿰매어 입은 복장 재담과 춤사위가 흥겹다 어깨에 엿가락 둘러메고 가위 소리 요란하다 어린 시절 빈 병과 맞바꾸어 몰래 먹던 달콤하던 맛 친구들과 옛이야기 꽃피울 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위로 벚꽃이 하나둘 떨어질 때 세월의 덧없음을 아쉬워하며 꽃비 내린 길을 걸어본다 ---「벚꽃 축제」중에서 지팡이에 맡긴 몸 손지갑도 힘에 겨워 걸음걸음 가쁜 숨 몰아쉬던 어머니 아산 스파비스 온천물 가벼운 물살에도 힘겨워하시던 어머니 머리카락은 세월의 흔적만큼 빠지고 깃털처럼 가벼워진 어깨 바위에 새겨진 글처럼 마음에 남겨진 미소 차창 밖으로 마른 잎 같은 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흔들어 주시던 어머니 사시던 웅비 아파트는 텅 비어 있지만 간절한 그리움으로 닳고 닳은 성경책만 남아 있네 ---「어머니의 흔적」중에서 꽃비 흩날리는 봄날 과천 대공원 길을 걷는다 가슴이 꽃물에 흠뻑 젖는다 웨딩마치에 맞추어 레드카펫을 걸어가던 날 그때에도 내 머리 위에 꽃비가 내렸었지 말그레한 은빛 나비들이 선녀의 옷자락처럼 나풀나풀 떨어지는 봄날의 환희 직박구리 새떼들도 신바람 입에 물고 벚나무 그늘 속을 휙휙 날아든다 향기 품은 벚꽃 길을 나는 그날의 신부처럼 걷고 있다 ---「꽃비 내리는 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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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이 피워내는 시
전경옥 시인의 시는 산문적 특성이 시의 형식에 잘 안착되어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일상의 소재들을 자신의 언어로 새롭게 창출해내는 내화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바,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삶의 균형 감각이 회복되고 놀라울 만큼 삶의 순간순간들을 빛나게 한다. 일상의 언어들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시의 세계로 재탄생되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은 시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정갈하게 앉아있는 그의 시에서 첫 번째로 느껴지는 삶의 태도이다. 그러면서도 흔들림 없는 삶은 얼마나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시인이 살아왔던 삶의 걸음들은 치열함으로 만들어진 단아함이 아닐는지. 「봉수산 휴양림」에서 단박에 보여주고 있는 시인의 삶의 질서를 보라 하룻밤 머물렀던 봉수산 휴양림 가까이 바라다 보이는 예당호수 수면 위로 한 폭의 수묵화를 펼치는 물안개 짙푸른 숲속에는 앙증스런 제비꽃 붉은 치마 휘감은 진달래꽃 상큼한 솔향이 코끝에 번져온다 십여 년이 흘러간 세월 정감이 넘치는 「유테르피」 음악 모임이 있었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봉수산의 밤을 수놓았던 휴양림의 그날 밤은 그윽이 깊어갔다 - 「봉수산 휴양림에서」 전문 봉수산 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냈던 시인은 소소한 감상을 간략하면서도 생기롭게 잘 매무시 하고 있다. 마치 잘 단련된 준마처럼 시인의 글이 늘씬하다. 시인은 먼저 예당 호수의 물안개로 분위기를 잡는다. 그리고 제비꽃, 진달래, 솔향으로 짙푸른 숲속 한가운데서 갑자기 십여 년 전의 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 ‘유테르피’라는 음악 모임을 회상한다. 시인에게 있어 세월을 거슬러 들려오는 ‘G선상의 아리아’라든가 ‘겨울 나그네’가 휴양림에서 현재적인 안식으로서 시인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멋진 새의 비상처럼 10년의 도약은 시를 신비롭게 만드는 기저로 작용하고 있는바 마치 작은 블랙홀에 빠져드는 느낌이 시의 깊이와 풍성함을 가져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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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 시인의 시가 여행시로 말미암아 산문적 특성이 두드러진 시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경옥 시인은 다양한 시의 양식을 실험하고 있는 도전의 시인이다. 특별히 시인은 일관성 있는 서술보다는 비약을 통해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끌어 들임으로서 독자들 시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는 이국적인 신선함을 잘 소화해 내어 자신의 독특한 시형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인 전개는 시인이 언어가 갖고 있는 음의 고저를 잘 살려냄으로 한층 긴장감 있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내고 있기에 시는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다 할 것이다.
또한 눈여겨 볼 것은 시인의 시는 삶과 매우 밀접한 실재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인의 삶이 곧바로 시로서 재탄생 되어지는 진실성의 문학으로 읽혀질 수 있다. 단지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으로, 그럴듯한 말장난으로 헛시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느끼고 체험하고 본 것을 시인의 언어로 조탁해 내고 있기에 어쩌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시인의 시는 그래서 더욱 값지고 놀랄 만큼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이철호 (시인,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