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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익숙함을 찾아서
김명희의 문학기행
김명희
나라말 2012.05.07.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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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1 권정생 / 외딴 오두막집의 성자_안동 조탑마을
02 고정희 / 고통으로 가는 여전사_해남 송정마을
03 김영랑 / 영랑과 모란이 숨 쉬는 곳_강진 영랑생가
04 김유정 / 사랑과 문학의 순교자_춘천 실레마을
05 김중미 /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지킴이_인천 괭이부리말 외
06 박경리 / 모든 숨탄것들을 사랑한 대지의 딸_하동 평사리 외
07 박완서 / 그 시대를 증언하다_서대문구 현저동
08 심 훈 / 겨레의 마음에 늘푸른나무를 심다_안산 본오동 샘골 외
09 오정희 / 불온한 젊은 날의 자화상_인천 차이나타운 외
10 유치환 /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_통영 청마거리
11 윤동주 / 내게도 십자가가 허락된다면_북간도 용정마을
12 윤정모 / 시대의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 선 르포 작가_광주 퇴촌 나눔의 집
13 이육사 /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_안동 원촌마을
14 이해인 / 사랑과 위로의 언어_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
15 이효석 / 메밀꽃과 원두커피의 향기_봉평 창동마을
16 정지용 / 사철 발 벗은 아내가 이삭 줍던 곳_옥천 향수길
17 조지훈 / 맑은 시혼과 드높은 지조를 지닌 선비_영양 주실마을
18 최명희 / 살아 숨 쉬는 모국어의 바다_전주 한옥마을 외
19 한용운 /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모두 님이어라_백담사 만해마을 외
20 한하운 / 파랑새가 되고 싶었던 천형의 시인_소록도 나환자촌
21 현기영 / 4ㆍ3보다 더 무서운 것은 4ㆍ3을 잊는 것_제주 너븐숭이마을
22 황순원 / 문학작품 속 식물나라로의 여행_양평 소나기마을

저자 소개

저자 : 김명희
1953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안동 길원여고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교단에 서던 날, 아이들의 눈빛 세례를 받으며 교사가 천직임을 알았으나 1989년 전교조 문제로 해직되어 잠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 후 1994년 예천여중으로 복직, 지보중학교를 거쳐 현재 안동 복주여중에 몸담고 있으며, 표현이 곧 소통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언제 어디서나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기 위해서는 ‘나부터 자유롭고 행복해져야 한다’고 믿는 유쾌한 국어교사다. 지은 책으로 소통을 위한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 『얘들아, 말해 봐』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170*215*30mm
ISBN13
9788996851578

책 속으로

난방은 고사하고 찬바람이 숭숭 한데나 다름없이 들어오던 교회 문간방에 비하면 빌뱅이 언덕의 토담집은 그나마 한결 아늑했으리라. 20여 년 전 동료 교사와 처음으로 이 집을 찾아왔을 때 세 사람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방에서 선생은, “내 누운 자리에 그대로 흙만 덮으면 무덤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새 같고, 풀 같고, 천진한 어린아이 같았다. 댓돌 위에 놓인 검정 고무신 한 켤레와 작은 방 문 위에 동글동글하고 예쁘장한 글씨로 손수 써 붙인 ‘권정생’이라는 문패만이 이 집에 권정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조용히 말해줄 뿐이었다.---p.18

용정에서 삼합촌으로 가는 큰길을 지나 버스는 들판 한가운데로 나 있는 좁다란 시멘트 포장길로 접어들었다. 포장만 되었다 뿐이지 우리네 60년대의 신작로와 똑같아서 더 정다운 길이다.
얼마쯤 가다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는 길목부터는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길을 따라 걸어가야 했다. 어느새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운동화를 끌고 한 발짝씩 걸음을 디뎌가면서, 그 옛날 우리네 고향집 논두렁길을 가듯 정겨운 길을 걸으며 옆으로는 아련하게 피어난 들꽃 무리를 눈에 담는다. 샛노란 딱지풀과 짚신나물, 금불초, 그리고 보라색 각시취와 지칭개, 분홍색 달구지풀……. 윤동주를 닮은 듯 머나 먼 이역에서 해맑게 피어난 온갖 들꽃들이 아름답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2010년에 처음 와 본 후 일 년 내내 애틋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다 끝내 다시 찾은 이 길에는 끝없는 옥수수 밭이 이어지고 있다. 그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야트막한 구릉 위로는 흰 구름이 떠가고 저 멀리로는 용정 시내가 바라다 보이는, 마음속에서 그리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굽이굽이 이어진 그 작은 길을 걸으면서 눈물 나고, 하늘을 보다가 또다시 목이 메는 속절없이 아름다운 길이다. 저 언덕을 넘어가면 또 하나 마을이 나올 것 같은……. 모든 풍경들이 그렇듯 애잔하다.---pp.181~182

작가 최명희처럼 ‘모국어’를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이는 1998년 8회 호암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일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모국애 정신은 그 나라의 모국어이다. 모국애 정신을 잘 담아놓고 모국어를 제대로 잘 쓰고 모국어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나라야말로 그 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이다.”라고 하며, 『혼불』이 그러한 모국어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모국어로 읽히기를 바란다…….’ 듣도 보도 못한, 그러나 지극히 그녀다운 표현 방식에 오싹 전율이 인다. 이 말을 듣기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 모국어로 생각하고, 모국어로 말하고, 모국어로 듣고, 모국어로 쓰고, 모국어로 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두고두고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p.304

출판사 리뷰

이 책은 경북 안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국어교사로 일해온 김명희 선생님이 1980년대 초,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를 시작으로 우리 땅 곳곳을 누비며 작가들의 거처와 주요 작품 속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떠났던 문학기행의 기록을 담은 것이다.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교과서 속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세계를 보다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된 저자의 문학기행은 교과서 문학의 틀을 벗어나게 되었고, 그 기록들이 쌓여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이 시대 눈 밝은 작가들에게 바치는 따듯한 헌사,
“이 땅의 국어교사로서 옷깃을 여미다.”


저자는 문학기행의 첫 목적지였던 『토지』의 무대 하동 평사리에서 작품과 물리적 공간이 만났을 때의 감동과 전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이 두문불출하며 글을 쓰던 시기에 “나는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가본 지가 오래라 나 죽을 때 아무도 안 올 거라는 결심을 하고 산다”고 말한 것을 듣고는 ‘그러면 나라도 결근하고 상복 입고 가리라’고 결심했던 대로 선생의 부음 소식을 듣자마자 장례식에 쫓아간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저자가 20여 년 전 처음 권정생 선생 댁에 놀러갔다가 직접 들었던 선생의 육성을 소개하며 그때 그 자리에서 느꼈던 애틋한 정을 토로하고 있는데, 권정생 선생의 말씀도 말씀이지만 선생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순연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윤정모 작가 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긴 시위로 알려진 ‘수요 집회’에 안동에서 서울까지 달려가 참여하는가 하면 그곳에서 만난 정신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분하는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수상 소감에서 남긴 모국어에 관한 말을 문학관에서 듣고는 두고두고 그 말을 곱씹으며 혹독하도록 뜨거운 작가의 우리말 사랑에 이 땅의 국어교사로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노라 고백하기도 한다.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글쓴이의 내밀한 시선이나 경험과 만나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 문학과 이 시대 작가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애정 어린 헌사와 따듯한 시선이야말로 명망 있는 작가나 비평가들의 매운 손끝에서 말끔하게 걸러진 문학 여행기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흔치 않은 미덕이다.

길 위의 문학 수업,
어느 유쾌한 국어교사의 행복한 교과 나들이!


저자가 맨 처음 우리 문학의 현장을 답사하게 된 계기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순진한 열망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학작품을 고찰할 때는 대개 시대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을 많이 다루는데, 그 때문에 공간적 장소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 경향이 있다. ‘어디서’라는 장소에 시선이 덜 미친 것은 살아 있는 텍스트인 문학작품에 ‘몸’이 부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한 저자는 교실 밖 ‘교과 나들이’에 열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자는 교재 연구와 성과를 넘어서는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된다. 바로 이 땅에서 국어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든든한 자부심을 얻었고, 여행 자체가 살아 있는 길 위의 문학 수업이자 소통의 한 방식이 되어준 것이다.

문학을 통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저자는 평소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존재비’라 명명하며, 그 비용이 늘어날수록 사람을 많이 얻었다는 즐거움에 행복해진다고 한다. 또한 이 비용이 증가할수록 개인의 삶은 더 풍성해지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 또한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역사와 지리와 문학을 통합한 문학기행을 요즘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지 최고의 풍경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첫 삽은 우리 문학의 현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문학의 종착지가 사람이듯 이 책이 건네고 싶은 말 역시 문학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그리고 따듯한 인간애의 발견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한창 문학을 배우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고, 타성에 젖어 자신의 ‘본래 자리’마저 잃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문학 여행을 통해 자기 안의 ‘익숙한 낯섦’과 만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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