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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어둠의 상자와 마주하기,
사진평론가 진동선이 처음 털어놓는 인생, 그리고 사진 이야기 “사진은 노출하는 거잖아요. 이때의 노출은 조리개, 셔터가 아니에요. 사진이 말하는 노출은 물리적인 노출을 넘어서 노출될 수 없는 것들, 노출되지 못하는 존재들의 존재감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노출하는 거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들었고, 뒤늦게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스물세 살에 처음 카메라를 샀다. 그전까지는 카메라를 만져본 적도 없었다. 이후 일생을 사진과 함께 살아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어렵게 사진학과 야간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직장까지 포기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훌쩍 리비아의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사진여행이 아니라 해외기술자로 파견됐다.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쳐있는 한국 사회의 벽 앞에서, 사진을 업으로 가질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 전기기술자의 길로 돌아갔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진 않았다. 결국 돌아와서 사진작가가 되었고, 이번에는 사진평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남들이 생각하듯,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알고 있듯 속 편하게 떠난 유학생활이 아니었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이 사진인생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장해제하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본인 스스로 인정하듯 대인관계에 서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 나만의 공간에 집착하는 그로서는 무척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전기를 번역 출간하였던 가쎄 출판사가 두 번째로 기획한 이 책은 전작인 「나쁜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 말고는 잘하는 게 없었던 김기덕 감독처럼, 진동선 역시 사진밖에 모른다. 사진을 찍고 사진에 관한 글을 쓰고,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심지어 영화평론가, 미술평론가와 달리 사진평론가는 아직도 그리 흔한 직업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평론지 「계간사진비평」을 만들기도 한 그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왔을지 능히 짐작된다. 누구나 고가의 디지털카메라를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사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는 너무 쉬워졌기 때문일까? 이 책에는 30년 동안 사진 하나만 바라보고 한 길을 달려온 사진평론가의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투박한 말투로 그가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너무 의외다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고상한 직업처럼 여겨지는 평론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고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분에 넘치고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었지만 사진이 너무 좋아서 꿋꿋하게 걸어 여기까지 왔다. 진동선은 그간 일반 독자들을 위한 사진여행집과 이론서를 번갈아가며 꾸준히 집필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이미 출간한 「사진철학의 풍경들」에 이어서 「사진예술의 풍경들」, 「사진역사의 풍경들」, 「사진미학의 풍경들」 등 ‘풍경들 시리즈’를 통해 사진이라는 ‘학’을 관류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운명처럼 주어진 사진평론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그의 내면을, 일상을, 그리고 사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뷰어의 말: - 8시간의 이야기로 돌아보는 30년의 시간 여행, 그 내면의 풍경 벼락을 맞고 무엇엔가 홀린 듯 사진의 길에 들어선 한 남자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끊임없이 ‘여긴 감히 네가 올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그는 그 자리에 남들과 다른 ‘어떤 작은 흔적’을 만듭니다. 그 길을 걷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무언가 알 수 없는 부름을 받은 밀사(密使)라고 느낍니다. 자신이 밀사라 느끼는 감정이 남들이 알아주는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욱 가치 있게 바라보아야 할 것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라 부르는 오십 대에 도달한 한 남자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30년간의 시간을 돌이켜 자신이 지금까지 구축해 온 세계가 정말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의 내밀한 풍경을 말하고, 자신이 가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성찰하려는 인식의 과정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거요. 내 안의 것을 확인하는 것, 만나는 것, 새겨보는 거죠. 나를 향한 여행이죠. 늘 그랬던 것처럼……. 길과 사진이 곧 ‘나다’라는 생각이 계속 드니까요. 길은 그래요. 두 가지 처절한 고독을 안고 있죠. 수평의 고독과 수직의 고독. 수평의 고독은 하염없는 끝이 안 보이는 아득한 길 자체고요. 수직의 고독은 그 수평의 고독을 버팀목으로 서 있는 흔들리는 춰들이죠. 전봇대, 철탑, 나무처럼 수직으로 외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들이죠. 저는 항상 그런 말을 했어요. 길에는 두 개의 고독이 존재하고 있다. 흔들리면서 서 있는 것들과 영원히 끝 모를 아득함으로 누워 있는 것. 그게 길이죠. 저를 닮았고 저를 향하고 저를 기다리고 안아주는 것이 길이죠. 길과 저는 너무도 잘 맞아요.” 현재 거울 속 풍경에서 만난 그의 외롭고 다소 수줍은 모습이 남들의 눈에는 미처 완료되지 못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결핍으로 남긴 미완(未完)의 상태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삶의 변화 가능성을 무의식적 은유의 상태로 배태한 끝나지 않은 여행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벼락 맞고 홀린 듯 30년을 살았던 한 남자가 지금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고 불쌍하다고 말하죠. ‘너 힘들었다.’ 말해보는 거죠……. 나이 들어서 거울을 보면 ‘너 힘들었어. 고생했어.’ 가 나오거든요.” 우리는 드러내기와 숨기기라는 사진 작업이 가진 진실을 사람들 마음의 이야기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에게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로질러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해왔는가를 세상에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인다는 행위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약함, 수치심, 두려움, 부족함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근거를 알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생동감과 삶을 향한 열망, 자부심에 사로잡히곤 하는 인간 존재의 양면성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 세계를 붙들고 더욱 적극적으로 두 세계를 통합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움직이게 하는 더 큰 내면의 힘이 과연 무엇인지를 재발견하고 깨우치려는 아픈 모색의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가 거울을 들여다본 후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아픔과 상처를 이렇게 자각합니다. “지금도 제 마음에 가장 아픈 것 하나가 ‘선물’이고 ‘선물 나눔’입니다. 선물을 받아 본 적도 주어 본 적도 없이 성인이 되어버림으로써 나눔의 기쁨과 행복을 배우지 못했다는 아픔과 상처가 큽니다.” 삶이라는 것에 쫓기고, 상황이라는 것에 쫓기고, 일상이라는 것에 쫓기다 보니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를 차분히 들어볼 기회도, 그 속내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눠볼 기회도 변변히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자기 모습이 안타까워, 그러한 자기 모습이 안쓰러워, 자기와 닮은 꼴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선물하려고 결심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오십 대의 한 남자가 사진과 함께한 인생길에서 자신이 만난 풍경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풍경은 물리적 세계라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내면의 세계와 깊이 맞닿아 있는 주관적 성찰의 풍경에 가깝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의 오십 대는 자기 이름을 잃고,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세대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 책에는 사진밖에 모르는 남자가 삶이라는 이름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난생처음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어 ‘내가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오십 대의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마음의 풍경을 비추어 볼 작은 계기로 삼고,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이야기가 가진 풍요로운 내적 풍경의 세계를 되찾는 신비로운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심리학 박사 지독한 어둠의 상자와 마주하기, 사진평론가 진동선이 처음 털어놓는 인생, 그리고 사진 이야기 “사진은 노출하는 거잖아요. 이때의 노출은 조리개, 셔터가 아니에요. 사진이 말하는 노출은 물리적인 노출을 넘어서 노출될 수 없는 것들, 노출되지 못하는 존재들의 존재감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노출하는 거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들었고, 뒤늦게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스물세 살에 처음 카메라를 샀다. 그전까지는 카메라를 만져본 적도 없었다. 이후 일생을 사진과 함께 살아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어렵게 사진학과 야간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직장까지 포기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훌쩍 리비아의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사진여행이 아니라 해외기술자로 파견됐다.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쳐있는 한국 사회의 벽 앞에서, 사진을 업으로 가질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 전기기술자의 길로 돌아갔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진 않았다. 결국 돌아와서 사진작가가 되었고, 이번에는 사진평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남들이 생각하듯,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알고 있듯 속 편하게 떠난 유학생활이 아니었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이 ?진인생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장해제하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본인 스스로 인정하듯 대인관계에 서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 나만의 공간에 집착하는 그로서는 무척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전기를 번역 출간하였던 가쎄 출판사가 두 번째로 기획한 이 책은 전작인 [나쁜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 말고는 잘하는 게 없었던 김기덕 감독처럼, 진동선 역시 사진밖에 모른다. 사진을 찍고 사진에 관한 글을 쓰고,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심지어 영화평론가, 미술평론가와 달리 사진평론가는 아직도 그리 흔한 직업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평론지 [계간사진비평]을 만들기도 한 그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왔을지 능히 짐작된다. 누구나 고가의 디지털카메라를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사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는 너무 쉬워졌기 때문일까? 이 책에는 30년 동안 사진 하나만 바라보고 한 길을 달려온 사진평론가의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투박한 말투로 그가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너무 의외다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고상한 직업처럼 여겨지는 평론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고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분에 넘치고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었지만 사진이 너무 좋아서 꿋꿋하게 걸어 여기까지 왔다. 진동선은 그간 일반 독자들을 위한 사진여행집과 이론서를 번갈아가며 꾸준히 집필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이미 출간한 [사진철학의 풍경들]에 이어서 [사진예술의 풍경들], [사진역사의 풍경들], [사진미학의 풍경들] 등 ‘풍경들 시리즈’를 통해 사진이라는 ‘학’을 관류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운명처럼 주어진 사진평론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그의 내면을, 일상을, 그리고 사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