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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강
대왕의 치도 북관 신화 이징옥 운명이 된 인연 천하 풍진 만주로 간 검은 마병 황금의 성 북방의 딸 어머니 땅으로 저자의 벙어리 회령 왈짜패 금단의 운두성 마병의 꿈 소경 점쟁이 지화 왕도의 꿈 패도의 탄생 수박이 된 호박 구름머리 구름바위 한양에서 온 밀보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가노매라 육진 호랑이 토수양격문 개마를 넘어 북으로 군주는 배, 백성은 물 종성으로 가는 길 잿빛 성 신을 용서하소서 붉은 종성 물망 - 인명 및 용어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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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의 이징옥은 어떤 신하이던가. 기품이 남다르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청백리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죽어가는 백성을 두고 어찌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겠는가. ---「대왕의 치도」중에서
마병들이 굳은 부동자세를 한 것은 병마도절제사가 찾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풍상을 견디며 북변을 지킨 신화적인 존재 이징옥이 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풍상은 권위를 만들고 권위는 뚫리지 않는 방패를 만드는 걸까. 이징옥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야인 비적은 꽁무니를 내뺀다고 했다. “이징옥이 있기에 북관의 화평이 있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함길도에서도, 한양에서도. ---「북관 신화 이징옥」중에서 대호大虎 김종서. 대호는 그의 별명이었다. 팔 년간 북변의 풍상을 이겨낸 김종서는 문신이었다. 말을 달리고 창칼을휘두르는 것이야 어찌 무신을 따를까마는 굳은 의지로 육진을 개척했기에 모두가 그를 대호라고 불렀다. 유아대저 이징옥.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멧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징옥은 김종서와 함께 무너지지 않는 북변의 철옹성을상징하는 존재였다. “육진에는 종서가 있고, 징옥이 있다.” 세종은 늘 그렇게 말했다. 굳은 의지를 지닌 김종서와 용맹한 이징옥. 조선 왕조가 일어난 북관의 땅을 지킨 두 사람은 세종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신하였다. 금에 맞서 송을 지킨 악비岳飛가 그에 미칠까. 그런 믿음이 있기에 세종은 역질에 수천 명이 숨졌을 때에도 이징옥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세종만 그랬을까. 북관에 뿌리를 내린 백성들의 생각도 똑같았다. 삼남에서 북관으로 간 백성들. 그들은 두 사람을 믿었기에 척박한 개마의 땅을 일구고, 동토를 지켰다. ---「수박이 된 호박」중에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뜻을 가슴에 새겨 탐욕의 무리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지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구름처럼 모여 깃대를 높이 치켜들진대 어찌 패악이 들끓겠는가. 정도의 창칼로 역도를 벨지어다. 모든 장수는 분연히 일어나라. 패덕한 무리를 베어 옳은 이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몸을 떨쳐 일어날지어다. … 여진 제족은 창과 활을 뽑아들어 나를 따르라. 마상馬上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태조 강헌대왕을 도와 대업을 이루고, 그 은혜를 입은 여진 제족은 의리를 가슴에 새겨 불의를 일소하고 새 길을 여는 데 나서야 할지니라. … 현명한 자는 흥하고, 어리석은 자는 망한다. 수양과 그 무리가 바로 어리석은 자이니라. ---「토수양격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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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우리 북방 역사, 그 한가운데에 이징옥이 서 있다!
이징옥을 역도로 몰아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징옥과 함께 조선 북방의 역사를 이루었던 여진족에 대한 평가도 왜곡되었다. 수양대군은 이징옥의 거병 이후 보복 차원에서 친이징옥 성향의 올량합 여진족을 가차 없이 숙청한다. 그로 인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당시부터 함께하며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여진족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다. 오늘날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올량합의 독음을 변형한 ‘오랑캐’라는 말이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강호원은 여진족과 관련된 역사를 부정하고 이들을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발해 역사를 삭제했던 『삼국사기』의 편협한 사고와 같은 역사 인식이 되살아났다고 탄식한다. 세조대에 이르러 이징옥에 대한 역사를 지우는 과정에서 여진족과 관련된 우리 북방 역사도 상당 부분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식민사관은 이런 잘못된 역사관을 잇는 또 하나의 사생아일 뿐이다. 이징옥과 그와 관련된 역사를 되새기는 일은 결국 잊힌 우리 북방 역사를 회복하는 일이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스러져간 모든 이들에 대한 헌사, 물망 소설 『물망』은 이징옥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 부분을 이징옥에 대해서 다루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히 다루고자 했던 것은 올량합 여진족장 낭발아한의 딸 토로고와 이징옥을 따르는 무장 김죽의 비극적인 사랑이다. 이징옥의 거병은 결국 내부의 배신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의를 위한 거병은 난으로, 이징옥은 역사 속에서 절대 언급되어서는 아니 될 역도로 남았다. 강호원은 소설을 통해 그런 이징옥을 재발견하려 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잊힌 충신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만이 아니라, 이징옥이 잊히면 그와 관련된 역사 속 개인의 비극 또한 잊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이징옥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에 대한 헌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