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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그림책 - 천국의 새
1부 - 천국은 어디에 본방사수 이별을 잘하는 방법 행동주의자 어제와 내일 사이 아우라 2부 - 당신과 내 깃털 작가가 아닌데도 작가로 산다 두 초상화 술이 떨어진다 새벽(기억)과 함께한 순간들 타인의 취향 3부 - 빛을 쫓아서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희망찬 기운 습관을 내려놓다 인정은 빠를수록 좋다 스페어타이어로 살고 싶지 않다 4부 - 다리와 날개를 펴고 얼갈이배춧국 수영장 아빠와 산 친구의 가방 배우자에게 배우자 5부 - 날아오르다 엄마가 되어간다 껌 같은 이야기 불이 난 이야기 더는 꿈꾸지 않다 다시 꿈꾸다 에필로그 - 또 봐, 천국의 새야 |
유지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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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이에 대한 일기를 쓰며 ‘어제와 내일 사이에 오늘이 산다.’라는 글로 마무리했다.
--- p.60 작업할 때마다 안개 속에 있는 기분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불안하지만,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보게 될 뭔가 있다는 건 안다. 안개 속을 더듬거리며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가서 저 멀리서 내게 손짓하던 게 뭐였는지 끝내 만나고 싶다. --- p.65 다시 본 영화 [타인의 취향]에서 여자는 연극이 끝난 후 무대에 나가 객석에 인사하다가 남자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는다. 나도 여자를 따라 활짝 웃었다. --- p.84~85 통나무를 내려놓자 나 자신뿐 아니라 통나무도 자유로워졌다. 어깨가 허전해 자꾸 뭔가를 이고 싶다. 그러나 통나무가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 p.98 차가 그렇게 맛있어 보인 건 H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p.110~111 베란다 밖을 보니 경비실 앞에 엄마들과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버스를 기다린다. --- p.134 에세이를 쓰면서 그림책과 달리 픽션이 아닌 내 얘기를 한다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 p.143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그곳에서 꿨던 게 꿈이 아닐까. 그렇다면 더는 꿈꾸고 싶지 않다. 이곳에 충분히 머물고 싶다. --- p.149 어딘지 모를 어두운 길을 걷다가 불이 꺼진 집을 발견했다. 그 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색색의 아름다운 불이 켜졌다. 불빛을 보고 어둠 속에서 두려웠던 마음이 따뜻해졌다. --- p.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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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천국은 어디에
유지연 그림책 작가가 3년 전에 두 번째로 작업한 「천국의 새」의 저작 동기와 후기를 쓴 에필로그의 일부분을 발췌한다. “잡지를 보다가 아름다운 새를 만났다. 관련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 화면 속 춤추는 새를 넋 놓고 바라봤다. 새 이름은 극락조bird of paradise다. 다시 말해 천국의 새. 수컷은 노래 부르고 춤추며 암컷에게 사랑을 구애했다. 새들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건 특별히 더 화려한 깃털로 춤춰 암컷의 눈길을 끌어 선택받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이어갈 수 있다. 영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번식이다. 극락조는 자신의 깃털을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가꿔 영원한 생명을 향한 꿈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깃털이 생존에 커다란 위협인 시기도 있었다. 한때 유럽 사람들이 장식 깃털로 쓰려고 극락조를 많이 잡아갔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비싸게 매매하려고 새들의 다리와 날개를 자르고, 그들이 실제로 다리와 날개가 없이 평생 하늘에서만 살다가 죽을 때가 돼야 땅에 내려온다는 얘기를 덧붙여 유럽인들의 환상을 부추겼다. 유럽인들은 꽤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 새를 천국의 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극락조의 화려한 깃털과 춤추는 모습에 빠졌고, 극락조라 이름 붙여진 얘기가 그림처럼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이를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다. (중략) 그림책 「천국의 새」에는 여러 가지 얘기가 담겨 있다. 책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가지를 뻗어나갔다. 천국에 대한 생각, 욕망에 대한 생각, 삶에 대한 생각, 구체적이지 않은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생각들로 넘쳤다. 책을 만들어놓고 보니 짧은 그림책 안에 많은 걸 담으려고 했던 것이 보였다. (중략) 에세이를 쓰면서 문득 생각했다. 극락조가 극락조라 불리게 된 원래 얘기가 재밌나, 아님 내가 만든 얘기가 재밌나. 원래 얘기가 더 재미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난 「천국의 새」를 만들고 나서 첫 책 『엄마의 초상화』처럼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엄마와 달리 극락조라는 소재가 낯설어서인가, 아님 너무 많은 의도와 의미를 담아서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얘기가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는 대중성에 관한 얘기다. (중략) ‘지금의 나’는 얘기는 매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도도 좋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얘기다. 의미와 의도를 전달하자면 그냥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된다. 그게 더 명확하다. 하지만 얘기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 얘기가 매혹적이어야 스스로 빠져들어 흠뻑 젖었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극락조를 비싸게 팔려고 허무맹랑한 얘기를 덧붙였던 그 의도는 불순했지만, 수많은 사람을 매혹하게 만든 건 분명하다. 나 또한 전후 사정을 다 알면서도 그 얘기에 매료됐으니까. 하지만 얘기가 가진 의도와 의미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을 만든 걸 후회하지 않는다. ‘왜 얘기를 만드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동시에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에 대해 나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